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남미 43일 배낭여행-24. 차우칠야 공동묘지

푸른비3 2024. 3. 1. 22:34

2015.10.14. .

 

새벽 4시 닭 울음소리에 눈을 떴다. 마치 어린 시절의 고향으로 돌아온 듯 포근한 마음. 편안한 잠자리로 모처럼 깊이 잠이 들었나 보다. 새벽이 오기까지 가만히 누워서 그동안의 여정을 돌이켜 보았다. 주변의 걱정을 뒤로하고 집을 나선지 딱 한 주일이 지났건만, 평소 시간이 너무 빠르게 여겨진 것과는 달리, 마치 한 달을 보낸 듯 길게만 느껴졌다.아마존의 모기떼와 무더위, 나스카 사막기후, 낯선 숙소와 음식 등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는게 젊을 때와는 달리 쉽지는 않은 모양이다.

 

창이 환해지는 걸 보고 정원에 나가 신선한 공기를 깊이 마셨다. 아침 7, 로비의 식당에서 과일 위주의 아침 식사를 하고,(모처럼 마음에 드는 아침 식사.) 9, 8인승 승합차로 나스카 시내에서 30킬로 떨어진 고대 무덤이 있는 차우칠야 공동묘지로 길을 떠났다. 건조한 사막 지역이 끝없이 펼쳐졌다. 국토의 면적이 한반도의 6배에 달하는 광활한 지역이지만, 안데스 산악지대와 아마존 지역, 황량한 사막지대를 빼고 나면 경작을 할 수 있는 지역은 얼마되지 않는 듯 보였다.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먼지 풀풀 나는 사막 지역을 달리니 공동묘지가 나타났다. 잉카인들의 무덤인 이곳은 12곳의 지하무덤을 보호하고 있었는데, 모래 위로 군데군데 하얀 뼈와 두개골이 방치되어 있어 무척 놀라웠다. 방치된 것이 아니고 금을 그어놓고 자연상태로 보존하는 모양이었다. 현지 가이드는 키 작은 할아버지인데 독학으로 공부했다는 영어가 유창하였다.

 

BC400~AD600년 사이에 형성된 무덤 지역으로 길이가 3킬로미터, 폭이 200미터라고 하였다. 지하무덤에는 발견 당시의 모습으로 미이라들이 웅크리고 있었다. 사막 지역이지만 얼깃설깃 엮어진 지붕 아래에 서니 바람이 시원하였다. 푸석한 머리를 하고 무릎을 쪼그린채 앉아있는 미이라들을 바라보니, 지금 이렇게 웃고 울고 하는 내 자신의 근원은 무엇이며, 얼마 후면 저런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착잡하였다. 할아버지는 열심히 우리를 끌고 다니면서 설명을 해 주셨지만, 나는 고고학 학자도 아니고 미이라를 보는 것이 유쾌하지도 않아. 다리가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먼저 주차장으로 돌아와 쉬었다. 서늘한 바람이 불어와 촉촉이 밴 내 등의 땀을 식혀주었다.

 

공동묘비가 있는 곳.

 

미이라.

 

전망대에서 본 나스카의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