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남미 43일 베낭 여행-40. 티티카카 호수의 우로스 섬

푸른비3 2024. 4. 24. 11:10

2015.10.20. .

 

쿠스코와 마추픽추 등을 거치면서 어느 정도 적응을 하였다고 생각했지만, 뿌노에서도 약간의 고산증세로 머리가 아프고 숨 쉬는 것이 힘들었다. 지난밤 숙면을 취하지 못하여 더욱 힘들겠다 생각하며 그동안 여행 안내서를 보고 기대하였던 티티카카 호수에 도착하였다.

 

티티카카호수는 페루와 볼리비아 국경지대에 있는 면적 8,135평방m의 호수로, 해발 3810m, 최대수심 281m. 안데스산맥의 알티플라노 고원 북쪽에 있는 남미 최대의 담수호이다. 배가 다닐 수 있는 호수 중에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다고 하였다. 선착장에서 관광객을 태운 페리호는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곧 출발하였다. 눈부신 햇살이 쏟아지는 반짝이는 호수의 물살을 가르면서 달리니 찌뿌둥하던 몸과 아픈 머리도 다 나은 듯하였다. 갈대 사이로 헤엄치는 물새들을 보며 이곳을 여행하는 나 자신은 참 행복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람이 제법 세차서 선실 안으로 들어오니 지난 밤 잠을 설친 탓에 졸음이 밀려 왔다. 잠깐 졸다가 창밖을 보니, 물 위 누런 갈대로 엮은 수풀 위에서 알록달록 원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 손을 흔들었다. 흐릿한 눈에 마치 분홍치마, 노랑 저고리를 입은 꼭두각시 같아 눈을 비볐다. 꼭두각시 인형처럼 보이는 사람들은 우로스 섬에서 생활하는 원주민 여인들로 섬으로 찾아온 관광객을 환영하는 인사로 손을 흔들었다.

 

잉카 시대 이전부터 존재해 온 긴 역사를 가진 우로스 섬은 '물 위에 떠있는 마을'이다. '타타로'라는 독특한 식물 줄기를 엮어 물 위에 띄어 만든 인공섬이다. 외세의 침입을 받으면 연결된 끝을 풀어 섬 전체를 끌고 피신한다고 하였다. 호수의 물고기를 낚아 생활한다고 하였지만, 지금은 관광수입에 의존하는 듯하였다.

얼핏 보니 물속에 잠긴 타타로의 두께가 엄청났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물속에 잠긴 풀이 썩으면 그 위로 새로운 풀을 계속 덧 올려 습기를 피하는 모양이었다. 아이들은 타타로 풀로 만든 섬 위에서 공부도 하고 놀이도 하였다. 어른들은 어업도 하고 기념품을 만들어 관광객에게 팔아 일상생활을 하는데 그들의 표정은 여유롭고 느긋하였다.

동그란 모양의 모자 아래 쫑쫑 땋은 두 갈래의 검은 머리와 원색의 의상이 내 어릴 적 소꿉놀이를 하기 위해 손으로 만든 헝겁 인형같다는 느낌이 드는 그 여인들의 환영을 받으며 섬에 올라간 우리는 그곳 촌장의 섬에서 생활하는 방식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알록달록 기념품을 구입하였다. 그들의 생활 집기가 들어있는 집안을 구경하고 같이 기념사진도 찍었다. 그들의 환송을 받으며 떠나는 배 안에서 앨리스의 신기한 나라를 구경하고 오는 기분이 들었다.

 

우로스 섬.

 

우로스 섬의 여인과 함께.

 

우로스 섬에서 생활하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