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남미 43일 배낭 여행-41. 티티카카 호수의 타킬레 섬.

푸른비3 2024. 4. 24. 11:17

우로스 섬의 주민들의 환송을 받으면서 우리를 태운 페리는 다시 햇살에 영롱하게 부서지는 물방울을 튀기면서 호수를 거슬러 올라갔다. 티티카카는 호수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광활하여 바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을 거슬러 도착한 곳은 남자들이 뜨개질하는 곳으로 알려진 타킬레 섬.

 

타킬레섬은 해발고도 4,050m에 위치한 작은 섬이다. 6개의 마음이 잉카 시대처럼 공동생산, 공동분배를 하며 살아간다. 타킬레 사람들은 양과 알파카 등을 이용하여 의생활을 해결한다. 실을 짜는 것은 여성의 몫, 베틀로 무언가를 만드는 것은 남자의 몫이다. 이들은 대략, 7, 8살이 되면 이러한 삶을 시작해 평생 실을 짜고 엮으며, 아름다운 호수를 벗 삼아 항상 실타래를 돌리고 뜨개질을 한다. 남자들의 필수품인 코카잎을 넣는 주머니 추스파, 허리에 감는 파하도는 여자가 손으로 떠서 마음에 드는 남자에게 선물하면서 구혼을 한다고 하였다.

 

타킬레 섬에 오르니 맑은 햇살이 등 뒤로 내리쬐어 아늑하고 따스한 기운이 느껴졌다. 길목에 원주민 여인들이 앉아서 정담을 나누면서 뜨개질을 하고 있고, 방목하는 양 떼 사이에 가족들이 햇살을 즐기며 한가롭게 모여 살고 있었다. 골목을 돌아서면 눈에 들어오는 쪽빛 호수를 뒤로한 마을은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이었다.

 

누렇게 변한 잡초들 뒤로 키가 큰 방풍림들이 줄지어 서 있고 멀리 보이는 돌담으로 쌓은 밭들은 올망졸망 서로 기대어 누워 있었다. 군데군데 버섯처럼 솟아 있는 집들은 맑은 햇살과 바람에 씻겨 말갛게 보였다. 등뒤로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걸으니 마치 제주도 올레길을 걷는 것 같았다.

 

언덕 위에 올라가니 넓은 운동장을 가진 전시관이 있었다. 뜨개질하는 남자들이 파는 물건들과 사진이 전시되어 있었다. 마을 전시관의 옥상에 올라가 마을과 호수를 내려다보니 수면 위로 햇살이 반짝반짝 반사되어 눈이 부셨다. 호수 위를 건너 숲을 거슬러 올라온 부드러운 바람이 내 볼을 부드럽게 스쳤다.

 

전시관에서 이곳 섬 주민 남자가 뜨개질한 색상 배합이 아름다운 장갑을 한 컬레 사고 마당으로 내려서니 돌담에 기대어 선 한 무리의 젊은이들의 맑은 웃음소리가 내 발길을 끌었다. 그들의 단체 사진을 찍어주며 어디서 왔는냐고 물었더니 멕시코에서 왔단다. 나도 그들과 함께 사진을 찍으면서 그들의 웃음에 전염이 되고 싶었다.

 

다시 마을로 내려와서 따뜻한 수프와 생선튀김으로 점심을 먹었다. 노란 수프 안에 자잘한 씨앗이 들어있는데 이곳의 특산물 퀴노아라고 하였다. 퀴노아는 안데스 산맥 일대에서 재배되는 명아주과 식물로 단백질, 칼슘의 함량이 높아 요즘 각광 받는 웰빙식품이라고 하였다. 오래만에 입에 맞는 음식으로 충분히 먹고 나니 나른하여 잠이 쏟아졌다.

햇볕에 노곤히 앉아있는데 쿵작쿵작 울리는 음악 소리. 이곳 섬 주민들이 우리에게 공연을 펼치며 환영 인사를 한다고 하였다. 전통 악기를 연주하며 남녀가 한데 어울려 빙빙 돌며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었다. 별 흥은 나지 않은 공연이었지만 어린이까지 동원된 그들의 공연을 보고 마음 훈훈한 우리는 모두 주머니를 열었다.

 

타킬레 섬의 입구.

 

 

양떼를 돌보며 한가롭게 앉아있는 여인들.

 

 

멕시코에서 왔다는 청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