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 3. 화.
계묘년 새해를 맞이하여 1박 2일 동해안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처음 찾아간 곳은 양양의 낙산사.
양양은 서울 ~양양 고속도로가 개통되어 2시간 남짓이면 도착하는 곳.
여유있게 출발하여 내가 그곳에 도착하였을때는 어느덧
해가 서쪽으로 기울고 싯푸른 바다위로 보름에 가까운 달이
둥실 떠 올라 해맞이 대신 달맞이를 할 수 있었다.
낙산사는 2005년 양양 산불로 건물이 소실되었다가
2007년 11월 복원하였다고 한다.
천주교 신자이지만 사찰 탐방하는 것을 좋아하여
강원도 여행시 몇 번 찾았던 낙산사였는데,
뉴스에서 낙산사가 화마에 전소되는 모습을 보았을때
무척이나 안타까웠던 기억이 어렴풋하였다.
겨울날씨치고 포근한 날이어서 얼굴을 스치는 바람도 상쾌하였다.
낙산사를 오르기 전에 항상 먼저 찾아가는 의상대와 홍련암.
이곳은 시원한 조망의 동해바다를 끼고 있어 관동 팔경에 속한다.
의상대는
의상대사가 낙산사를 지을 당시 머무르면서 참선하였던 곳으로,
1925년에 건립하였으며,
홍련암은
낙산사 부속 암자로 신라 문무왕 11년(671년)
의상대사가 낙산사와 함께 지은 건물로 관음보살을 모시고 있어
관음굴이라고도 한다.
홍련암은 의상대사가 7일 밤낮으로 기도하다가
'붉은 연꽃'속에서 나타난 관세음보살을 보고
그곳에 세운 암자로 앞면 3칸, 옆면 2칸 팔작지붕이다.
어느 시인이 동해의 푸른 바다를 보고
밤낮으로 바위에 부딪혀 시퍼렇게 멍든 바다라고 하였는데,
나는 그저 눈이 시리게 파란,
그래서 바라만 보아도 눈물이 고일도록 맑은 바다라고 하고 싶었다.
의상대 소나무 사이로 하얗게 떠 있는 둥근달을 한참동안 바라보다
의상대를 옆구리에 끼고 비탈길을 조심조심 걸어 내려가
바위 벼랑위에 세워진 분홍빛 연꽃,
이름마저 아름다운 홍련암에 들어가
나도 홍련처럼 맑고 향기롭게 한 해를 살겠다고 삼배를 올렸다.
겨울의 해는 짧아 벌써 땅거미가 내리고 있었다.
부지런히 걸음을 옮겨 낙산사 해수관음상으로 향하였다.
가는 길에 있는 보타전을 잠깐 들여다 보니
황금빛으로 도금한 불상이 여러개 앉아 있었는데
해수관음상을 보고 싶은 마음에 설명판도 제대로 읽지 못하고 나왔다.
달님이 바로 눈앞에 다가온 비탈길을 오르니
하얀 옷자락을 바람에 날리며
정병을 양손으로 감싼 해수관음보살상이 보였다.
기억속의 해수 관음상은
바로 바다를 바라보는 위치에 서 있었던 것 같은데?....
다른 곳의 해수 관음상과 혼동되었는가?
이제 나이드니 내 스스로도 내 기억력을 믿을 수 없다.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잔잔한 미소를 머금은 관음상에게
합장을 하고 한바퀴 돌아 원통보전으로 향하였다.
사천왕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서니
한무리의 템플스테이 하는 팀들이 범종각앞에서
지도자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그들의 방해가 되지 않게 살그머니 걸어 들어가니
빈일루가 있었는데 나무의 형태를 그대로 살린
구부러진 형태의 계단이 눈에 들어왔다.
그곳은 출입금지여서 아쉬운 눈길을 보내고
대성문으로 들어서니 서쪽으로 기운 잔광의 빛을 받은
나즈막한 토담이 참으로 아름답게 눈에 들어왔다.
나중에 설명판을 읽어보니
낙산사 담장이 강원도 유형문화재 34호로 지정되어 있었다.
아름다움은 누구나의 눈에 다 아름다운가 보다....
혼자 고개를 끄덕였다.
대웅전을 모시고 있는 대부분의 사찰과는 달리,
낙산사는 원통보전을 모시고 있었는데,
원통보전은 자비로 모든 중생의 괴로움을 구제하고
극락왕생의 길로 인도하는 관세음보살상을 모신 건물로
사찰의 주불전일때는 원통보전,
부속 건물일때는 원통전 또는 관음전이라고 한다.
삼국유사에 의하면 671년 의상대사가 관음굴에서 기도하여
관세음보살을 만나 산정상에 불전을 지으라는 계시를 받고
관세음보살상을 조성하여 모신곳에 지은 절이
지금의 원통보전이라고 하였다.
원통보전 안에는 보물 1362호 건칠관음보살좌상이 있었다.
건칠은 흙으로 모형의 대략적인 형태를 만들어 그 위에
종이나 삼베를 입히고 칠을 바르고 말리는 과정을 반복해서
조성하는 불상이라고 하였는데,
전에 권진규 조각전시회에서 설명을 들었던 것이 기억이났다.
원통보전 내부의 건칠 불상에게 들어가
관세음보살상에게 나의 괴로움도 구제해달라는 기도를 하고 싶었지만,
템플스테이팀들 수업중이라 밖에서 고개만 숙이고 돌아서니
정다운 토담 안에 다소곳한 모습으로 서있는 보믈 499호 칠층석탑이
나를 대신하여 합장하고 서 있는 듯 하였고,
한뼘 더 높이 오른 달빛아래
검은 동해바다가 편안히 누워 밤을 준비하는 모습이 보였다.
기념식수한 오래된 벚나무, 배나무가 늘여진 산책로가 나타났다.
강원도 유형문화재 33호 석양으로 불그스레 물든 홍예문 아래를 지나
편안한 소나무 숲길을 천천히 걸어 내려오니
그동안 쌓였던 아픔과 눈물이 어느새 위로와 치유를 받아 편온하였다.
안내도.
설명판.
홍련암 가는 길.
소나무 위로 보이는 둥근달.
의상대.
홍련암.
홍련암 가는길, 소나무 사이로 보이는 의상대.
짙푸른 바다 바위위에 앉은 갈매기떼.
해질 무렵의 홍련암.
홍련암 설명판.
낙산사 입구의 관음보살상.
낙산사 보타전.
보타전 안의 불상.
해수 관음상 가는 길.
해수관음상.
달은 점점 높이 떠오르고.
사천왕문.
범종각.
빈일루.
자연목을 이용한 빈일루 계단.
대성문.
원통보전과 석탑.
원통보전의 내부.
원통보전의 아름다운 담장과 그 너머의 동해.
원통보전 설명판.
담장 설명판.
625전쟁후 고 이형근장군이 원통보전 복원시 식수한 역사가 있는 벚나무.
낙산 배나무.
홍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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