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영화 '벤허'를 보고

푸른비3 2016. 9. 23. 12:22

벤허 Ben-Hur, 2016 제작

요약
미국 | 어드벤처, 드라마 | 2016.09.14 개봉 | 12세이상관람가 | 123분
감독
티무르 베크맘베토브
출연
잭 휴스턴, 토비 케벨, 모건 프리먼, 로드리고 산토로 더보기
줄거리
역사상 가장 위대한 걸작! 경주는 시작일 뿐이다! 로마 제국 시대, 예루살렘의 귀족 벤.. 더보기

 

 

(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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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허

2016.9.22. 목.오후 4시 15분.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

 

청소년 시절 가장 감명깊게 보았던 영화 중의 하나였던 '벤허'.

그 영화를 리메이커 한 영화가 이번 추석 성수기에 상영된다고 하였다.

요즘은 젊은이 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령층에서 극장을 찾는 것 같다.

나는 혼자서 짜투리 시간을 이용하여 영화관을 찾는 걸 좋아한다.

 

오늘도 문우들의 모임이 6시 30분에 영화관 근처에서 있기에

조금 일찍 집을 나서서 보고 싶었던 영화를 감상하기로 하였다.

영화는 한 두어시간 동안 저렴한 비용으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가상의 세계에서 즐길 수 있기에 혼자서 영화를 보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청소년 시절에는 별 다른 문화를 즐길 공간이 없었기에

한 달에 한번 정도 학교에서 단체로 가서 보는 영화감상은 학창시절

칠판 한쪽 면에 적어 놓았던 빽빽한 수업을 잠깐 쉴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다.

사춘기 시절 나는 영화속의 주인공의 사진을 보며 짝사랑을 하기도 하였다.

 

내가 학창시절에 보았던 영화 '벤허'의 남주인공 찰스 헤스톤은

카리스마가 강한 이미지의 남자였지만, 내가 흠모하는 마스크는 아니었다.

나는 알랑 드롱이나 그레고리 팩 같은 꽃미남 스타일의 마스크를 좋아하였다.

그렇지만 그 영화속의 주인공의 이미지는 오래동안 기억속에 남아 있었다.

 

이번에 리메이커한 영화도 루 윌레스의 소설을 바탕으로 하여   제작되었지만,

전에 보았던 내용과는 많이 달라서 내 기억력을 의심하게 하였다.

벤허의 집안이 몰락하게 된 사연이라든가, 해적선에서 벤허가 탈출하게 된경위,

예수의 출현과 벤허의 가족이 다시 상봉하는 장면 등이 많이 각색된 듯 하였다. 

 

로마의 지배하에 있던 예루살렘에 새로 부임하는 총독을 행렬을 보기 위해

벤허의 가족이 자신의 저택 난간에서 구경하다 여동생이 실수로 떨어 트렸던

기와장이 새 총독의 머리에 맞아, 반란으로 누명을 씌웠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제 3의 인물이 화살을 쏘고 도망가는 바람에 벤허의 몰락을 가져왔다.

 

땀이 베인 손으로 가슴을 조마조마해 하며 보았던 로마군의 노예선 안.

둥둥 북을 두드리면 족쇄를 찬 노예들이 힘차게 노를 젓던 장면은 똑 같았다.

채찍을 휘두르면 등에 나타나던 피가 낭자하던 채찍 자국을 차마 볼 수 없어

눈을 꼭 감고 어서 그 장면이 지나가기를 바랬던 소녀는 이제 할머니가 되었다.

 

가장 인상에 남는 장면은 역시 하얀 흙먼지가 자욱하던 마차 경기전이었다.

군중들의 함성이 하늘 드높이 울려 퍼지고 질주하는 말들의 휘날리는 갈퀴.

어릴적 벤허의 친구였던 지금은 로마의 호민관이 되어 다시 돌아온 메살라는

벤허를 죽이기로 작정하고 칼날이 박힌 마차를 몰고 와 벤허에게 공격하였다.

 

세월이 흐른 후 해외여행을 하면서 아직도 지구 곳곳에 남아있는 로마시대의

흔적을 보면서 역시 로마 시대의 영광은 대단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는데,

이번 영화를 보면서 어떤 영광과 번영뒤에는 숱한 사람의 눈물과 피와 땀이

서린 한이 맺힌 고통과 억압의 역사 현장이 있다는 걸 다시 생각하게 하였다.

 

 

이번 벤허역을 맡은 잭 휴스턴은 요즘 시대에 어필하는 꽃미남 마스크이었다.

찰스 헤스턴같은 강한 눈빛도 없었고 탄탄한 근육질의 사나이 이미지도 없었다.

남자 주인공보다 오히려 눈부신 하얀 갈귀를 휘날리는 말들이 더 멋지게 보였다.

그럼에도 무언가 뭉클하게 하는 가슴속에 진한 감동을 남겨주는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