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박민규의 <낮잠>을 읽고

푸른비3 2008. 12. 25. 01:41

2008 제 32회 이상문학상작품집

우수상 수상작 -박민규의 <낮잠>

문학사상사

 

인물

박민규
출생
1968년
출신지
울산광역시
직업
소설가
학력
중앙대학교
데뷔
2003년 소설 '지구영웅전설'
수상
2008년 제32회 이상문학상 우수상 '낮잠'
2007년 제8회 이효석문학상
팬카페
지구영웅박민규
위키백과
박민규(1968년~ )는 대한민국의 작가이다..1968년 울산에서 태어났으며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장편소설 《지구영웅전설》로 2003년 문... 더보기

 

별 헤는 밤       

                                   윤동주(尹東柱 1917∼1945)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헬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憧憬)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佩), 경(鏡), 옥(玉), 이런 이국 소녀
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
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잼', '라이너 마
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 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펀글)

 

     *       *        *

 

올해 아상문학상작품집에 실린 수상작중

가장 내 마음을 끄는 작품이 바로

박민규의 <낮잠> 이었다.

 

그래도 다른 아낙들보다는 내가 문학 작품 읽기를

좋아한다고 자처하고 있었는데

이번 수상 작가 8명중 내가 알고 있었던 이름은

겨우 정영문과 하성란 두사람밖에 없었다.

 

그만큼 내가 한국 문단에서 글쓰는 사람들의 글을

읽고 있지 않다는 결과라고 할 것이다.

하긴 매일 숱하게 쏟아져 나오는 출판물 중

내가 읽을 수 있는 분량은 일주일에 겨우 한권 정도이니

어떻게 새로운 작가의 등장을 알겠는가?

 

대상을 수상한 작품은 두번이나 읽어도

가슴에 와 닿는게 별 없었는데

박민규의 <낮잠>을 처음 몇줄을 읽었을 뿐인데도

참 좋은 작품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본문에 들어가기전

작가 소개란에 있는 사진을 보았을적

풋~!하고 웃음이 나오게 하는 코믹한 색안경을 쓰고

놀부 수염을 길러 또 이상하고 난해한 글이겠구나....

생각하였는데....낮잠을 잔 게 실수였다....

잔잔하고 서술적인 문장이 속속 눈에 들어왔다.

 

     *      *       *

나(한영진)는 노인 전문 치료 기관(소명 요양원)

이라는 간판을 달고 있는 요양원에서

나머지 여생을 보내고 있는 66세 남자이다.

 

아내를 먼저 보내고 자식들에게 재산을 배분하고

일반 양로원에 갈 형편이 못되어 가정 형편이 어려운 노인들이

죽음을 기다리는 이곳에서 생활한다.

 

그곳에 우연히도 학창시절의 친구 정동필(똥파리)와

함께 그럭저럭 세월을 죽이고 있다.

무료하여 채널을 돌리다가 영화 <로마의 휴일>의

여 주인공 오드리 햅번을 보고 청춘의 날을 되새긴다.

 

젊다....영화 속의 그레고리 팩처럼 내게도 젊음이 있었다.

....아 지나간 세월은 어쩜 저리도 아름다웠단 말인가.

나는 그만 눈시울이 시큰해진다.

지난 세월을 돌이키는 일은 어둠 속에서

무성영화를 보는 일과도 매우 닮아 있었다....

 

그런 나에게 학창시절의 짝사랑 여인 김이선이

치매에 걸려 이곳으로 오게 되어 뜻하지 않는 해후를 하게 된다.

그녀는 나에게 윤동주의 별헤는 밤 시를 외우게 한 여학생이었다.

 

별하나에 추억과

별하나에 사랑과

별하나에 쓸쓸함과....

 

(....인근 여고에서 그녀는 단연 눈에 띄는 존재였다.

청아한 피부와 단정한 외모 우수 어린 커다란 눈동자가

모두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그런 선망의 여학생이 이제는 흐릿한 눈동자의

치매걸린 할머니가 되어 이곳으로 오게 된 것이다.

 

물속같이 조용하던 내 삶에 던져진 김이선 그녀로 인해

내 생활은 갑자기 활기를 얻고 그녀의 손을 잡고

산책을 즐기고 살아있는 것에 감사한다.

그러면서 동필에게 묘한 질투도 느끼면서

얼마나 더 살아야 번뇌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까....한다.

 

평생을 가난속에 살아온 친구 동필이에게

이선이가 유린 당하는 상상도 하다가

우연찮은 일로 그의 멱살을 잡고 거지같은 놈.

이라며 다투고 난 다음날 갑자기 동필이 심근경색으로

저 세상으로 가 버리고 나는 심한 죄책감에 잠긴다.

 

그녀는 나의 별같은 존재였다.

별은 아스라히 멀리 있을적에 더욱 아름답다.

인간의 손이 닿으면 그 아름다움이 빛을 잃는다.

그래도 그녀의 손등을 만지고 함께 가을 햇살을

쬘 수 있는게 너무나 좋다.

 

여지껏 자신의 뜻대로 한번도 살지 못하였는데

나중에 자식들의 원망을 받을지 모르지만 개의치 않고

그녀와 혼인 신고를 해버린다.

(....훗날 아이들의 원망을 사지 않을까 고심했으나 후회는 없다.

평생을 희생해 왔다. 내게도 한 번즘은 살고 싶은 삶을 살

권리가 있는 것이다. 나는 살아 있다....)

 

구원의 그 여인은 이제는 아들의 경제난으로

요양원에 있을 형편도 되지 못하여 퇴소하려는 것을

혼인신청서를 작성하고 자신이 그녀의 생활비를 내겠다고 한다.

혼인신고를 하고 그녀를 데리고

중국식당에 가서 값비싼 해삼탕과 샤스핀을 주문한다.

 

아내가 살아 있을적에는 자장면보다 비싼

짬뽕도 시켜먹지 못했던 기억이 떠 오른다

요르단강 건너 아내를 만나면

꼭 그녀에게도 값비싼 음식을 사주겠다고 결심한다.

 

그녀를 데리고 간 그들의 모교 운동장에서

은행나무아래에서 그들의 옛추억을 되새겨 보려고 하지만

그녀는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바로 이곳에서 당신을 만났었지요.

당신은 저한테 별같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이선은 나를 알아보지 못한다.

때로는 아버지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지금 그녀와 마지막 여생을 보내는 것이

일회용 라이터의 불빛같다고 생각한다.

(...가스가 전혀 없는데도 불꽃이 일었다.

지금의 내 삶이 마치 그런 느낌이다....)

 

봄감기의 여파가 남아 졸음이 오기도 하는 봄날.

낮잠을 자다가 이선이가 흔들어 깨우는 바람에 눈을 뜬다.

 (.....그래서 눈을 떳다  다시 감았다.

잠시 본 세상이 너무나 눈부셨다.

아름답다..... ) 하고 끝나는 소설이다.

 

     *       *        *

 

작가는 68년생이면 이제 갓 마흔을 지난 나이인데

어떻게 이렇게 노인의 일상과 심리를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그래서 예술가는 천재이고 시대를 앞서가는 사람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나도 이제 점점 노년의 삶으로 다가서고 있는 나이이기에

동병상련이 감정이 더해져서 인지

이 단편이 가장 좋았다. 하고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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