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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원의 아침편지 2024. 1

푸른비3 2024. 1. 7. 10:50
문신을 하기 전에


자신이 내키지 않는데도
상대방의 취향에 따라 문신이나
피어싱을 해야 한다면 어떨까요?
그 사람이 그렇게까지 하면서 사귈만한
존재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세요. 상대방을
소중히 여기기 전에 나 자신을 소중히
할 줄 알아야 건강한 관계가
형성됩니다.


- 바쿠@정신건강의의 《기분 좋은 일은 매일 있어》 중에서 -


* 문신은 본질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밖으로 드러내는 일입니다.
사랑이 영원히 변치 말라고 바위에 이름 새기듯
몸에 표시를 하는 것입니다. 스스로에 대한 다짐과
결심이면 모를까, 상대방에 보여주기 위한 것이면
후회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진정한 사랑은 몸이
아닌 가슴에 새기는 것입니다. 인간의 행위에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미래의 씨앗



"자본을
거의 가지지 못한 개인의
노력이 결국 미래의 씨앗이 될지 모른다."
(고흐의 편지 중에서)

- 인문무크지 아크 7호 《위로》 중에서 -


* 땅이 너무 비옥하거나
환경이 너무 풍요롭고 넉넉하면,
식물은 잎과 가지만을 무성히 키워냅니다.
오히려 척박한 땅과 기후, 거친 환경 속에서
식물은 많은 씨앗을 만들어냅니다.
존속하기 위한 몸부림입니다.
미래의 씨앗을 남깁니다.
괴로운 불면의 밤


잠은
어젯밤에도 저 멀리 있었다.
참으로 지긋지긋한 이 불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건만 요즘 들어 더욱 악화되었다.
나이 들어 더욱 그런가 보다 여기지만, 그보다는
뭔가 오래전부터 내 속에 자리한 불안이 더
커져서일 게다. 이번 수도원 기행으로
그 불안이 치유되기를, 아니 치유의
실마리라도 찾을 수 있기를 바랐다.


- 승효상의 《묵상》 중에서 -


* 세계적인 건축가도
불면으로 힘들어하는 모습에 위로를 받습니다.
불면의 원인은 만가지입니다. 특히 남이 가지 않는
창조의 길을 가는 사람에게 불면은 운명과도 같습니다.
열정과 소명감으로 버티기는 하지만 괴로운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육체는 잠들고 싶어도 뇌세포와 심층의식은
잠들지 못하고 늘 깨어 있는 것입니다. 불안, 막막함,
스트레스, 긴장상태가 창작자의 잠을 빼앗지만
그때 비로소 불멸의 설계도가
탄생하는 것입니다.
 
오늘 날씨



폭설 폭풍 전야
 
 
고령의 나이에 더 활발히 활동한 위인들


고령의 나이에 인간 문명에
지대한 공헌을 한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60대에도 스케치를 했고,
톨스토이는 70대까지 소설을 썼으며, 미켈란젤로는
80대에 작품을 조각했다. 윈스턴 처칠은 90세까지도
적극적이고 생산적으로 자신의 삶을
이끈 것으로 유명하다.


- 디팩 초프라의 《더 젊게 오래 사는 법》중에서 -


* UN에서 전세계인의 체질과 평균수명 측정 결과
연령 분류 표준의 새로운 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17세까지 미성년자, 65세까지 청년, 79세까지 중년,
99세까지는 노년, 100세 이후부터는 장수노인으로
분류했습니다. 생물학적 연령과 상관없이
얼마든지 젊게 살 수 있습니다.
몸은 늙어도 마음은 젊게!
 
 
생각은 아침에



생각은 아침 시간에
짧게 하는 것이 좋다. 잠을 푹 자고
아침에 일어나면 기분이 상쾌하다. 머릿속
상태도 밤에 잠들기 직전보다는 아무래도 맑다.
그래서 하루 중, 아침이 사색하기에
최고의 시간이라고 믿는다.


- 도야마 시게히코의 《어른의 생각법》 중에서 -


* '아침형 인간'이
한때 회자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저의 경우도 아침 시간, 더 엄밀하게는
새벽 시간대가 명상과 사색과 글쓰기에 좋습니다.
새벽은 부정적 생각의 파동이 잦아들고, 대신
긍정적 에너지로 채워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창조적 사고도 더 활발해집니다. 맑은
정신으로 새로이 시작되는 하루,
그 시작이 새벽입니다.
속상한 날 먹는 메뉴


식사의 즐거움은
먹는 것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요리하는 과정이 기분 전환도 되고
의외로 재미있습니다. 가끔 울적한 날에는
좋아하는 식재료를 듬뿍 사용해 제 마음대로
'속상한 날 먹는 파스타'를 만듭니다.
여기에는 마늘도 잔뜩 들어갑니다.


