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밤 잠자리가 바뀌어 오래동안 뒤척였다.
룸 메이트 언니는 곧 잠이 들어, 코고는 소리 요란하였는데
때로는 저러다 숨이 막히는 게 아닐까? 걱정될 정도였다.
로컬 가이드 이영애씨가 이스탄불은 위험한 곳이니 절대
혼자 아침 산책이나, 저녁 늦게 쇼핑 다니는 일은 하지 말라고
주의를 하였는데, 어떻게 내가 아침 산책을 빼먹겠는가?
디지털 카메라와 10$를 호주머니에 챙기고 6시에
호텔 안내서 한장을 들고 산책을 나섰다.
이스탄불은 터키 인구의 1/5, 1700만이 사는 제일 큰 도시이다.
수도는 앙카라로 옮겼으나, 긴 세월동안 수도였기에
지금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 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는 도시이다.
전에는 콘스탄티노플이라는 이름으로 불려지던 세계사속의
바로 그 도시이다.
골목의 도로는 로마시대의 흔적이 남아있는듯, 벽돌 모자이크였다.
이스탄불은 흑해, 마르마라해, 보스포르스해협, 골든혼.
바다로 둘려 쌓인 도시였다.
호텔을 나서자 바로 영화 '오리엔탈 특급열차'에 나왔던 그 역앞이다.
이른 아침이기에 상점은 아직 문이 열리지 않았고,
도로변에 신문을 나누고 배부 준비를 하는 사람만 보인다.
가이드가 위험하다고 하였기에, 될 수 있는 한 시선을 먼곳에 두고 걸었다.
그러나, 그곳의 사람들은 나와 눈이 마주치기만 하면 먼저 인사를 건네기에
나도 지난밤 배운대로 "구나이든!"하고 인사 하였더니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웃는다.
어제 저녁 조명을 받고 있던 그 첨탑을 찾아서 갔다.
비둘기떼만 가득하고 조용한 그곳에, 한 무슬림이 계단위 문앞에서
절을 하며 기도를 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직 사원의 문이 열리지 않았을까?
그 사원 앞은 바로 강처럼 보이는 바다였다.
아직 청소전인지 사방이 지저분하다.
나중에야, 그곳이 바로 유럽과 아시아를 이어주는 다리역활을
하는 여객선 터미널이라는 걸 알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배로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이동하는 모양이었다.
낮에는 많은 인파로 넘쳐나는 그곳이, 새벽에는 갈매기만 나르는 곳이었다.
너무 호텔에서 멀어지지 않으려고 다시 되돌아 걸어나와
도로를 건너 아까 그 사원(이레네사원)으로 돌아갔다.
사원 옆구리에는 수도꼭지가 주루룩 달려 있었는데,
한 청년이 커다란 생수통에 물을 받고 있었다.
이곳은 석회분이 많아, 생수를 마실 수 없다고 하였는데, 저 병의
물은 왜 받아가는 것일까?
가까이 다가가니 환하게 웃는데, 아주 미남 청년이었다.
나보고 이렇게 꼭지를 틀어라고 가르쳐 준다.
그곳에서 사원에 들어가기전 몸과 마음을 씻는 장소라는 걸 나중에 알았다.
거의 한시간 가까이 지났기에 호텔로 돌아가려고 하였는데,
어디가 어디인지 구별이 안된다.
한국에서도 '길치'였기에 몇번씩이나 확인하고 걸었는데.....
역까지는 찾았는데 그다음 골목에서 길을 잃었다.
하는 수 없이 호텔 안내서를 길가는 차도르 차림여인에게 물었더니 모른다고 한다.
어쩌나. 하고 있는데 지나가는 차를 탄 남자분이
차를 세우고 안내서를 보여 달라고 한다.
우리가 묶은 호텔은 아주 조그만 호텔이고, 그런 조그만 호텔이
역 주변에 수없이 많았다.
차속의 남자가 이쪽으로 쭉~가라고 가르쳐 준다.
조금 더 가서 뚱둥한 남자에게 물었더니, 이웃 사람들에게 물어가면서
길을 안내해 주었다.
무섭다고 한 터키 사람들이 이렇게 친절하다니!
나는 "싸올!" 인사를 건네고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
골목안 도로 바닥은 이렇게 모자이크 벽돌로 단단하게 만들어 졌다.
아침 햇살아래 서서히 깨어나는 성이레네 사원.
이 뽀죡 첨탑들이 바로 나를 터키로 이끌었던가?
건너편이 아시아라고 한다. 이른 시간이어서 조용하기만 한 여객선 터미널.
걸음을 되돌려 다시 찾아간 이레네 사원, 한쪽 첨탑은 보수 공사 중인 모양이다.
이곳에 앉아서 몸과 마음을 정결하게 하는 모양이다.
이 청년이 나에게 보여준 환한 미소를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건너편에서 바라본 사원,
막 출근준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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