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 11. 목.
식전에 걸려온 친구의 전화. 오늘 일손이 필요한데 좀 도와줄 수 있어? 앗! 오늘 점심 약속 있는데? 급하지 않으면 다음으로 미루고 좀.도와줘. 전화를 끊고 부랴부랴 점심약속한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사정을 설명하고 점심약속 연기하기로 하였다. 친구는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음식점을 하는데 지난 연말에도 일손이 달려 알바를 하였다. 사실 나는 일손이 느려 제대로 일을 못 한다. 그날도 서빙이 서둘러서 실수 연발이었다. 주문한 것을 잊어버려 다시 가서 확인해야 했고. 유리컵도 하나 깨고 맥주병도 옷에 걸려 하나 깨뜨렸다. 밀려드는 손님들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고 일의 순서를 몰라 허둥대는 나를 보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참 답답하였을 것이다. 손님이 거의 빠져 나간 후 친구에게 그만 집에 가겠다고. 하였더니 친구는 생각보다 두둑하게 알바비를 주었다. 사실은 돈보다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고, 아직도 내가 효용가치가 있다는 생각에서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은 뿌듯하였다. 봉투를 호주머니에 넣으면서 다음에 또 필요하면 불러 달라고 하였지만, 일도 제대로 못하니 누가 부르겠는가? 속으로 미안했다. 그런데 오늘 또 불러주는 것 만으로도 고마워 점심약속을 연기하고 지금 노량진시장으로 가고 있다. 오늘은 조금 더 익숙하게 일을 할 수 있기를. 그래서 친구에게도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기를 마음속으로 다짐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