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남미 43일 배낭 여행-63. 산타 루치아 언덕

푸른비3 2024. 4. 28. 21:04

2015.10.29. .

눈을 뜨니 아직 캄캄하여 다시 잠을 청하여도 쉽게 잠은 오지 않았다. 룸메이트 없이 혼자 지내니 마음껏 불을 켤 수 있어 좋았다. 배낭에서 잠만 자고 있던 초급 일어교재를 꺼내서 읽어보려고 하였지만 룸의 조명이 너무 약하여 거실로 나갔지만, 그곳도 비슷하여 눈만 아팠다.

 

딱딱한 빵 한 조각으로 아침을 대신하니 쥴리아가 내 방문을 두들겼다. 오늘은 산티아고의 마지막 날로 전 일정이 자유롭게 보내는 날이다. 자타가 인정하는 길치인 내가, 말도 통하지 않는 이곳을 어떻게 다녀야 할지 걱정스러웠지만, 곁에 쥴리아가 있으니 한 번 도전해 보기로 하였다. 먼저 시내 안내지도를 구하여 입구의 경비원에게 제일 가까운 곳을 물었더니, 숙소 바로 뒤에 루치아 언덕이 있다고 가르쳐 주었다.

산타 루시아 언덕은 에스파냐 출신의 침략자 발디비아가 칠레 정복을 위해 군사 요새를 쌓았던 곳으로 주변 지역이 한눈에 들어오는 언덕 위에 있었다. 요새의 주변으로 작은 마을이 형성되기 시작하여 지금의 산티아고 구시가지를 이루게 된 유서 깊은 곳이라고 하였다. 지진, 홍수, 대화재 등 여러 차례의 재해로 파괴되었으나 기후가 양호하고 경치가 아름다워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고 하였다.

 

주황빛 담장을 덮고 있는 부겐베리아와 계단에 줄지어 핀 제라늄은 이곳의 분위기를 어쩐지 스페인의 알함브라 궁전을 연상시켰다. ‘알함브라궁의 추억의 멜로디를 허밍하면서 계단을 오르니, 쥴리아가 어서 오라고 재촉하였다. 가쁜 숨을 몰아쉬면 요새 위에 오르니 조그만 교회가 있었는데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듯 인적을 느낄 수 없고 주변의 낙서만 눈에 들어왔다. 언덕 아래의 건물이 무엇인지 알 수 없어 물어보았더니 도서관이라고 하였다. 말은 잘 통하지 않았지만 가는 방법을 설명을 해 주려는 사람들이 참 고마웠다.

 

 붉은 담장과 아기천사의 동상이 잇는 이곳은 알함브라 궁전을 연상시켰다.

 

 정복자 발디비아 동상. 

 

계단을 타고 오르는 길이 온통 제랴늄 꽃이어서 황홀한 꽃길을 걷는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