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딸아이 담임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학교 운영 위원을 좀
맡아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내가 그럴 자격이 있는가?
남앞에 나서는 것 두려워하고
공식적인 장소에 나가면
입도 벙긋 못하는 내가?
요즘은 옛날 같지 않아서
얼마전 학부모 모임에 나갔을 적에도
그냥 빈손으로 담임 선생님을
뵙고 왔다.
그래도 전혀 선생님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지 않고
오히려 떳덧하게 상담을 마치고
가벼운 마음으로 인사하고 나왔다.
전에 딸아이가 초등학생일적에도
반 대표를 맡았었지만
한번도 선생님께 촌지를 드릴 생각하지 않았다.
나중에 졸업할 무렵
각반의 어머니가 모여
식사를 할적 내가
그런 이야기를 하였더니,
다른 아이 어머니는
나와 다른 의견을 말하였다.
주지 않아서 받지 않았을뿐
왜 주는 걸 좋아하지 않겠느냐고 하였다.
정말 그럴까?
난 주지않고
아무런 댓가도 바라지 않는 게 더 좋은데...
그들은 촌지를 들어밀고는
뒤돌아서서 그걸 받아넣는
선생님을 비웃는 것 같았다.
큰아이 초등학교 다닐 적에만 하여도
촌지를 내밀지 않고 뒤돌아 서려니
뒤꼭지가 당기는 듯하였는데
늦동이 딸 아라 담임선생님께는
한번도 촌지를 내밀지 않았다.
그래도 한번도 아이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았고
한결같이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하시는
인상을 받았는데
그건 우리 아라가 선생님 복이
많았기 때문일까?
아니면 모든 선생님이 그런걸까?
한번도 전화를 드린 적도 없는
생면부지인 나에게
학교 운영위원을 부탁하시니
다른 젊은 어머니들은 바쁘기 때문일까?
나이가 많아
이제 취미 생활과 소일을 하는
내가 무얼 알 수 있겠냐만은
회의가 있을적에
출석 잘하여 의회가
결렬이 되지 않게 하는 것만은
자신이 있어 수락하였다.
학교 오르는 길은
하얀 목련이 활짝 펴 있었고
새로 돋아난 연초록잎이 싱그럽기만 하였다.
내 딸 아라가
학교 드나들적에
이런 아름다운 자연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 좋구나....하는 생각으로
교문을 들어섰다.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군항제 피아노 대회 후유증 (0) | 2008.04.15 |
---|---|
오늘 아침에....(진해 군항제 음악 경연대회) (0) | 2008.04.12 |
밤벚꽃 구경 (0) | 2008.04.08 |
목련꽃 아래의 두 소녀 (0) | 2008.04.08 |
춘일단상. (0) | 2008.04.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