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권택 감독의 100번째작품인 '천년학'은 그가 만들었던 '서편제'와 마찬가지로 이청준의 판소리
연작 '남도사람'이 원작입니다. ''천년학'만의 해석과 줄거리도 있지만 '서편제'나 원작 소설의 내
용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집니다.
'남도 사람' 중 '서편제','소리의 빛','선학동 나그네'의 세 단편은 모두 소리꾼 누이를 찾아헤메는
남자의 여정을 그립니다. '서편제'는 소릿재라는 주막을 찾은 남자가 그 곳 여인으로부터 먼저 살
던 소리꾼 부녀의 사연을 전해듣는 내용이고, '소리의 빛'은 누이를 찾아낸 남자가 하룻밤을 소리
로 함께 지새우며 한을 푸는 내용입니다. '선학동 나그네'는 또다시 누이의 흔적을 찾아 선학동
주막에 간 남자가 그 곳 주인에게 누이의 행적을 묻는 내용입니다.
이 중 영와 '서편제'는 앞의 두편을 소재로 한다면, 이번 '천년학'은 마지막 편을 소재로 하고 있
습니다. 소설에서는 한결같이 의붓 아버지에 대한 남자의 애증을 중심에 두지만 '서편제'는 남자
의 관점은 축소하고, 딸을 통해서라도 득음의 경지를 보고 싶은 아버지의 야망과 누이의 득음 과
정을 부각시켰고, '천년학'은 반대로 오라버니의 삶과 누이에 대한 연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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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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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 영화 한편 같이 볼까?
하는 친구의 전화를 받고,
오늘 처음 개봉하는 천년학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상영 시간이 임박하여
인터넷으로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작품이고
이청준 원작 '선학동 나그네'를 모티브로 하여 만든
짙은 예술성을 지닌 영화라는 것만 알고 갔다.
역시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영화였다.
특히 전편을 잔잔히 흐르는 배경 음악이 너무 좋았다.
집에 돌아와서 찾아보니
1960년생인 의과대학을 졸업한 양방언이라는 사람의 작품이었다.
소리를 하는 홀아비 양아버지 밑에서
남남끼리 모여 한 가족을 이룬 남매의 애틋한 사랑.
한 이불 속에서 발끝에 전하여 오는
누이의 온기를 느끼고 싶어하는 아우 동호.
지긋지긋한 가난이 싫어 집을 떠났다고 하였지만
사실은 그 사랑이 너무 버거워 떠난 동호였다.
누이에 대한 애틋한 사랑은 평생토록 그의 숙명이었다.
누이의 소식을 찾아 남도를 떠돌아 다니는
동호를 사랑한 단심의 심정이 또 나를 아프게 하였다.
일생동안 송화를 찾아 헤매는 동화를 지켜보는 단심의 심정은
얼마나 비극적인가?
받아 들여지지 않는 사랑을 하는 단심이 가엾어 홀로 눈물지었다.
사랑은 항상 이렇게 비동시성, 비 동질성이기때문에
아픈 것인 모양이다.
양아버지 유봉에 대한 동호의 애증.
유봉의 유골을 선학동 명당 자리에 묻고 싶어하는 송화.
그 두 영혼이 영화의 말미에서
너울너울 쌍을 이루며 춤을 추는 한쌍의 학이 되었을까?
송화를 찾아 떠난 제주와 구례,광양,
장흥등 남도의 아름다운 4계절의 영상미가 또 백미였다.
특히 섬진강 매화마을의 그 하얀 꽃잎이 날리는
장면은 몇번 보아도 감탄이 나오게 하는 장면이었다.
음악과 영상미, 거기다
오정해와 조재현의 탄탄한 연기가 잘 어울러진 명작이었다.
오정해는 원래 소리꾼 출신이었지만
조재현은 어떻게 그렇게 완벽하게 고수의 역활을
잘 소화해 내었는지?
철저한 그의 프로 기질을 엿볼 수 있었다.
나 역시 장구를 조금 배워 보았지만
다양한 장단을 몸에 익히기가 정말 어려웠다.
잘은 모르겠지만
그의 북장단은 거의 수준급같았으니까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기울였는지 짐작할 수 있겠다.
천천히 자막이 올라가는 것을 보면서
손뼉을 쳐 주고 싶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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