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오로지 자신의 내조만을 하고 살아온 아내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담고 있으면서도, 삶의 확인이라도 하듯이
젊은 여인과의 육체적인 사랑을 추구하였다.
애로티시즘은 바로 그의 본능이고 창작의 샘이었을까?
어린아이처럼 자신의 생각대로만 살려고 하는 '진아'와의
육체적인 사슬에서 헤어져 나오지 못하는 그는 보통남성의
전형이라고 해야할까?
그에게 있어서 아내란 어떤 존재일까?
남편인 자신을 챙겨주고, 젊어서는 경제적인 지원도 마다하지 않고
살아 온 아내에 대한 죄책감같은 것은 전혀 느낄 수 없는 남자였을까?
딸 정미는 끔찍히 사랑하면서도, 딸 보다 더 어린 '진아'를 어떻게 정부로
삼아 그렇게 쾌락을 추구할 수 있었을까?
'어린 정부'진아'는 어떤 여인이었을까?
정미의 말처럼 젊음을 미끼로 늙은이에게 붙어사는 기생충같은
존재였을까?
그녀가 가진 것은 젊음 하나였으므로 그것을 상품화하여
사랑하지도 않는 남성에게 붙어산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그녀가 추구한 것은 돈이였을까? 명예였을까? 쾌락이었을까?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와 10년이 넘는 관계를 계속할 수 있을까?
미불이 사랑한 여인은 사실 아끼는 제자 미전이었던 것 같다.
그녀와 단 하룻밤이라도 같이 지내고 싶어하였지만
미전은 스승님으로 모시고 싶었기에 그의 청을 거절하였다.
존경하는 스승의 청을 거절한 그녀의 용기에 찬사를 보낸다.
거절하였기에 그들의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지속되었을 것이다.
딸 정미를 따라 인도로 가서 산 3년동안
그의 가장 왕성한 창작의 기간이었을 것이다.
그곳에서도 그는 몇번이나 '진아'에게 사랑의 연서를 보냈다고 하였다.
아내가 보내준 밑반찬, 마른 과일, 옷가지들을 챙기면서
마음은 항상 아무런 죄의식 없이 '진아''에게로 향하고 있었을까?
아내가 그들의 사이를 얼마나 슬퍼하고 있다는 글은 나오지 않았지만
예민한 여자의 감성이 남편의 애정행각을 눈치 못챌 리는 없었을 것이다.
다만 모른척 하고 있었을뿐 이었을 것이다.
그런 아내의 눈물을 조금이라도 염려하였더라면
그는 그런 미망속에서 헤메지도 않았을 것을....
주위의 여러 사람이 그들의 부적절한 사이를 조심하라고
하였지만, 눈앞의 정염에 눈먼 그에게 그 조언들은 들어 오지 않았다.
부인을 사별한 후 제자 미전이 권한 63살 된 혼자된 여인은
늙은 여자는 싫어...하면서 거절하였다.
결국 그는 죽음을 눈앞에 두고서야
자신의 재산과, 그리고 있는 작품마저 가압류한 '진아'의 실체를 알았을 것이다.
울컥 토한 피멍울로 마지막 그림에 채색을 하는 화가...
그의 삶은 자신의 의지대로 살앗고
창작의 불을 활짝 펼칠 수 있었기에 행복하였다고 할 수 있을까?
그러기에는 끝장면이 아무래도 마음에 걸리는 소설이었다.
다시 한번 내 삶을 되돌아 볼 수 있게 하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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