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5월의 서운암

푸른비3 2006. 5. 21. 06:07

 

 어제는 태풍의 영향으로 종일 비가 내리고 바람까지 불어

이번 토요일은 봄나들이 어렵겠구나...하였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눈부신 5월의 햇살이 투명하다.

이런 날 집안에 있는 것은 자연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집에서 가까운 거리이면서 봄의 냄새를 진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 어딜까? 생각하다 얼마전 사진으로 보았던 서운암이 떠 올랐다.

전에 몇번 통도사에 다녀 왔지만, 항상 통도사만 보고 돌아왔지

그안에 암자는 가 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곳은 불교 신자가 아닌, 그냥 탐방객인 사람은 출입금지 장소인줄로 알았다.

 

 통도사 입구에 들어서자 마자,이곳의 붉은빛을 띄는 소나무가

예사롭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소나무 이름이 적송인가?

전에는 그냥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소나무에 별 신경을 쓰지

못했는데, 날이 갈수록, 소나무의 아름다운 자태가 눈에 뜨인다.

 

입구에 차를 세우지 않고 서운암까지 차를 몰고 들어온 것이 후회스러울

정도로 신록이 우거진 길을 걷고 싶었다.

뒤에 잇달아 오르는 차들만 없으면 그냥 걷듯이 차를 몰고 싶을 정도였다.

 

서운암에 이르자 먼저 반겨준 조그만 연못 주위에 핀 노란 창포였다.

어머나~!

감탄사를 연발하며, 5월의 햇살아래 하얗게 누워있는 마당으로 들어섰다.

연못안에는 노란 어리연꽃(?...이름이 정확한지 모르겠다)이 고개를

막 내밀고 있는 중이었다.

아기의 손가락처럼 어리고 어여쁜 연꽃들사이로 커다란 비단 잉어들이

한가롭게 유영하고 있었다.

 이 연못앞에만 앉아 있어도 오늘 종일 행복하겠다.

 

등뒤로 펼쳐진 야생화밭과,

사진으로 보았던 서로 반쯤 기대고 서 있었던 바로 그 소나무 두그루.

이 아름다운 풍경을 한꺼번에 누려도 될까?

아까운 생각이 들었고, 이런 곳을 일반인에게 공개해준

서운암 관계분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었다.

 

소나무 두그루 서있는 길에는 시화전까지 열리고 있어

나즈막히 시를 읊조리며 아 그래~ 시인들의 눈에는

이렇게 이 꽃이 다가 섰구나. 하였다.

동행한 사람이 같은 감성을 지닌 동성이기에 얼마나 다행인가?

만약, 남편이었다면 짜증을 내면서 걸음을 재촉하지 않았을까?ㅎㅎ

(물론, 연애 시절에는 달라겠지만....ㅎㅎ)

 

꽃에 혹하여

먼저 부처님께 예를 올리지 못하고 꽃길로 먼저 발걸음을 옮긴걸

죄송스러워 하며,

천주교 신자인 나도 친구따라 법당으로 올라가

두손 모두고 무릎꿇어 삼배를 드렸다.

각기 다른 얼굴을 가진 수많은 불상이 그안에 편안한 웃음을 띄고 계셨다.

부처님, 감사합니다. 공경 받으소서!

 

다시 연못으로 내려와 집에서 가져온 찐감자를 먹고 있는데,

목마르지 않으냐?면서 홍삼...유리병을 두개 내밀었다.

약국에 갔더니 주는데, 난 마시지 않으니.... 하시면서.

갑자기 등뒤에서 불쑥 내밀기에 엉겹결에 받았는데

어머나...황송해서

스님, 이 감자 하나 드실래요?

인사도 드리지 못하고

등을 보이며 돌아가는 스님등에 대고 절만 꾸벅~~

 

 인연이 닿으면

이 암자에서 단 하루나 이틀이라도 쉬고 갈 수 있었으면....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 통도사로 향하였다.

 

 

서운암 입구의 노란 창포

 

 

막 피기 시작한 어리연꽃?

 

 

 

 

 

 

활짝 기지개켜고 있는 송엽국

 

보랏빛 창포

 

어린 시절 우리집 마당에 피어나 나의 소꼽장난 반찬으로 쓰였던 꽃.(이름이?)

 

박하향기가 나는 이꽃의 이름도 모르겠다.

 

 

언제나 강한 생명력을 느끼게 하는 엉컹퀴.

 

피기 시작하는 원추리.

 

말괄량이 소녀 삐삐를 닮은 금낭화.

 

매발톱.

하얀 할머니 머리를 연상케 하는 할미꽃.

 

할미꽃을 닮아가는 우리들....

 

감나무밭속의 함박꽃.

웃음가득 머금고 잇는 함박꽃 3자매.

 

이팝나무 꽃향기에 나는 행복했노라~

 

개구리 울음소리 들으며 자라고 있는 창포

 

막 피기 시작한 보리.

 

된장이 익어가는 곳. 내 마음을 사로 잡았던 두 소나무.

 

소나무로 오르는 길. 양옆에 시를 담은 팻말이 줄지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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