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하순부터 시작한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50+보람 일자리도 이제 11월 말이면 계약이 만료된다.
그동안 전업주부로 느슨하게 생활하다가 일주일에 2번이지만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하는 것이 힘들었지만 나름 보람도 있었다.
그동안 00초등학교 병설유치원에서 장애유아 활동보조를 하였는데,
내가 활동보조를 하였던 발달장애인 김00는 처음 만났을때는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서 교실바닥에 손가락 끝으로
금을 그으며 놀았고 그림책도 한가지만 계속 보려고 하였다.
이제 친구들과 잘 어울려 블록도 쌓고 다양한 종류의 그림책을
번갈아 가면서 볼 뿐만 아니라 제법 글도 읽을 수 있게 되었으며
활기차게 의사표현도 하여 이제 거의 내 도움이 필요없게 되었다.
어제와 오늘 5세반의 활동보조 선생님이 결근을 하였으므로
주로 7세반을 담당하였던 나는 5세반 유아들의 활동보조를 하였다.
이번 유치원 활동보조를 하면서 우리나라의 유아교육의 현실을
어느 정도 체험하였는데 우리나라가 선진국이라는 것을 실감하였다.
오늘은 여아들의 곁에서 소꼽놀이하는 것을 지켜 보았는데
옷장, 쇼파, 주방도구, 세면도구 등 너무나 잘 만든 장난감이었다.
우리 어린 시절, 담벼락 그늘 가마니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사금파리에 풀이나 나무 열매로 하던 소꼽놀이와는 천지차이였다.
요즘 유치원에는 달마다 새로운 장난감과 그림책을 구입하고
색연필, 크레파스, 색종이 등 가득 채워 놓아 유아들이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다.
여아들 서너명이 소꼽놀이를 하는 모습을 곁눈질로 보았는데,
다람쥐, 토끼, 여우, 생쥐 등 동물 인형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손가락 크기의 조그만 그 동물 인형들은 제 각각 옷을 입고 있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레이스 바이어스가 달린 꽃무늬 원피스,
줄무늬 셔츠, 체크무늬 멜빵바지 등 너무나 섬세하고 정교하게 만들어
그대로 확대하면 사람이 입어도 될 것 같았다.
여아들이 소꼽놀이 하는 곁에 나도 그만 철버덕 바닥에 앉아
5살 짜리 유아가 되어, 너구리 인형에게 꽃무늬 원피스도 입히고,
토끼 인형에게 하얀 레이스가 달린 블라우스도 입히고,
다람쥐에게 넥타이 달린 양복도 입히는 즐거움에 푹 빠졌다.
나의 어린 시절, 조금 빳빳한 종이에 두팔 벌린 인형을 그린 후,
원피스, 블라우스를 그려 색칠을 하고 가위로 오려 인형놀이를 하였는데,
그 때 누리지 못한 호사를 지금 유아들 덕분에 하고 있다고
담임 선생님에게 말하였더니 "실컷 즐기세요!" 하면서 활짝 웃었다.
내가 옷을 입힌 인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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