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유산인 갑바도키아의 암굴괴석과 지하 동굴 도시(데린구유)로
가는 길은 참으로 한적한 시골길이었다.
먼지가 풀풀 일어나는 척박해 보이는 그 땅은 들꽃들의 차지인 것 같았다.
파란 하늘과 푸른 초원속의 들꽃잔치.
특히 새빨간 양귀비 꽃들이 어찌난 아름다운지, 그곳에 내려서
꽃밭을 좀 거닐어 보았으면 하는 심정이었다.
조금 후 바다같은 호수가 나타났는데, 호수주변이 하얀빛깔이었다.
바로 소금 호수라고 하였다.
이곳의 천일염으로 터키국민의 소금으로 다 사용할 수 있는 양을
채취한다고 하였다.
우리 나라의 염전만 보아왔던 나에게는 정말 자연의 선물같았다.
이곳의 들판에는 일하는 농부를 거의 볼 수 없었다.
그 넓은 들판을 모두 기계로 농사를 짓는 모양이었다.
새삼 집약형인 우리 농촌의 농민들의 생활이 안타깝게 여겨졌다.
이곳은 그냥 씨만 뿌려 놓아도 곡식이 저절로 자라고
밀이 잡초와 함께 자라도, 그걸 일일히 제거 하지 않고
추수때 그냥 기꼐로 수확을 하는 모양이었다.
데린구유란 깊은 우물이란 뜻이라고 했다.
그 지하 동굴 도시속에서 어떻게 사람이 살 수 있었을까?
깊이가 20층의 높이로 파 들어 갔는데,
관람을 할 수 있는 곳은 1/10정도라고 하였다.
신앙을 지키기 위해서, 그런 동굴속에서 생활하였다 하니
신앙의 힘은 얼마나 강한가?
그에 비하면 우리는 얼마나 편안한 신앙생활을 하는지?
지하에서 나오니, 조잡한 인형을 만들어 파는 아이들이 우리를 에워싼다.
전혀 예쁘지 않은 그들의 인형을 하나 사들고 버스에 올랐다.
그 다음 우리가 간 곳은 용암과 화산재가 굳어 만든 기암괴석이
즐비한 괴뢰메 야외 공원.
정말 신의 예술작품을 우리앞에 펼쳐 놓은 듯 하였다.
이곳에서 난 미아가 될 번하였다.
기념품 가게안에 들어가 딸의 셔츠와 내 셔츠를 15$에 흥정하고 나왔더니
우리가 타고온 버스와 일행이 나만 남겨두고 떠나 버렸다.
눈앞이 캄캄하였다.
가게에는 그곳 주민인 남자들뿐.
내 상황을 눈치챈, 주인이 오토바이를 타라고 하였다.
순간 망설였다.
이러다가 내가얼마전 뉴스에 나온 그 여학생 처럼 아무도 모르는 곳에
끌려 가서 돈과 목숨을 빼앗기는 게 아닐까?
그냥 그곳에서 기다리려고 하는데, 묘한 모험심이 생겼다.
그냥 그들을 믿고 싶었다.
그 남자의 오토바이에 올라타고 그의 허리를 꼭 껴안았다.
조금 달리니 낯익은 푸른빛 버스가 되돌아 오는게 보였다.
어찌나 반가운지 한쪽팔을 휘저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아도 참 아찔한 순간인 것 같았다.
어쩌자고 난 위험하게 그남자의 오토바이를 탔을까?
그들의 순진한 눈빛과, 알라신의 가호를 믿은 탓이었을까?
이 모험담은 가족에게는 절대 비밀을 지켜야 할 특급비밀이다.ㅎㅎ
동굴을 파 들어가 만든 데린구유.
먼지가 풀풀 날리기만 하는 밭사이로 오래만에 파란 강줄기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한가롭기만 한 들판.
수많은 성화가 그려진 암굴교회.
괴뢰메 야외공원안의 수도자들이 수도를 하였던 곳.
괴뢰메는 너희가 볼 수 없는 곳이란 뜻.
한국에서 같이 간 가이드와 함께.
참 예쁜 목소리, 차분한 성격의 친절한 아가씨였다.
척박해 보이는 곳에도 들꽃들은 예쁘게 피어 있었다.
바로 저끝의 가게에 들어가 나는 미아가 될뻔 하였다.
괴뢰메 암굴교회 앞의 파란 버스가 나를 버리고 떠나간 버스다.
나를 떨쳐놓고 간 버스는 터키 보석 판매장으로 달려갔고, 뒤늦게 도착한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버드나무 아래에서 현지인 아저씨와 팔짱을 끼고 즐겁게
웃으며 무사 귀한을 자축하였다.
눈앞에 펼쳐진 신의 예술작품들.
나를 다시 찾아 차를 되돌려 온 마음씨 좋아보이는 운전 기사 아저씨.
뒤로 낙타바위를 등지고 기념 사진.
요정 스머프의 집들처럼 보인다.
사막같은 땅에서 이렇게 포도나무가 싱싱하게 자라고 있었다.
자꾸 되돌아 보고 싶은 하늘을 향해 있는 물개모양의 암석들.
어느 수도자가 만든 교회의 입구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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