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집 떠나기 전에

푸른비3 2008. 4. 17. 06:08

지난 여름 딸 아라와 실크로드 여행 후

납작 엎드려 있던 내 여행병이 들썩거렸는데

드디어 이렇게 이룰 수 있게 되다니....

 

올해는 스페인으로 가고 싶어

스페인, 스페인~! 하고 노래를 불렀는데,

지도를 펼쳐보니

스페인 주변의 가고 싶은 나라가 너무 많아,

그 비싼 비행기표값을 치루고

스페인만 보고 오기는 아까워

아라가 좀 더 큰 후에 가야 시간의 여유가

있겠다 싶은 생각에 인도나 몽골로

방향을 바꾸었다.

 

남편은 먹고 살 돈도 없는데

돈도 안버는 여편네가 여행은 무슨 여행?

하고 날 기 팍 죽였지만

다른 건 다 양보해도

여행만은 양보할 수 없다고 맞섰다.

 

일년에 두번은 해외에 나가고 싶다는 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줘.

내가 호화 여행을 하는 것도 아니고

가장 저렴한 여행을 골라서 가고

여행 경비도 당신에게 손 벌리지 않잖아.

 

어릴적 부터의 꿈인 지구촌  탐방을

젊어서는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없어 못하고

이제 직장도 없으니

단 한살이라도 젊을 적에 다녀와야 하지 않을까요?

나는 마구 밀어 부치고 싶었다.

 

그 돈 있으면 내 빚이나 갚겠다.

내 차나 새로 한대 바꿔 줘.

남편도 만만치 않다.

 

당신은 평생 빚을 지니고 사는 사람이야.

웬 욕심을 부려 주식 투자, 부동산 투자하여

매일 돈에 쪼들리면서 살려고 해요?

그냥 있는대로 아껴 가면서 살면 되지?

하는 내말에,

그게 다 우리가 노후에 편하게 살기 위해서지....

한다.

 

다 늙어서 편한 것도 좋지만

난 지금이 더 중요해요.

제발 나 좀 나가게 해줘요. 했더니

그럼 이혼장 써 주고 나가란다.

 

좋지. 그것 어렵나.

얼마든지 써 줄께.

나도 속박에서 벗어나

마음대로 훨훨 다니고 싶어요.

 

우리 부부의 싸움은 이렇게

해답을 못얻고 있는 중에

여행사 하는 친구가

이번에 남 아프리카 4개국

여행사 직원들 상대로 가는데

함께 가는 것 어떠냐는 전화를 받았다.

 

그야말로 불에 기름을 부어 넣어주었으니....

 

그날부터 내 무언의 투쟁은 치밀해졌다.

남편의 말에 고분고분 순종하기.

남편의 봄 옷과 신발 사 주기.

반찬과 집안 청소 세심하게 신경쓰기,등등....

 

드디어 남편은 이번만이다.

하고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

그러면서 일주일 동안 어떻게 밥해먹지?

하고 걱정이 태산이다.

 

당신은 당신 자신만 중요하고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 걱정은 안돼? 한다.

부모없는 소녀가장도 많아요.

아라, 중 2이지만

이제 지가 먹을 밥은 할 줄 알아야 하는 것 아닌가요?

한 일주일 정도인데 그것도 못해요?

 아라보다 당신이 더 걱정이겠지요?

 

1년 동안 열심히 가사일 돌본 나에게도

휴가가 필요해요.

당신이 나에게 특별 보너스 준다고 생각하세요.

 

우연히도 이번 주 토요일

조카 결혼식이 있어 서울로 가게 되었는데

그 다음 일요일날 인천공항으로 가게 되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이제 가방 꾸리는 것도 어렵지 않다.

그제 저녁 벌써 가방 정리를 다 해 놓고

어제 저녁은 남편이

우리 못난이 여행 가기 전 한잔을 하자고

친구 부부를 초대하였다.

 

나를 힘들게 하는 날도 많았지만

그래도 역시  당신이 최고야~!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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