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내가 사는 동의 주민 자치 위원회 송년 모임이 있었다.
우리 동은 다른 동에 비하여 주민의 정치 참여도 높은 동이다.
게시판에 주민 자치 위원 모집하는 광고가 있기에
나도 서류를 구비하여 제출하였다.
그동안 하던 학원도 처분하여 이제 남은 시간을 봉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던 나에게 주민 자치 위원이 되어
내가 할 수 있는 분야의 일을 봉사할 수 있었으면....하는 생각에서.
그러나 의외로 신청자가 모집인원을 휠씬 초과하여,
예비로 모여 어떻게 위원 선정을 할까? 의논하였다.
일단 신청한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탈락하는 걸 두려워 하고 있었다.
더운 날씨에 논쟁은 끝없이 이어지고, 슬그러미 화가 치밀어 올랐다.
봉사하는 것도 이렇게 경쟁이 치열한가?
일단 아무런 말없이 속을 끓이며 앉아 있다가 회의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와서 동사무소에 전화를 했다.
신청자가 많으니 나는 다음 기회로 미루고 싶다고...
그랬더니 동사무소의 직원은 여성 신청자가 적고,또 오랫동안
이런 저런 자생단체에 가입되어 있는 사람보다,
나처럼 새로운 얼굴이 더욱 필요하다고 일단 보류 시켜 놓겠다고 하였다.
두번째 모임에는 나가지 않앗다.
나가지 않으면 자연히 나는 대상에서 제외 될 것이다고 생각했다.
그 후 가을에 위원으로 선정되었다는 통보가 와서
위임장도 수령하고 진주 시청에서 열리는 주민 자치 위원 박람회 견학도
가야 한다고 하였다.
지난 달은 회의가 너무 자주 열려, 괜히 했다는 후회도 들었다.
내가 봉사 할 수 있는 분야의 일은 생기지도 않았고,
주민 자치 위원이 직접 몸으로 하는 봉사가 아니고, 회의를 하고
주민의 편에서 대변하는 역활이 하는 일이었다.
사람의 모임이 있는 곳에는 항상 먹는 일이 따르기에
월 2만원의 회비도 갹출하여야 했다.
먼저 동사무실에서 시 의원의 내년의 계획을 듣고
미리 약속된 식당으로 갔다.
연말이면 이런 저런 모임으로 회식이 자주 열리고
아침에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 운동하기에 너무 춥다는
생각으로 운동을 하지 않은 탓에 몸무게 무려 3킬로가 더 늘어났다.
될 수 있는한 열량이 높지 않은 걸로 먹었지만 어느새 가슴까지
답답할 정도가 되었다.
대개 나이 드신 남자분이기에 저녁만 먹고 도망쳐 올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
한국 사람은 배불리 먹고 나면 꼭 가야하는 노래방을 갔다.
얼굴에 주름이 가득한 할아버지들이 언제 저런 노래를 불렸나?
싶을정도로 다들 노래를 잘 하였다.
노래방이 생긴 이후로 거의 음치는 사라져 버린 셈이다.
그런데 저 나이에도 저렇게 사랑이란....
이런 사랑타령의 노래가 대부분이었다.
그 중에 몇몇 노래는 리듬과 노랫말, 멜로디가 거의 한 모티브를
반복 사용하는 듯한 노래가 있었는데,
사람들은 그런 노래를 즐겨 부르는 것 같았다.
그노랫말의 수준은 정말 유치하였다.
아무리 유행가라고 하여도 어쩌면 이렇게 직접적이고 단순한
언어의 나열은 노랫말로 사용할 수 있을까?ㅎㅎㅎ
웃음이 터져 나왔다.
당신이 부르면 무조건 달려 갈꺼야....
당신이 최고야....
아이고 난 우스워서 손뼉을 치면서 웃고 또 웃었다.
이런 모임에 손뼉이나 치고 몸을 흔들어야 하는
주민 자치 위원이라니....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옛그늘 찻집에서의 번개 (0) | 2005.12.27 |
---|---|
성탄절 아침에 (0) | 2005.12.25 |
동짓달 보름달 (0) | 2005.12.16 |
수정바닷가의 가을의 끝자락 (0) | 2005.11.30 |
[스크랩] 빼빼로데이 (0) | 2005.1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