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가을의 길목에서

푸른비3 2006. 9. 25. 05:38

영 물러서지 않을 정도로 기세를 부리던 더위가

9월로 접어들면서, 어쩜 그렇게 변할 수 있을까?

음력으로 윤7월이 들어 있는 해이기에

더위의 끝자락이 길 것이라고 예상하였는데.....

이렇게 성큼 가을이 피부 깊숙히 스며 들 줄이야.....

 

오히려 이제는 그 무더운 여름햇살이

그리움으로 변하여 버렷다.

우리는 모두 이렇게 떠나 보내고 나서야

아쉬워 하는 모양이다.

 

아직 푸름이 채 가시지는 않았지만

어느새 황록으로 변하는 풍경을 그리기 위해

이번 야외스케치는 가까운 중리 감천으로 향하였다.

 

성묘할 시기였기에

회원들은 겨우 4명, 한차로 중리 광천사로 향하였다.

 

지난 2월 황사가 심한 어느날,

광천사 야외 스케치 하려 갔다가 결국

바람에 밀려 내려와 스케치를 포기하고

근처의 회원집에서 부침개 구워 먹고 돌아왔던

추억의 그 장소로 다시 향하였다.

 

어느새 들판에는 누렇게 벼가 익어가고 있었다.

콩잎도 누릿누릿 색깔이 변해가고

잎들도 거의 다 떨구고

가을 햇살에 붉은 얼굴 내밀고 감도 익어가고.....

 

 

 

자연은 그동안 저렇게 속을 채워가고 있었구나.

나는 얼마큼 더 성숙해 졌을까?

에구구~~ 더 좁아만 간 것은 아닐까?

더 많은 욕심만 잔뜩 집어 넣은 것은 아닐까?

 

광천사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니

하얀 마당에 쏟아지는 초가을 햇살이 눈부셨다.

아무도 없는 법당에 장삼을 걸친 스님의 독경소리만

낭랑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뒷머리가 파르슴한 것을 보니 아직 젊은 스님인 것 같은데....

독경소리가 왜 그리 간장을 녹이는 듯 애절하게 들리는지....

감히 계단을 오르지도 못하고

스님의 뒤에서 크게 세번 합장을 하고

뒤돌아 나왔다.

 

광천사를 뒤로 하고

마을을 한바퀴 빙돌아

감천초등학교에서 이젤을 세우고 그림을 그렸다.

나무그늘 아래는 어느새 추위를 느낄 정도였다.

 

근처에 사는 회원님이 준비해 온

밀가루 반죽으로 부침개도 구워먹고

복분자술도 마시면서

가을소풍을 즐기고 돌아왔다.

 

 

광천사 오르는 계단곁에서 만난 토끼.

우리딸이 봤다면 얼마나 좋아하였을까?

 

조그만 암자규모의 광천사.

아무도 없이 스님 혼자 아침 예불을 올리고 있는지....

하얀 햇빛이 부셔지는 마당은 정갈하게 빗질이 되어 있었다.

 

한쪽 옆에서 고추를 말리고 있었고.

 

대나무 가리개밑의 옥잠화도 가을맞이하고 있었다.

 

가슴이 쏴~해지는 스님의 독경소리.

 

계단을 오르지도 못하고 등뒤에서 "관세음보살..." 나즈막히 읊조리고 돌아나왔다.

 

푸르름속에도 어느새 가을빛은 스며들고....

 

나의 그림소재가 되었던 콩밭과 농가,

 

지붕과 돌담이 아름다운 곳.

 

허물어져가는 지붕에 비닐을 덧씌운집도 가을에는 아름답다.

 

조금 더 멀리 나가서 잡아본 구도.

 

조그만 연못.

 

오줌눌 곳을 찾아가다가 만난 뱀. 어디론가 숨을 곳을 찾는 모양인데

내일 아이들 눈에 띄면 어쩔까?

 

그림그리는 것은 밀쳐놓고 부침개 굽고 있는 영희씨.

 

 

늦게 합류한 두 회원과 함께 복분자술도 나누어 마시고.

 

동심으로 돌아가 그네도 타보고.

회원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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