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방

RE: 자연스러운 인간

푸른비3 2021. 12. 29. 04:16

1) 
신자유주의라는 무한 경쟁 세상에 처한 인간에게 선과 악, 같음과 다름, 참과 거짓 같은 기준은
일견 분명해 보이지만,
실제 현실은 복잡하고 미묘한 상황 속에 다면적인 개개의 인간 본성이 서로 얽혀 있다. 


2)
본질이란 과연 절대적, 불변적으로 규정될 수 있는지?
선악이라는 양가적 구분의 사과처럼 로켓 실험에 이용된 침팬지 ‘햄’, 카프카의 『변신』, 브레히트의 『갈릴레이의 생애』,
아인슈타인과 오펜하이머의 맨해튼 프로젝트, 인공지능의 아버지였으나 성소수자였던 앨런 튜링 등의 선악은
과연 절대적, 불변적으로 규정될 수 있는지?



3)
국일 고시원 화재 사건, 구의역 스크린 도어 사망사건, 세 모녀 자살 사건과 같이 빈곤과 소외로 세상을 등지고 잊혀진 이들.
한편, 전시장에 설치되는 우주의 역사를 간직한 소행성, 밀레의 〈만종〉, 클레의 〈산 정상 위에서〉........
냉혹한 현실에 맞서 우리는 여전히 유토피아를 꿈꾸지만,
서글프게도 그 실현은 묘연하기만 하다.



4)
식민 시대는 물론 독립 이후 근대화, 민주화 과정을 걸쳐 여러 양상으로 표출된 우리의 역사.
상처로 가득한 우리의 발자취에서 끈질기게 반복해 나타나는 괴물은
‘너인지? 나인지? 누구인지?’

‘결국 현재의 우리 또한 또 다른 의태를 통해 생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5)
〈신세계〉는 ‘진보’라는 미명하에 이루어진 인류의 문명.
서구와 아시아간 무역으로 파생된 각종 산물
향신료와 식재료, 희생당한 동물, 전파된 전염병,

여행 문학의 대표작 소설 ‘로빈슨 크루소'...
그 중앙에 위치한 헤르메스는 무역의 신이지만 도둑질의 신이기도 하다.



6)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단편소설 『모자』.
평소 두통과 정신병에 시달리던 주인공은 길에서 우연히 모자를 발견하고
주인에게 돌려주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지만,

마을 사람들 모두가 똑같은 모자를 쓰고 있어 주인을 찾을 수 없다.
결국 주인공은 지쳐서 집으로 돌아와 모자를 눌러쓴다.


7)
과학의 발전은 인간에게 득인가 독인가?
존재의 본질을 하나로 규정할 수 있는지?




진리라고 믿어지는 것도 역사나 상황에 따라 가변적인 것을 알아
니체는 자연 그대로의 인간(homo natura)를 이야기 했고,
송상희는 신자유주의 무한경쟁 세상에서 그 모습을 보았다.


(서울시립미술관 송상희 개인전 팜플렛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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