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영화 <인천상륙작전>을 보고.

푸른비3 2016. 7. 29. 13:19

인천상륙작전

 

2016.7.29.목. 오후 3시20분.

롯데시네마 건대점.

 

장마철이지만 기다리는 비는 오지않고,  우중충한 날의 연속이다.

구름이 무겁게 내려앉고 방충망에 매달린 매미울음소리 요란한 한 낮.

이런 날은 어떤 일을 하여도 능률이 오르지 않는 날이다.

그림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화구를 던져놓고 곧장 영화관으로 향하였다.

 

조금전 화우들과 함께 점심을 먹으면서 스마트폰으로 검색하니,

<인천상륙작전>이 눈에 들어왔고 상영시간이 촉박하였다.

다행히 마감시간전에 도착하였는데 앞 좌석밖에 남지 않았다.

앞좌석은 목이 아파 불편한데 기다리느니 일단 들어가기로 하였다.

 

상영관 안으로 들어서니 정말 일추의 여지도 없이 빽빽하다.

근래에 이렇게 많은 관객이 들어찬 영화를 본 기억이 없다.

내 취향의 영화는 대부분 흥행성과는 거리가 먼 영화여서

20명 남짓의 관객으로 전기료는 제대로 나오려나 걱정하였었는데....

 

평점이 낮아 한가하게 영화를 즐기겠거니 생각했는데 뜻밖이다.

영화평론가들의 혹평에도 불구하고 입소문으로 선택한 관객들인가?

앞좌석은 아무래도 불편하여 상영도중 계단을 걸어 맨 뒤로 올라갔다.

빈 좌석에 없어 맨바닥에 앉아서 보더라도 오히려 더 나았다.

 

역사책에서만 접하였던 625전쟁과  '인천상륙작전'.

화면에 펼쳐지는 1950년 625 전쟁 직후의 인천의 거리는

'피로써 조국을 지키자'는 팻말의 붉은 구호 플랭카드와

미제의 앞장이로 처벌당한 시신을 높이 매달아 놓아 살벌하였다.

 

북침으로 단 사흘만에 남한은 북한의 손아귀에 들어가고,

연합군 사령관 맥아더는 인천상륙작전을 계획한다.

그러나 인천은 조수간만의 차가 커서 상륙시간이 단 2시간.

성공확률 1/5000인 누구도 확신할 수 없는 위험한 작전이다.

 

러시아 유학파 장학수(이정재 분)는 아버지를 처벌하라는 명령에 불복하고

탈북하여 결국 남한의 해군 첩보부에 대위로 편입하여,

대북 첩보작전 'X-RAY'작전에 투입되어 북한 군 박남철로 위장하여,

한국인으로 구성된 연합군 스파이 '캘로부대'와 연합작전을 펼친다.

 

북한군의 인천 방어 사령관 림계진(이범수 분)은 장학수와 같은

러시아 유학파 군인으로 공산주의 사상이 투철한 학사 출신 군인.

사실 이정재의 연기도 좋았지만 나는 이범수의 연기가 퍽 좋았다.

날카롭고 치밀하고 당성이 투철해 보이는 냉혹한 연기가 돋보였다.

 

장학수는 먼 발치에서 행상을 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지켜보고는

인사도 건내지 못하고, 어머니와 작별할 자신이 없어 그대로 돌아선다.

항상 맏형의 역할을 한 대원 남기성이 행상하는 아내를 만나,

젖먹이 아이를 어르면서 꼭 살아서 돌아오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

 

맥아더 장군의 인천상륙 작전은 노르망디 작전과 함께

현대 전쟁사에 빛나는 업적을 거둔 작전이지만 그 뒤에 숨은

이런 희생이 따랐기 때문에 가능하였을 것이다.

사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영화라고 하였다.

 

맥아더 장군(리암 니슨 분)은 1950년. 9월 15일 작전명 '크로마이트'에

75,000명의 연합군과 261척의 함정을 투입하였다.

장학수는 이 작전을 실행하기 위한 인천상륙 함대를 유도하는 임무를 맡아,

조명탄을 쏘고,  팔미도 등대를 점화하여 상륙을 성공으로 이끈 숨은 공로자였다.

 

사실 전쟁영화는 내 취향의 영화가 아니어서

피를 튀기는 장면이 지루하여 딱딱한 바닥에 앉아

언제 이런 장면이 끝나나...하고 시계를 몇 번이나 들여다 보았다.

그러나 포탄의 연기가 자욱한 장면, 함대가 행진하는 장면들은 멋졌다.

 

인천상륙작전 뒤의 실화에는 철수를 서두르는 있던 첩보부대는

북한군이 영흥도로기습해 오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는

임병래 중위와 홍시욱하사는 북한군에 맞서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포위되고 기밀의 누설의 위기에 스스로 죽음을 택하였다고 한다.

 

역사책속에서만 알았던 그 인천상륙작전을 이렇게 영화로 보고 나니,

막연하게만 느껴졌던 한국 전쟁사를 좀 더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고,

전쟁뒤의 숱한 병사와 민간인들의 희생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 들었고,

상상, 이념을 떠나 전쟁은, 더 이상 지구에서 재연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