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남미 43일 배낭 여행- 57.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

푸른비3 2024. 4. 28. 20:27

2015.10.27..

지난밤 달의 계곡에서 보름달을 보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마을의 광장에는 무슨 축제가 열리는 듯하였으나 이틀 동안 잠을 제대로 못잤기에 일찍 들어와서 잤다. 눈을 뜨니 새벽 4. 한국과는 12시간의 차가 나니 26일 오후 4. 이곳은 인터넷 사정이 좋아 아라에게 보이스톡을 신청하였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 지금쯤 아라는 무대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겠구나.

 

며칠 전 통화에서 오늘 오후에 교내 무대에서 피아노 독주를 한다고 하였다. 예술대학 피아노과에 재학중인 아라는 오늘 교내 행사에서 연주한다고 하였는데 내가 가 보지 못하니 미안스러웠다. 근처에 사는 이모에게도 부담을 주는 것같아 연락하지 않았다고 하였다. 딸이 피아노 독주를 하는데도 꽃다발을 챙겨주지 못하여 몹시 미안하였다. ‘아라야. 편안한 마음으로 연주 잘 해. 그동안 준비 한대로 하여라. 엄마도 멀리서 기도할께. 홧팅!’ 카톡을 보내고 샤워를 하려고 하였으나 물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 새벽 5시 공항으로 이동하여야 하는데 어쩌나.....

 

집 떠난지 20일이 지났으니 슬슬 집이 그리워졌다. 새벽 일찍 일어나 짐을 싸는 것도 지겹게 여겨졌고, 매일 국제거지처럼 떠돌아다니는 것도 이제 그만하고 싶어졌다. 고슬고슬한 쌀밥을 퍼서 딸하고 머리를 맞대고 먹는 아침 밥상도 그리워졌다. 이른 시간 숙소 앞에 대기한 승합차를 타고 공항으로 이동하였다. 차창으로 보이는 보름달이 우리가 탄 차를 계속 따라 오는 듯하였다. 지금쯤 피아노 연주를 할 딸을 위해 기도하였다. 둥근 달 속에 남편의 얼굴. 딸의 얼굴을 그렸다 지우곤 하였다.

 

1시간 정도 달려서 도착한 깔리마 공항. 이른 시간인데도 많은 이용객들로 공항은 활기찬 모습이었다. 대부분 원주민인 현지 노동자들이 동양인인 우리에게 관심을 보이는 듯하였다. 짐을 맡기고 라운지를 찾아가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하였다.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산티아고까지 약 2시간이 소요되었다. 안데스 산맥을 넘어 육로를 이용하면 27시간이 소요된다고 하였다. 차창으로 내려다보는 안데스 산은 중첩된 산들의 물결이 이어져 있었다. 나즈막한 산들의 구릉 너머로 멀리 하얀 눈으로 덮여 있는 높은 산도 있었다. 군데군데 둥근 라구나가 보여 어제 우리가 달려온 사막의 길도 하늘에서 바라보면 이런 정도의 크기로 보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젊은이라면 칠레를 속속들이 들여다볼 겸 버스를 이용하는 것도 좋겠지만, 나는 이제 미지의 세상에 대한 설렘보다 편안한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티아고에 도착하여 우리가 예약한 아파트형 숙소에 들어갔다. 산티아고 아르마스 광장 근처에 위치한 아파트형 숙소는 고급형 아파트로 입구에 커다란 철문이 닫혀있고 신분을 확인한 후에야 입장을 허락하였다. 척박한 환경에서 돌아오니 도시의 안락함이 더 친근하게 여겨졌다. 짐을 맡기고 걸어서 산티아고에서 소문난 한국식당으로 향하였다. 길눈이 어두운 나는 돌아가는 길을 기억하기 위해 꼼꼼히 눈에 담으면서 걸었다. 한국식당의 경상도 출신의 주인아저씨는 이것저것 챙겨주시고 여행을 하려면 잘 먹어야 한다고 하시면서 사양 말고 필요하면 더 달라고 해라고 하셨다.

 

산티아고 시내의 작은 교회.

 

 

한국인 식당 주인 아저씨.

역시 한국의 인심이 최고여요.

 

근처의 야채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