- 바쿠@정신건강의의 《기분 좋은 일은 매일 있어》 중에서 -


* 옛날 엄마들은
속상하면 빨래를 하셨습니다.
양잿물 비누 넣고 팍팍 삶아 방망이로 내리쳐대며
하얗게 하얗게 빨아 탈탈 털어 빨랫줄에 널었습니다.
풀 먹여 빳빳하게 만들어 다듬잇돌 위에 펴두고,
방망이로 팡팡 두드리며 마음을 다스렸습니다.
세탁기가 다 말려주기까지 하는 요즘,
속상하면 빨래 대신 마늘 팍팍 넣고
파스타를 만드는 것도
좋겠습니다.
지금의 나이가 좋다


누구나
자신만의 인생길을 걷는다.
그 길을 발견하고 걷는 것 역시 자신의
선택이다. 내 앞에 놓였던 수많은 길 중
쉬운 길은 없었다. 내가 선택한 길이기에
후회 없이 살아가자는 것이 나의 목표였다.
가끔은 지나간 시절이 아쉬움도 있지만, 지금
나는 삶의 여백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깨달은 나이가 되었다. 그래서
지금의 나이가 좋다.


- 성희승의 《별 작가, 희스토리》 중에서 -


* 나이가 드는 것,
그 무엇으로도 막을 길이 없습니다.
육신은 약해지고 시력은 저하되겠지만
이전에는 갖지 못했던 혜안과 통찰을 얻습니다.
그러면 알게 됩니다. 나만의 인생길을 걸어온
지난날 경험들의 의미를! 그 축복과도 같은
감사의 시간들을! 지금 이렇게 살아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축복입니다. 지금의 나이가
가장 좋습니다.
 
 
'나'와 가족 공동체


내가 있기에 세상은
가능성으로 존재합니다.
행복이든 불행이든
내가 있기에
의미가 생겨나지요.


- 성진, 박세웅 외 《종교는 달라도 인생의 고민은 같다》 중에서 -


* '나'는
단수이면서 복수입니다.
혼자이면서 동시에 다수의 사람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가족 공동체의
일원입니다. 가족이 있기에 '나'가 있고
모든 행복과 불행의 시작과 끝도
'나'와 가족 공동체에 있습니다
AI 챗지피티ChatGPT가 갖지 못한 것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가.
그 답은 사람에게 있다.
사람의 삶 속에 있다. 문자화되어 있는
지식이나 정보는 인공지능이 더 잘 알고 있다.
필요하면 챗지피티ChatGPT에게 물어보면 된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갖고 있지 못한 게 있다.
바로 지혜다. 지혜는 사람에게서 구해야
한다. 그래서 사람 공부가
최고 공부다.


- 강원국의 《인생공부》 중에서


* 지식은 백과사전에 가득합니다.
요즘에는 챗지피티ChatGPT로 대체되었습니다.
필요한 정보, 원하는 답을 놀랍게도 거의 충족해
줍니다. 그러나 이들이 지혜를 안겨주는 것은 아닙니다.
지식과 지혜는 차원이 다릅니다. 인간의 고뇌와 사색,
고난과 역경의 경험 속에서 싹트는 것이 지혜입니다.
특히 사람과 사람 사이의 경계선에서 움틉니다.
AI(인공지능) 기술과 테크놀로지가 발전할수록
인간의 정신, 철학, 윤리, 도덕에 더 많은
관심과 공부가 필요합니다.
 
 
어머니의 기도와 노동



기도와 노동.
바로 내 어머니다.
아버지를 따라 월남하여 부산에 정착한
어머니는 평생을 기도와 노동에 몰두한 삶을
사셨다. 올해로 아흔여섯의 고령이지만 지금도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교회의 새벽 제단 찾는 일을
거르지 않으며 틈만 나면 무릎을 꿇고 기도하신다.
그리고 늘 몸을 움직이며 뭔가를 하신다. 내 어릴 적,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하고 집 떠나 계신 동안
어머니는 그 작은 몸을 부단히 움직이며
우리 집안을 끝내 지켰다.


