2024. 10. 6. 일.
물러가지 않을 것 같은 늦더위.
하룻밤 사이에 갑자기 서늘해진 기후.
마치 준비없이 가을을 맞이한 기분이다.
슈퍼에 어느새 햅쌀이 나온 것을 보고
어쩌면 이번 가을 벼가 익어가는 황금들판을
바라볼 기회를 놓치면 어쩌나 하는 조바심으로
친구들의 '인제 꽃길만 걸어요' 여행에 동참하였다.
종일 흐릴거라는 일기예보에 마음도 조금 흐렸지만,
이른 아침이어서인지 인제로 향하는 도로는 한산하였고,
멀리 바라보이는 산봉우리들은 하얀 구름을 두르고
나를 오라 손짓하는 것 같았다.
잠시 머문 중간 휴게소에서 바라본
구불구불 마을을 휘감아 흐르는 강물과
멀리 황금들판을 목을 늘여 바라보며
나도 저런 마을에 살고 싶다는 꿈을 꾸었다.
이번 여행의 꽃길만 걸어요. 타이틀만 믿고
스틱도 등산화도 없이 가볍게 집을 나섰는데,
내설악 속살을 잠깐 맛보고 점심을 먹는다고 하였다.
계곡의 입구까지만 살짝 구경하고 와야지... 하고
일행을 따라 나섰는데, 맑은 계곡의 하얀 바위들과
투명한 에머럴드 물빛을 보니, 부쩍 욕심이 생겼다.
작은 폭포를 이루며 떨어지는 청량한 계곡물 소리는
아름다운 오케스트라의 연주곡 보다 감동적이었다.
암반을 미끌어지는 지는 물빛은 어쩌면 저리도 맑을까?
투명한 물빛에는 손을 살짝 담그고 싶었는데,
에머랄드 물빛에는 내 마음을 푹 담그고 싶었다.
내 아픔과 서러움이 모두 깨끗하게 씻어질 것 같았다.
싱그러운 숲의 향기, 길섶의 맑은 들꽃을 즐기며
응봉폭포, 용탕폭포. 두문폭포까지 가고 싶었지만,
내 건강과 시간이 허락하지 않아 도중에 돌아서야 했다.
청록색 물위로 걸쳐진 외나무 다리를 건너면
12선녀가 목욕을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내려오는 길은 콧노래가 나왔다.
휴게소에서 바라본 마을을 감고 도는 강물.
신작로의 줄지어 선 가로수와 다리.
산봉우리를 감싼 구름과 항금들판.
맑은 강물이 흐르고 아담한 마을이 있는 저런 곳에 나도 살고 싶었다.
12선녀탕 계곡의 안내도.
내 꿈은 걸어서 백담사로 오르는 꿈인데....
맑은 물에 손만 살짝 담그고 싶었다.
길섶의 맑은 들꽃들.
나무 사이로보이는 물빛이 어쩌면 저리도 고울까?
함께 걸었던 친구들.
이끼위에 송송송 솟아오른 버섯들.
생각에 잠기며 걷기 좋은 숲길.
맑은 계곡에서 잠시 발길 멈추고
아름다운 추억의 한페이지가 될 것이다.
외나무 다리.
청남빛 투구꽃.
까실숙부쟁이.
투구꽃이 떨어지는 모습.
꽃향유.
계곡의 지형 설명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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