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남미 43일 배낭 여행- 49. 볼리비아의 달의 계곡

푸른비3 2024. 4. 28. 05:21

2015.10.23. .

지난밤 제대로 밤도 못 먹고 벌어진 창문 틈사이로 바깥의 소음과 매연이 들어오는 추운 방에 누워 있으니 집 떠나면 개고생이다는 말이 실감되었다. 우리 집의 창으로 햇볕이 들어와 따뜻한 거실과 안락하고 폭신한 침대가 그리웠다. 눈을 뜨면 서로 껴안고 아침 인사를 나누던 아라의 체온도 그리웠다.

 

라파스 근교에 있는 달의 계곡은 달의 표면과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곳이다. 모래가 풍화작용에 의하여 굳어진 지형으로 마치 달의 표면처럼 기괴한 형태의 암석들이 많았는데 칠레의 달의 계곡에 비하여 규모는 작으나 빛의 반사에 따라 암석의 색상이 다양하며, 오밀조밀한 광경이 더 아름다운 곳이라고 하였다. 우리가 아침 일찍 도착하였더니 아직 문이 열리지 않은 상태여서 조금 기다려 입장하였다. 건조한 지역이어서 군데군데 먼지를 뒤집어 쓴 나무가 몇 그루 서있고 철로 만든 라마가 한 마리 세워져 있었는데 돈키호테의 비쩍 마른 말과 터키의 트로이 목마를 연상하게 하였다.

 

모래가 굳어서 만들어진 암석이라고 하였기에 더욱 신비스러운 달의 계곡. 일행들과 떨어져서 계곡을 걸으면서 햇볕과 맑은 공기를 깊숙이 들여 마셨다. 곳곳에 선인장이 자라고 있는 척박한 모습은 정말 달의 계곡을 걷는 것 같았다. 이런 신비스러운 곳도 내 몸 상태가 좋아야만 즐길 수 있지, 고산증세로 머리가 아프니 마냥 귀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발 4300m에 위치한 라파스 공항은 많은 차량들이 뒤엉켜 혼잡의 극치였다. 짧은 거리인데도 소통이 원활하지 못하니 길에서 시간을 많이 허비하였다. 시원하게 달릴 수 있는 인천공항으로 가는 도로를 생각하며 내가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게 감사하고 자랑스러웠다.

 

기이한 형태의 암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