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남미 43일 배낭 여행- 42. 뿌노의 잠 못 이루는 밤.

푸른비3 2024. 4. 24. 11:21

타길레섬과 우로스 섬 관광을 마지막으로 페루의 일정은 모두 끝났다. 8일 새벽에 리마에 도착하여 거의 2주간을 페루에서 보낸 셈이다. 그동안 고산증과 설익은 음식 등으로 많이 힘들었지만, 힘듦을 감수할 만큼 페루라는 나라는 매력이 있는 나라였다. 잉카제국의 영화를 뒤로 하고 스페인의 침입에 맥없이 무너진 나라. 스페인의 지배에서 벗어난 지금도 여전히 스페인의 문화를 간직하고 있다. 스페인의 통치가 우리나라를 지배한 일본과는 달리 문화정책을 한 탓일까? 아니면 한글처럼 국어가 없어 아직도 스페인어를 사용하기 때문일까? 물론 스페인어를 사용하고 대부분의 국민들이 가톨맄으로 개종한 탓도 있지만, 나는 무엇보다도 페루 사람들의 체념과 순종의 민족이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였다.슬프고도 순수한 눈빛을 바라보면 나 자신도 물들여 순수해질 것 같았다. 우리는 페루의 마지막 밤을 아쉬워하며 멋진 공연을 하는 식당을 예약하였다. 적도에 가까운 지역이라 아열대 기후와 비슷할 거라고 생각하였으나, 어제에 이어 오늘도 가랑비가 흩날리고 늦가을 같은 쌀쌀한 저녁이었다.

 

내일은 볼리비아로 입국하니 오늘 밤 남은 페루의 돈을 다 사용해야 했다. 상가의 진열된 상품은 의외로 값이 비싸 골목의 시장을 들어갔다. 입구의 점포와는 달리 안으로 들어가니 우리나라 동대문시장처럼 산더미로 물품을 쌓아놓고 도매로 파는 가게들이 많았다. 며느리 털모자, 손자의 털모자를 사고 나니 앙증스러운 장갑이 보였다. 남은 잔돈을 보이며 이게 전부인데 장갑을 달라고 했더니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예약된 식당에 들어가 먹은 어린 송아지 스테이크는 육질이 부드러웠다. 식사를 끝낸 후 밴드의 연주에 맞춰 무용수들이 등장하며 공연이 시작되었다. 기타와 북의 요란한 리듬에 이어 연주되는 애잔한 펜 플룻의 선율. 우리는 모두 그 선율에 매료되어 시선을 연주자에게로 향하였다. 스물다섯쯤 될까? 판초를 걸친 그 청년은 다양한 종류의 플륫을 연주하였는데, 마치 악기가 그의 분신처럼 자유자재로 악기를 바꿔가면서 연주를 하였다. 연주 도중 잠깐 보내는 눈빛이 어쩌면 그렇게 애잔하고 영롱한지..... 우리는 모두 숨을 멈추고 그 청년의 악기 선율과 눈빛에 매료당하여 버렸다.

 

음악의 힘이란 다른 예술보다 가장 영혼을 쉽게 끌어당기는 것 같다. 우리는 그 애잔한 영혼을 울리는 선율을 듣는 동안 그동안 거칠고 빡빡하였던 일정들이 부드럽게 위안을 받는 듯하였다. 숙소에 돌아와서도 오랫동안 그 펜 플룻 선율이 내 귀에 머무는 듯하였고 그동안 힘들고 지친 영혼을 일깨우고 다독이는 듯하여 잠을 뒤척였다.

 

 

 

제복을 입은 경찰과 기념사진.

 

 

모두 이 청년의 음률에 귀 기울이고.

 

 

힘차고 격렬한 율동을 보여주는 남성 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