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남미 43일 배낭 여행-39. 호수의 도시 뿌노

푸른비3 2024. 4. 24. 10:58

쿠스코에서 뿌노까지의 거리는 버스로 8시간의 거리였다. 우리나라처럼 휴게소가 발달 되지 않아 버스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했다. 버스 뒤에 화장실이 있고 점심대용으로 쥬스와 빵을 제공해주었다. 고속버스회사 운영은 원주민이 아닌, 돈 많은 서양인이 하는 듯하였다. 8시간의 긴 이동시간이 지루할까 걱정하였는데, 창밖의 안데스 산의 모습을 바라 보느랴 전혀 지루함을 느끼지 못하였다. 어느 화가가 이렇게 아름다운 채색을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하며, 부드러운 녹색과 갈색, 황색이 서로 조화로운 들판을 바라보니 우울했던 마음이 밝아졌다.

들판 사이로 실개천이 흐르고, 유유히 풀을 뜯는 소와 알파카 무리, 그 뒤로 마을이 나타났다 사라지고 구름도 느릿느릿 흐르고 있었다. 황토밭 사이로 가끔 농부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모습도 정겨웠다. 모두가 안데스 산자락에 포근히히 감싸 안긴 듯 평화롭고 여유로웠다.

 

거의 하루를 버스속에서 시간을 보내고 오후 4. 티티카카호 서안에 있는 호수의 도시 뿌노에 도착하였다. 해발 3870m에 위치한 뿌노는 숨쉬기 어려운 황량한 고원을 뜻한다. 페루의 남동부에 위치한 뿌노는 인구 10만 명 정도의 작은 도시로 알파카 등 모피의 집산지이며, 1668년 스페인의 카를로스 2세에게 경의를 표해 산 카를로스 데 뿌노 라는 이름으로 건설되었으며, 스페인 식민지 시대의 대성당 등의 유물이 남아있다고 하였다.

아르마스 광장 근처의 호텔에 들어가 방을 배정받고, 룸으로 들어가니 침대 위에 하얀 양이 한 마리 앙증맞게 엎드려 있었다. 타올로 접은 양이 긴 시간의 피로를 풀어주는 듯하여 미소가 번졌다. 약간의 휴식을 취한 후 저녁을 먹기 위해 아르마스 광장으로 나갔다. 날씨는 늦가을처럼 싸늘하였고 간간이 빗방울도 날렸다. 따뜻한 국물이 먹고 싶어 골목을 어슬렁거려 보았지만 쉽게 찾을 수 없었다. 이곳은 해발이 높은 지역이라 대부분의 음식이 설익게 나온다고 하여, 화덕에서 구운 피자가 그나마 나을 것 같아 피자집으로 들어갔다. 웨이터가 안내한 2층으로 올라가니 어두컴컴한 실내에 붉은 등이 밝혀져 있어, 따스한 느낌을 주니 제법 분위기는 좋았지만 공기가 몹시 탁하였다. 따뜻한 국물 대신 야채 스프로 속을 달래고 바삭한 피자를 먹으니 마치 고흐의 <감자를 먹는 사람들> 그림 속의 사람들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뿌노에서 볼만한 곳으로 추천된 재래시장을 구경하기 위해 나갔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감자의 종류를 볼 수 있다고 하였는데 보이지 않았다. 혼잡한 시장 안에 예수상이 있어 종교가 일상생활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과, 바나나, 토마토 등 싱싱한 과일을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가랑비를 맞아서 그런지 따뜻한 침대에 누웠지만, 마음은 휑뎅그레 하였다. 여행은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고요히 나를 찾는 시간이라고 하였다. 그동안 바쁘게 살아온 나를 돌아보고 명상에 잠기게 하는 시간이라 하였다. 잠들지 못하는 밤, 이런저런 생각을 떠 올리다 새벽에야 설핏 잠이 들었다.

 

저녁 식사한 장소는 고흐의 그림 <감자먹는 사람들>을 연상시켰다.

 

뿌노의 재리시장

 

뿌노의 대성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