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
한강 연작소설
창비출판사
읽은 날짜: (2016.6.14~16)
세계 3대 문학상이라고 할 수 있는 영국의 맨부커상을 수상한 후, 서점가의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채식주의자를 이번에 그림동아리의 전직 교장 선생님께서 빌려주셔서 읽게 되었다.
평소에 정독을 하는 편이어서 책을 읽는 속도가 느린 편이었는데, 이번에는 단숨에 읽었다.
읽고 나서도 작가는 독자에게 전달하려고 하는 메세지가 무엇인지 알 수 없어 다시 한번 더 읽었다.
이상 문학상 수상한 작품집은, 제1회 수상작인 김승옥의 <서울의 달빛>부터 읽게 되었고,
매 년 이상 문학상 수상 소식을 들으면 서점으로 달려가 문학사상사에서 출판된 수상작품집을
먼저 사서 읽는 즐거움을 누렸는데, 이상하게도 2005년 한강이 수상한 <몽고반점>은 빠졌다.
작가 한강에 대해서는 그냥 이상 문학상< 몽고반점>을 수상한 작가라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
책의 앞날개에 실려있는 간략한 작가의 프로필에 의하면 1970년 광주출생.
연세대 국문학과를 졸업하였으며, 1993년 계간 '문학과 사회' 겨울호에 시,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붉은 닻>이 당선되어 문학활등을 시작하였으며,
만해문학상, 이상문학상,황순원문학상, 한국소설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고 하였다.
소설집 <여수의 사랑>, <노랑무늬영원>, <검은 사슴>, <그대의 차가운 손>, <희랍어 시간>,
산문집 <사랑과, 사랑을 둘러싼 것들>,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 등이 있다.
소설가 한승원의 딸이기도 한 그녀의 모습은 꿈꾸는 듯 한 그윽한 눈매를 가진,
긴머리의 청순가련형의 갸름한 얼굴로 두손을 가지런히 모두고 있는 모습이었다.
채식주의자(창작과 비평), 몽고반점(문학과 사회), 나무 불꽃(문학 관) 3편의 중편은
각각 독립된 작품으로도 읽을 수 있지만, 연작으로 한 편의 긴 장편을 이룰 수도 있다.
처음에 수록된 <채식주의자>는 화자가 나로 나오지만, 나에 대한 자세한 서술보다는
어느날 아침 갑자기 채식주의자가 된 아내 영혜에 대한 서술로 이끌어 갔다.
나는 아내가 특별한 단점도 장점도 없는 가장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였다.
그 평범함이 편할 것 같아 나는 그녀에게 별다른 애정도 느끼지 못하면서 결혼하였다.
아내가 어느날 꿈을 꾼 후 몽유병 환자처럼 새벽에 일어나 냉장고속에 든 고기를
다 꺼집어 내어 쓰레기통에 버리면서 부터 이야기는 긴장감을 더하여 가게 된다.
아내는 꿈에서 고깃 덩어리에서 떨어진 피를 본 이후에는 완전 다른 여자로 변했다.
나에게서 동물적인 피의 냄새가 난다고 하면서 딴 방을 사용하였으며,
종일 멍하니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졌고, 나날이 마르고 정상적인 생활인이 아니었다.
그런 아내가 못마땅한 나는 아내의 언니인 인혜에게 묘한 성적인 매력을 느끼게 된다.
처형의 집들이날 시골에서 상경한 장모는 억지로 딸에게 고기를 먹이려고 한다.
거부하는 아내에게 장인은 손찌검을 하고, 그 난리속에 아내는 손목을 긋는 소동을 벌인다.
장인은 베트남 전쟁에서 무공훈장을 받은 것을 자랑하는 가부장적인 사람이었다.
그 사건으로 아내는 정신병원에 입원을 하고 결국은 별거를 하게 된다.
아내 영혜는 어린 시절 자신을 문 흰둥이를 아버지가 오토바이에 매달아 끌고 다니다가
죽인 후 동네 잔치를 벌인 광경을 목격한 후 마음속에 아버지에게 마음을 닫은 상태였다.
18살까지 아버지에게 구타를 받으면서 자란것이 잔인함에 대한 트라우마가 형성되었다.
결국 그 두려움의 얼굴은 자신의 뱃속에 있었던 것이라는 걸 아내는 깨닫는다.
<몽고반점>은 영혜의 형부의 시각으로 이야기를 서술한 형태였다.
그는 미술대학을 나왔지만 특별한 작품활동을 하지 못하고, 아내 인혜가 생계를 이어간다.
어느날, 물감으로 그림을 그린 댄서들의 나체 공연을 본 그는 문득 이미지가 떠 올라,
여지껏 가슴속에 묻어 두었던 새로운 작품을 하고 싶은 열망에 들뜨게 된다.
그는 자신의 이미지는 여지껏 다른 누구도 발표하지 못한 신선한 충격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내에게서 우연히 처제 영혜가 아직 엉덩이에 몽고반점이 있을거라는 말을 들은 후,
인혜에게서는 한번도 느끼지 못하였던 성적인 흥분을 느끼고 처제를 생각하며 사정을 한다.
자신의 이미지의 모델로 가장 적합한 인물인 몽고반점이 있는 영혜의 나신에 그림을 그리고 싶어한다.
형부의 제안을 별다른 거부없이 받아들인 영혜는 그의 친구의 작업실에서 나신에 그림으르 그리게 한다.