- 승효상의 《묵상》 중에서 -


* '어쩌면 그렇게 똑같을까?
나의 어머니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가?'
이미 하늘나라에 가셨지만 저의 어머니도
평생 기도와 노동으로 사셨습니다. 쉬지 않고 기도하시던
어머니의 모습을 기억합니다. 삯바느질, 남의 논밭 매기,
고구마 이삭줍기를 하며 허리가 굽어진 어머니의
모습을 생각하면 목이 멥니다. 그런 어머니가
기도하며 흘린 눈물, 그 한 방울도 남김없이
제 영혼의 우물에 고여있습니다. 매일 아침
한 모금씩 퍼올려 여러분께 드리는 것이
바로 '고도원의 아침편지'입니다.
제 어머니의 선물입니다.
 
잘 웃고 잘 운다


나는 본래 웃기를 좋아한다.
그것도 소리 내어 크게 우스운 일이
생겼을 때 너무나 큰 소리로 웃어버리곤 해서
그 소리에 다른 사람들까지 웃게 되는 일도 잦다.
잘 웃는 만큼 잘 울기도 한다. 물론, 울 때도
소리 내어 엉엉 운다. 가슴속에서 일어나는
감정을 절제하지 않으려 한다. 그러는 한편,
죽었다 깨어나도 절대 억지로
웃거나 울지는 못한다.


- 홍신자의 《생의 마지막 날까지》 중에서 -


* 사람의 감정을 드러내는
두 극단이 울거나 웃는 것입니다.
이를 인위적으로 차단하면 병이 생깁니다.
건강한 사람일수록 잘 웃고 잘 웁니다. 착하고
선한 사람일수록 더 잘 웃고 더 잘 웁니다.
그렇다고 억지로 웃고 울고 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감정을 절제하되
터져 나오는 웃음과 울음은
억누를 필요가 없습니다.
'의미심장', 의미가 심장에 박힌다


의미가 심장에 박히면
의미심장해진다. 의미심장함은
논리적 설명 이전에 가슴에 와닿을 때
일어나는 깨달음이다. 설명하려는 화두나 이슈,
개념이나 원리를 체험해 봐서 알고 있거나 몸소
깨달으면서 느낀 바가 많다고 생각하면 공감이 가고
의미심장하게 느낀다. 재미없는 의미는 의의가 없으며,
의미 없는 재미는 재롱에 지나지 않는다. 재미있는
의미와 의미 있는 재미라야 의미가 심장에
꽂히고 비로소 그 의미는 의미심장해진다.

- 유영만의 《2분의 1》 중에서 -

* '의미가 심장에 박힌다.'
재미있는 표현입니다. 그래야
'의미심장해진다'라는 말도 재미있습니다.
의미도 표현도 재미가 있어야 힘을 얻습니다.
아무리 뜻이 깊어도 재미가 없으면 사람들의
마음에 파고들지 못합니다. 의미심장하다는 말은
시시껍절한 것이 아닌, 깊이깊이 새겨야 할 것을
이릅니다. 그것은 심장에 새기는 것이
아마도 가장 강력할 것입니다.
 
 



마음의 소리


당신의 열정에
불을 지피는 것을 찾으면
끝까지 밀고 나가야 한다.
사람들이 제정신이냐고, 그런 게
통할 것 같으냐고 말해도, 또 스스로
의심이 들어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이성이 아닌
마음의 소리를 따라 경이로운 일을
이룩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 에번 카마이클의 《한 단어의 힘》 중에서 -


* 세상엔 수많은 소리가 있습니다.
새 소리, 바람 소리, 웃는 소리, 우는 소리...
이성이 일으키는 날카로운 소음도 있습니다.
가장 나를 움직이는 것은 내 마음의 소리입니다.
나의 열정과 나의 양심에서 나오는 소리입니다.
그 소리가 들렸으면 소신과 신념을 가지고
밀고 나가야 합니다. 경이로운 세상이
열리는 순간입니다.
 

신의(信義)

 
빛도 그늘도 함께
제자리 맴돌기


당신의 과거, 주변 환경, 주위 사람,
선입견, 머릿속의 목소리에 발목을 잡혀서
큰일을 하지 못하고 제자리만 맴돌아서는 안 된다.
당신이 만들고자 하는 더 나은 세상을 마음속에,
그리고 그것을 실현할 수 있다고 진심으로 믿자.
당신의 혈관을 타고 흐르는 힘을 느끼자.
이런 마음가짐으로 당신의
신조를 만들자.


