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시인 김남조의 강연회

푸른비3 2007. 9. 5. 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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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그대만큼 나를 외롭게 한 이도 없다
그 생각을 하면 내가 꼭 울게 된다

그대만큼 나를 정직하게 해 준 이가 없었다
내 안을 비추는 그대는 제일로 영롱한 거울
그대의 깊이를 다 지나가면 글썽이는 눈매의 내가 있다
나의 시작이다

그대에게 매일 편지를 쓴다
한귀절 쓰면 한귀절 와서 읽는 그대
그래서 이 편지는 한번도 부치지 않는다

편지 - 김남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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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잎유홍초   

 
 
'김남조' 프로필 
이름 : 
김남조 검색인기도

출생 : 
1927년 9월 26일

출신지 : 
대구광역시

직업 : 
시인

학력 : 
서울대학교

가족 : 
남편 조각가 김세중

데뷔 : 
1950년 연합신문 '성숙', '잔상' 발표

경력 : 
2000년 6월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1998년 한국방송공사 이사

수상 : 
2007년 제11회 만해대상 문학부문
2000년 제2회 자랑스런 미술인상 공로부문

대표작 : 
 
 
 

우연히 김남조 시인이

이곳 마산의 사보이 호텔에서 강연회를

갖는다는 소식을 접하고

부랴부랴  찾아갔다.

 

오후 2시 강의.

내가 도착한 시간이 3분 늦은 시각.

어쩌면 아직 시작전일지도 몰라....

스스로 위로하면 갔더니

웬걸....벌써 그 넓은 홀이 가득차 있었고

시인은 의자에 앉아 강의를 막 시작하고 있었다.

 

다행히 뒷좌석이 하나 남아 있었기에

그곳에 앉아 그녀의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아름다운 여성'이란 타이틀로 시작하는

그녀의 목소리는 약간은 느리지만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

 

소녀시절부터 그녀의 시를 접하였으니

벌써 얼마나 긴 세월이 지났는가?

 

그녀의 시중에 위에 올린 '편지'를

특히 좋아하여 가끔 암송하기도 하였다.

 

그런 김남조 시인을 직접 만나고

그녀의 육성을 듣게 되다니....

 

그녀는 전후 이곳 마산에서 생활을 하였고

내 모교 성지여고에서 교사생활도 하였었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인 1951년에.

 

그녀는 그때의 추억을 이야기 하셨는데

부산에서 서울 대학교 졸업식이 있어,

어머니와 함께 참석하고 싶었지만,

기차표 살 돈이 없어

혼자만 졸업식에 참석하였었다고 했다.

비오는 날 우비도 없어 흠뻑 젖은 몸으로.

 

그 시절 가난하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었겠느냐만,

그런 궁핍한 생활을 하였기에

이곳 마산이 더욱 그리웠을 것이다.

 

아름다운 여성은

자신을 위해서 사는 여성보다

다른 사람을 위해

뭔가를 하는 여성이라고 하였다.

 

가족을 위해 식탁을 차리는 여인도 아름답고,

지하철안에서 누군가를 위해

뜨개질을 하는 여인도 아름답다고 하였다.

 

누군가를 열심히 사랑하는 삶을

사는 여인이 아름답다고 하셨다.

칠레의 노벨 수상 문학가

내루다의 우단토끼 이야기도 하셨다.

 

우단헝겊으로 만든 토끼는

자신도 진짜 토끼가 되고 싶다고 하자

누군가가 사랑을 쏟으면

진짜 토끼가 될 수 있다는 우화도 들려 주셨다.

 

마더 데레사 수녀가

임종을 앞 둔 행려 병자에게

향기좋은 향료로 지극 정성으로 마사지를

해 주시는 모습을 보고,

이유를 묻는 사람에게

죽어가는 불쌍한 사람이

자신이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해 주고 싶어서

그렇게 정성껏 마사지를 해 준다고 햐셨단다.

 

시인 박재삼을 병문안 하였을 적에

그는 찾아간 이에게 절단된 다리를 보여주었는데

그것도 뭔가 시인이

보답을 하고 싶은 마음에서가 아니었겠는가?

하고 생각해 보았다고 하셨다.

 

박재삼 시인의 글을 인용하여

가장 슬픈 것이

가장 아름다운 것이다.

나는 이 믿음으로 시를 쓴다고

하셨다.

 

그래서 김영랑 시인도

모란이 피기까지는 시에서

찬란한 슬픔의 봄을 노래하셨구나.

 

그래....슬픔은 아름다움과 연결되어 있구나.

해질녁이 되면,

소슬한 가을 바람이 불어오면

괜스레 슬퍼지는 것도

바로 아름다움을 추구하기위한

나의 본능이었구나....

 

시인의 강의가 끝나고

기념촬영을 갖는다는 멘트를 뒤로하고

나는 혼자 총총히 집으로 돌아왔다.

 

올해 8순이란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고운 모습을 간직한 그녀를 보며

내 삶도

누군가를 위해 봉사하는 삶이라면

저렇게 아름다운 모습이 되겠구나....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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