처제의 엉덩이에 있는 엄지손가락만 한 몽고반점을 발견한 순간 그는 영감을 얻은 듯 그림을 그린다.
자신의 마른 봄에서 피어난 황홀한 꽃들을 본 영혜는 그 꽃들이 지워질까 두려워한다.
이어서 남자 모델과 함께 나신을 찍는것도 허락하고 그날 처음으로 온몸이 젖었다고 고백한다.
그는 대학시절 애인이었던 P에게 자신의 나신에 그림을 그려줄 것을 부탁하고,
다시 영혜를 찾아가 그토록 그가 찍고 싶어하였던 강열한 이미지의 교합장면을 찍는다.
그는 자신에게서 여지껏 한번도 내지 못하였던 동물적인 본능의 소리를 질렸던 것을 깨닫는다.
다음날 아침 아내는 그 장면이 담긴 비디오 테잎을 발견하고 정신병동 구급차를 부른다.
<나무 불꽃>의 화자는 가장 순종적이며 사려가 깊고 생계와 육아를 책임진 여인 인혜다.
신혼초부터 화장품가게를 꾸려가며 남편의 작품활동을 뒷받침을 해준 착한 여자.
그러나 남편은 착한 여자에게 보다 거칠고 반항적인 처제에게 더 성적인 매력을 느낀다.
그녀는 문득 자신이 이 세상을 살아본 적이 없다는 느낌이 들어 놀란다.
기억할 수 있는 오래전의 어린시절부터, 그녀는 오직 견뎌왔을 뿐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선량한 인간임을 믿었으며, 그 믿음대로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았다.
성실했고, 나름대로 성공했으며, 언제까지나 그럴것이라고 생각한다.
동생 영헤와 남편의 이상한 정사장면을 보고도 분노하기 보다는 측은하게 생각한다.
고개를 수그린채 그녀는 걷고, 또 걸었다. 땀인지 눈물인지 알 수 없는 것으로
뒤범벅이 된 얼굴을 손등으로 묵묵히 문질렀다. 자신을 집어 삼키는 구멍같은 고통을,
격렬한 두려움을, 거기 동시에 배어든 이상한 평화를 그녀는 느꼈다. (중략)
저 껍데기 같은 육체너머, 영혜이 영혼은 어떤 시공간 안으로 들어가 있는 걸까.
그녀는 꼿꼿하게 물구나무서 있던 영혜의 모습을 떠 올린다.(중략)
꿈속에선, 꿈이 전부인 것 같잖아. 하지만 깨고 나면 그게 전부가 아니란 걸 알지....
그러니까, 언젠가 우리가 깨어나면, 그때는......(나무 불꽃에서 발췌한 글)
이 책을 다 읽은 뒤 나는 멍한 느낌이 들었다. 지은이는 무엇을 말하고 싶어하는 것일까?
인간의 근원적인 슬픔과 외로움? 그렇다고 하기에는 상황이 너무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 세상의 모든 남자는 자기 아내보다는 처제, 처형에게 더 성적인 매력을 느끼고,
마음으로나마 그런 넘지 못한 상황을 상상하며 위안을 얻으며 즐거워할까?
초등학교 동창생들의 모임에서, 우리는 더 이상 여자로 보지 않는 남자 동창생이,
전철을 타면 앞에 앉은 여자의 은밀한 부분을 상상하며 슬며시 웃는다고 하였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그런 넘을 수 없는 상황을 은근히 기대하는 것일까?
오이디푸스 컴플랙스도 그런 맥락이라고 할 수 있을까.....모르겠다.
작가는 30대 후반의 비디오 아티스트인 그의 입을 통하여
자신의 늙어감에 대해 상심하고, 처제와 후배 J의 젊음을 동경하고 부러워하였다.
그러나 나는 이제 오히려 늙은 나 자신이 좋다는 생각이 든다.
더 이상 욕망에 시달리지 않고 자연에 순응하며 사는 늙음은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소설 책 뒤의 허윤진이 쓴 해설 '열정은 수난이다.'를 읽어 보았다.
해설이란 작품의 이해를 돕기위한 글이라고 생각하였는데, 오히려 더 어렵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아둔한 내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얀 집의 붉은 벽' 은 무엇이며, 갤러리 71. 8.93....암호같은 숫자는 무엇인가?
작가의 메세지를 몰라 낑낑대고 있는데, 친구의 카톡이 왔다.
내가 이 책을 읽긴 했는데 무엇을 말하는건지 도저히 모르겠다고 했더니,
친구의 답장에 ....음식을 골고루 먹으라는 뜻이야....하였다.
푸하하....길을 가면서도 이 답장이 우스워서 나는 미친 사람처럼 실실 웃었다.
한강은 젊은 나이에 여러 문학상을 섭렵하였으니 당연히 역량이 있는 작가이다.
그녀의 문장은 서정적이면서도 군더더기가 없고, 구성이 치밀하고 튼튼하였다.
집중력이 없는 나도 이 책은 손에서 놓지 못하게 재미가 있고 흡입력이 있었다.
작가의 의도를 알 수 없는 것은 그동안 내가 문학에서 너무 먼 곳에 있었기 때문일게다.
채식주의자 표지.
앞 날개의 작가 프로필.
책을 읽고 난 뒤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전시된 목우회 회원의 작품.
이 그림을 보면서 어쩌면 영혜의 나신에 그린 그림이 이런 그림이 아니었을까?....상상하였다.
영혜의 형부이면서 비디오 작가인 그의 몸에 그려넣은 그림은 아마도 이런 그림이었을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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