- 에번 카마이클의 《한 단어의 힘》 중에서 -


* 다람쥐 쳇바퀴처럼
제자리에 맴돌게 하는 요인은 많습니다.
남 탓, 바깥 탓, 환경 탓을 해봐야 소용이 없습니다.
본질적으로 자신이 스스로 담당해야 할 몫입니다.
맴돌이에서 벗어나는 일은 신념과 신조의 유무에
있습니다. 진실로 내가 의도하고 소망한 것이
자기 신념과 신조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 때 비로소 제자리 쳇바퀴에서
탈출할 수 있습니다.
침묵과 용서


그런 건
용서가 아니야.
하진은 엄마에게 말했다.
십 년이 지나고서야 겨우 말할 수 있었다.
엄마, 내 침묵은 용서가 아니야. 내 침묵은
나를 위한 거였어. 나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가 지금까지는
침묵밖에 없었던 것뿐이야.


- 안보윤의 《밤은 내가 가질게》 중에서 -

* 고함과 비명보다
더 크고 깊은 건 침묵입니다.
침묵은 마음의 빗장을 걸어 닫을 수밖에 없는
소리 없는 절규입니다. 터져 나오지 못하는 비명을
질러본 적이 있습니까? 짐승의 포효 같은 절규를
삼키며 침묵해 본 적이 있습니까? 완전한
침묵 속에 용서는 시작됩니다.
영혼의 용서입니다.
 
 
 
모두가 행복한 세상


아무 이유 없이
행복해질 수는 없는 듯하다.
행복을 바란다면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다른 누군가가 행복하기를
바란다면 그 사람이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더 나아가 모든 사람의
행복을 극대화하고 싶다면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 미로슬라브 볼프 외 《가치 있는 삶》 중에서 -


* 누구나 행복을 추구하고 삽니다.
고통을 견디는 이유도 언젠가는 행복할 것을
믿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나의 행복이 다른
사람의 행복에도 도움이 되는가 하는 것입니다.
국가적, 이념적, 사회적 통념을 넘어선,
강자와 약자의 이분 대립을 넘어선,
이타적 행복을 추구할 때 비로소
우리는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귓속말


숨을 거두어도 손목시계가 멈추지 않듯이
사람이 시간에 떠밀려가도 귀의 솜털이 흔들리듯이
죽은 사람의 귀는 얼마간 소리를 듣는다고 한다

세상이 당신에게 임종 판정을 내린 후에도
당신은 종말의 파도에 허우적거리며
남은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듣고 있을 것이다


- 김이듬의 시집 《투명한 것과 없는 것》 에 실린
시 〈귓속말〉 중에서 -


* '영정 사진' 명상법이 있습니다.
명상 중에 자신의 영정사진 주변에서
지인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자신이
세상 소풍을 마치고 떠난 뒤, 그들은 나에 대해
뭐라 할 것인가를 바라보는 명상입니다. 살아있을 때
내가 어찌 살았는지를 미리 들어보는 것입니다.
진실로 가장 애도하는 이가 누구인지도
살필 수 있습니다. 이 명상 후에는
매사를 보는 시선이 달라집니다.
 
순한 사람이 좋아요


순한 사람이 좋아요
잔정은 많고
말수는 적은 사람
부끄럼에 가끔은 볼이 발개지는
눈매엔 이따금 이슬이 어리고
가만히 한숨을 숨기는 그런 사람이 좋아

오랜만에 만나고도
선뜻 밥값을 계산해 주는
그런 사람이 좋아

- 안윤자의 시집 《무명 시인에게》 에 실린
시 〈정이 가는 사람〉 중에서 -


* 순한 사람을 싫어하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입니다. 손해를 봐도
티 안내고 배려하고 또 배려하는 사람은
누구나 좋아할 것입니다. 그러나 여리고 순한
사람일수록 사실은 스스로 상처받는 일이
많습니다. 혹여나 스스로 상처받을까
살펴보며 염려하고 벗이 되어주는
사람이 진짜 친구입니다.
 
