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추석을 지낸 주부의 나들이.

푸른비3 2008. 9. 16. 20:42

아침에 이웃에 사는 친구가  전화를 했다.

그녀는 음악학원을 운영하며 야간에는 대학에서

공부를 하는 사람이라 항상 바쁜데

오늘 모처럼 시간이 생긴 모양이었다.

 

추석 연휴가 끝나지 않아  남편과 중2년 딸 아라가

집에 있어 나가기가 조금 껄끄러웠지만

나도 추석인데 나를 위한 휴식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집을 나섰다.

 

이번 추석전날 백화점 나가서 시장을 보고

나를 위해서 청색 니트 투피스도 한 벌 샀다.

어릴적에는 부모님이 추석빔을 해 주셨지만

이제는 한해동안 열심히 살아온 나 자신에게

격려하는 의미의 추석빔을 해주고 싶었다.ㅎㅎ

 

이번 추석은 일요일이었기에 다른해에 비하여 휴일이 짧다고 하였지만,

우리집은 남편도 딸도 추석전후에 하루씩 노는 날이 추가되어

5일이라는 긴 휴일이 계속되었다.

추석휴일이 길어지면 가정주부에게는 고스란히

노동이 겹쳐지는 날이 되니 반가울리가 없다.

 

특히 내남편처럼 하루종일 손가락하나 움직이지 않고

3끼를 챙겨줘야 먹는 습성을 가진 사람에게는 더욱 힘든 날들이다.

늦잠 자기를 즐기는 남편이지만 한끼도 때를 거르지 않으려고 한다.

추석 전날 혼자서 재래시장가서 나물만들 채소를 사 날랐다.

 

이번 추석은 집에서 만든 송편을 먹고 싶다고 한 아들놈 부탁에

송편을 만들었는데 정말 뜻대로 되지 않았다.

반죽이 너무 질었기에 손에 들어붙는 바람에 얼마나 힘들었는지

다시는 집에서 하지 말아야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힘들게 빚어놓은 송편을 보고 남편은 타박만 하였다.

송편 모양이이게 뭐야?

맨날 그림그린다는 사람이 이렇게 밖에 못 만드나?

내일부터 그림 다 집어치워.....

이렇게 내 속을 뒤집어 놓는 남편.

하긴 내가 봐도 정말 모양이 엉망이라  웃었지만.

남편이 그런말 하는 것은 야속하기만 하였다.

 

전에는 명절이면 같이 재래시장도 가주었고

집안 대청소도 거들어 주었지만 나이가 들수록 게을러져

요즘은 집안일 손끝하나 건들지 않고

낮잠을 즐기거나 비스듬히 턱을 괴고 누워

TV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는 남편에게

나는 <네로황제>라는 별명을 붙혀 주었다.

 

친정어머니가 살아 계시는 사람은 추석후 갈곳이 많지만

나는 어머니도 계시지 않고 친정 피붙이들이 먼 거리에 살기에

마땅히 갈곳도 없는데 아침에 걸려온 전화에 어디로 갈까?

망설이다가 도립 미술관에 가자고 하였다.

 

친구가 운전하는 차안에서 그동안 쌓인 남편흉을 보았다.

그러면서 서로의 남편이 그나마 더 낫지 않느냐고.

그래,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법이야.

니가 내 입장 되어 봐라....어쩌구 하면서.....

 

집을 나설적에는 집걱정 하지 말아야지, 하였으면서도

막상 점심때가 지나자 점심을 먹었는지? 걱정이 되어

살짝 아라에게 전화했더니 같이 라면을 끓여 먹었다나....

냉장고에 추석음식이 가득 들어 있지만,

그것 꺼내 먹기도 귀찮아 하는 내 남편.

 

그림을 보고 난 후 어디로 갈까? 하다가

창원대학 기숙사 벤치로 향하였다.

기속사앞 조그만 연못의 수련을 구경하고 싶었다.

수련은 어느새 입을 다물고 봉오리만 내밀고 있었다.

연못가에 오리만 늦여름의 햇살을 즐기고 있었다.

우리는 자판기 음료수 뽑아 마시면서 오후 시간을 즐겼다.

 

부푼 마음으로 집을 나섰지만

막상 초로의 여자들이 갈곳은 이곳밖에 없는지...하면서.

그나마 집에서 돌아서면 또 밥상을 차려야 하는 것에서

해방된 것만 하여도 나에게는 즐거운 추석 나들이였다.

 

 

 반죽이 질어 힘들었다.

 

 반죽이 제대로 되지 않으니 모양이 엉망.

 

 깁밥 옆구리터지듯 터져버린 송편들.

 

 아프리카 조각전.

 

 아프리카 현대 미술전.

 

 특별전 현수막.

 

 미술관 입구의 모습.

 

 아프리카 전시장앞에서.

 

 친구와 함께.

 

 야외 조각 전시장.

 

 

 창원 대학교 기숙사앞 .

 

 수면에 반사된 숲.

 

 오수를 즐기는 오리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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