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벨 소리에 잠을 깼다.
지난 밤 10시가 넘어서야 집에 도착하였고, 짐을 풀어 챙겨 넣고
나니 새벽 1시가 넘어서야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오래만의 내 침대에 누우면서 빙긋 웃었다.
이렇게 편안하고 정겨운 내 침대를 두고
그동안 낯선방, 낯선 침대속에 누우면서 얼마나그리워 하였던가?
그러면서 또 머지 않아 떠나고 싶어하는 이 병은 도대체 무엇일까?
아침에 일어나니 도대체 무슨 일부터 손을 대어야 할지 모르겠다.
일주일 남짓의 주부 공백이 이렇게 큰 것일까?
빨래는 넘쳐 나고, 화장실에는 곰팡이가 자라고 있고,
가구에는 먼지가 하얗게 앉아 있고, 냄비속에는 먹다 남긴 음식이
부패하고 있고, 꽃들은 시들어 가고 음식 쓰레기에서 나오는 냄새들.....
그러나, 그동안 집 비우게 해 준 것만으로도 고마워 껴안아 주고
싶은 내 남편과 딸이다.
딸 아이는 엄마가 없는동안에 교내 글짓기 행사에서
최우수상을 받아 책상위에 상장까지 펼쳐 놓아 더 기쁘게 하였다.
이제 다시 내 자리로 돌아왔으니, 하나씩 본래 자리로 되돌려야 할 것이다.
하기야, 집안일 하기 좋아하지 않으니 본래의 자리도 비슷할테지만.....
5월 30일
그동안 간절히 바랬던 터키로 떠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벌써 가슴은
벅차기만 하였다.
생각날 적마다 하나씩 챙겨 넣은 가방은 부풀대로 부풀어 더 이상 빈공간이
없을 정도였다.
이곳 마산에서 인천까지 가는 길은 시외버스를 이용하였다.
4시에 가이드와 3층 만남의 장소에서 제일 늦게 체크하고, 곧바로
5시 30불발 이스탄불행 대한항공에 올랐다.
이스탄불.
뽀죡한 첨탑과 지중해의 푸른바다위를 떠 다니는 유람선, 이슬람 사원.
나에게 너무나 호기심을 주던 그 이스탄불로 내가 정말 가는 것인가?
창가의 자리에 앉게 되어 인천항을 내려다 보니
공항은 안개속에 잠겨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제 부터 시간을 6시간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구나.
(7시 차이지만 지금은 섬머타임 기간이라 6시차)
12시간의 비행이 끔찍하기만 하였다.
여행을 좋아하는 나에게 제일 힘든 것은 장시간 비행기 속에서 보내야 하는 것이다.
잠자리가 바뀌면 거의 잠을 못자는 편이라 조금 졸다가는 또 깨곤한다.
그동안 잘 하지 않았던 묵주기도를 계속 하면서 창밖을 내다보니
하늘은 어느새 활짝 개이고 하얀 구름이 동동 떠 다닌다.
유독 한덩이 구름이 내 마음을 잡아끈다.
마치 외로이 떠도는 내 영혼을 만난 듯 하다.
아래를 바라보니 중국의 칠리만의 푸른 물결이 반짝인다.
내팔에 있는 시계는 7시가 넘었는데도 하늘의 해는 아직 중천에서 약간 비껴 있을 뿐이다.
전광판을 바라보니 시속 830킬로미터/h
고도 10820m위의 상공을 날고 있다.
창밖을 내다 보니 끝없는 사막이 펼쳐지고 있었다.
벌써1시간을 넘게 이런 사막을 날아온 것 같다.
비행기로 나르는 이길을 전에는 낙타를 타고 다녔구나.
사막속의 캐러반 대열을 생각하니, 난 참 편하게 이 사막을 건너는 구나. 생각된다.
아마도 고비 사막인 모양이다.
지도위의 우리 비행기는 우랄산맥을 넘고 있는 듯 하였다.
서쪽으로 향하는 비행기였으므로 아름다운 일몰을 볼 수 있었다.
곧 약간 도톰해진 초승달이 나타났다.
하늘에 떠 있으면서 바라보는 초승달은 또다른 감회였다.
사랑스런 달아, 안녕. 고마워. 혼자서 달을 보고 인사를 건냈더니
초승달도 날 알아보는 듯 파르르 떠는 웃을을 보내주었다.
캄캄한 흑해를 나르면서 저녁 식사를 하고, 1시간 후
드디후 이스탄불도착.
아~! 이곳이 그렇게 가슴 설레던 그 이스탄불인가?
옆좌석에 앉은 인연으로 67세 부인과 한방을 쓰게 되었다.
이스탄불은 구시가 전체가 문화 유산으로 지정되어 있기에 도로를 넓힐 수 없는
모양이었다.
우리가 투숙하기로 한 호텔입구가 차들로 막혀 있어, 하는 수 없이 큰도로에서
내려 짐을 끌고 호텔로 들어가야만 하였다.
샤워를 하고 자리에 누웠으나, 잠은 오지 않았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구름
외로이 떠도는 내영혼을 닮은 구름 한송이.(아래는 끝없이 펼쳐진 고비 사막)
아름다운 일몰의 시각 하늘빛이 너무 아름다웠다.(아래는 우랄 산맥)
호텔 계단마다 있는 성소피아 성당의 성모자상 모자이크 그림과 나자르부적.
이곳에서 종교의 혼합을 벌써 느낄 수 있었다.
이 좁은 도로를 전철과 버스 자동차, 사람들이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혼란속의 질서를 보는 듯. 다음날 새벽에 나가본 호텔앞 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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