 
혼란



나만의 자유
백합의 꽃말


꽃에는
각자 자신이 가진 꽃말이 있다.
어떤 꽃은 존경 혹은 애정을, 어떤 꽃은 송이
개수에 따라 꽃말이 바뀌기도 한다. 백합의 꽃말은
순결과 변함없는 사랑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꽃은
그런 가녀린 꽃말을 가지기에는 너무나 많은 풍파를
맞았고, 아주 오랜 세월 동안 작은 잎 하나 튀어
내려고 이가 으스러질 만큼 애를 써야만 했다.
내 꽃 사전 릴리아 꽃의 꽃말은
이렇게 적어두고 싶다.
마침내 피워내다.


- 김가영의 《책장 속 그 구두는 잘 있는, 가영》 중에서 -


* '순결'과 '변함없는 사랑'.
백합의 꽃말이 정말 백합답습니다.
하지만 그 백합이 피어나기까지 너무나
많은 풍파를 참고 견디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온실 속에서 자란 꽃은 화려해도 향기가 없습니다.
척박한 곳에서 모진 비바람과 땡볕과 가뭄을
이겨내고 '마침내 피어난' 꽃이야말로
향기가 황홀합니다. 꽃말도
향기롭습니다.
수수께끼도 풀린다


헌책은
한 명 이상의 독자를 거치면서
책 자체의 내용에 읽은 사람의 손길이
더해져 특별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그러니
헌책방에 쌓인 책들은 새 책방에 곱게
진열된 책보다 훨씬 많은
수수께끼를 담고 있다.


- 윤성근의 《헌책방 기담 수집가》 중에서 -


* 헌 책을 읽다 보면
다른 사람이 그은 밑줄, 어느 곳은 메모,
또 어느 곳은 오타 교정까지 다양한 흔적들을
만나게 됩니다. 이 사람은 이 구절이 가슴에 와
닿았나 보구나! 아하...그렇군! 얼굴을 본 적은
없지만 마음은 서로 연결된 듯, 문득 만난
오랜 친구처럼 반갑기 그지 없습니다.
못 푼 수수께끼도 풀립니다.

 

'내가 김복순이여?'



"김복순이? 내가 김복순이여?" 하고
되묻는 스님을 보며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박장대소를 했지요. 그 스님뿐 아니라
나 역시 그런 경험이 있습니다. 관공서나 병원 같은
곳에서 주민등록증에 기재된 속명을 부르면 이름이
호명된 줄도 모르고 앉아 있다가 순서를 놓치기도
합니다. 스님들이 많이 모여 사는 절에선 어쩌다
속명으로 우편물이 오면 이름을 몰라 찾아주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 정목의 《사랑은 사랑으로 돌아옵니다》 중에서 -


* 이름은
그 사람의 정체성을 드러냅니다.
이름만 듣고도 그가 누구인지 압니다.
스님들은 특히 남다릅니다. 속가와 인연을 끊으니
속명도 쓰지 않고, 나이도 출가한 이후의 햇수인
법랍으로 계산합니다. 그러므로 속가의 이름이
낯설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이름은 파동입니다.
귀하게 얻은 자식일수록 천한 이름을 지어
생명줄이 길도록 하기도 했습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완전히 무시하고 살 수는 없으리라. 하지만
내가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인해
너무도 자주 감정이 요동친다면, 내가 사랑하고
보호해야 하는 이들에게까지 피해를 주는 언행이
내게서 나올 수 있다. 영혼까지 깨끗하게 해 주는
음악을 더욱 자주 들으면서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을 이겨 내야지. 그게 뉴스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 내가 내린 현실적인 처방이다.


- 신순규의 《어둠 속에서 빛나는 것들》 중에서 -


* 오늘도 수많은 뉴스가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공기를 마시지 않고 살 수 없는 것처럼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지를 알려주는 뉴스를
떠나서는 사회생활을 할 수가 없습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충격적인 소식들에 마음이 추락하고
언행마저 거칠어진다면 자기 손해일뿐입니다.
바깥의 폭풍에도 고요함을 찾을 수 있는 것,
그것이 알아차리기이고 바라보기입니다.
그것은 음악일 수도, 호흡일 수도,
명상과 요가일 수도 있습니다.
 
다시 태어나는 날



모든 날이 생일과 같아
1년 365일이 생일
매일매일
새로 태어나는 삶

모든 날이 새해 아침과 같아
1년 365일이 새해 아침

매일매일
새날이 시작되는
그런 새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은 날.


- 박영신의 《옹달샘에 던져보는 작은 질문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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