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남미 43일 배낭 여행-36.마추픽추 가는 길

푸른비3 2024. 4. 16. 09:16

2015.10.18..

새벽 5시 기상, 호텔에 딸린 식당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6시에 짐을 챙겨 로비에 맡기고 마추픽추로 가는 셔틀버스 주차장으로 향했다. 오래만에 쾌적한 숙소에서 머물 수 있어 피로가 다 풀린 듯하였다. 지난밤 우리가 머문 곳은 시설도 좋고 서비스도 좋아 하룻밤 머물다 떠나기에는 너무나 아쉬운 마음이 드는 호텔이었다.

숙소 근처에 마추픽추로 가는 셔틀버스 정류장이 있었는데, 아침 6시인데 벌써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행렬이 줄을 이어 있었다. 이렇게 이른 시간에 벌써 마을 위까지 길게 이어지는 줄을 서야 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우리 일행들이 다리 아픈 나에게 일행들이 승차장 근처에 앉아서 기다리라고 하여 덕분에 편하게 버스에 탑승하였다.

마추픽추는 남미에 대하여 알지 못했던 어린 시절부터 들었던 이름이다. 수수께끼와 신비에 쌓인 공중도시이니 누구나 한번 가보고 싶은 염원으로 이렇게 이른 아침부터 긴 줄을 서서 기다려서 가는 곳인 모양이다. 인원과 출입시간에 제한되어 있으니 일찍 서두르지 않으면 쉽게 갈 수 없는 곳이었다. 다행히 셔틀버스 운행횟수가 많아 길게 이어진 줄에 비하여 그렇게 긴 시간을 기다리지는 않았다.

 

마을을 벗어난 버스는 곧 좁고 가파른 산길을 오르기 시작하였다. 두 대의 버스가 교차하기 쉽지 않은 좁은 길이어서 가슴이 조마조마하였다. 멀리 구름을 머리에 인 안데스 산자락이 막 잠에서 깨어나는 듯하였다. 뾰족하게 치솟은 산의 스카이라인을 바라보니 이곳은 신의 영역인 듯하였다. 옅은 구름에 덮였다가 살짝 모습을 드러내는 봉우리들을 바라보며 아래를 내려다보니 낭떠러지 가파른 벼랑길에 아슬아슬한 길이었다.

속세의 인간이 신들의 영역에 발을 디밀어 넣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산봉우리를 감고 흐르는 구름, 막 긴 겨울잠에서 기지개를 켜는 골짜기, 길섶의 맑은 풀꽃, 빽빽한 푸른 숲, 신령스러운 기운이 서린 영봉들. 나를 이 신령스러운 곳에 올 수 있게 해 주신 하느님께 무한한 감사를 드리고 싶었다.

 

아침 6시의 승강장의 긴 줄.

 

마추픽추의 산봉우리.

 

책 속에서 보았던 바로 그 모습에 감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