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가을 스케치 여행

푸른비3 2005. 10. 5. 06:28

해마다 전국 일요 화가 스케치 대회가 열리는데

올해는 지난 10월 1~2일 경남 거제에서 열렸다.

23회째이니 꽤 오래된 행사다.

거제에서 가장 가까운 지역이 이곳 마산 창원이니

당연히 우리가 먼저 도착할 것이다...하고 갔더니

그 먼 경기도 이천팀이 먼저 와 있었다.

이번 장소능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곳에 자리잡은

문화 자연 농원이었다.

귀퉁이 밭에서 가지와 고추가 익어가고

무화과 와 대추나무등 많은 유실수도 있었지만

아직은 좀 엉성해 보이는 곳이었다.

숙소는 서양식 외모를 본따 지었는데

한방에 열명씩 배정을 받아 짐을 풀었다.

야외 세미나실에서 바베큐를 굽는 냄새가 좋았다.

300명을 넘게 수용할 수 있는 장소에 이미

저녁 식사와 유흥을 즐길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해 놓았다.

일기예보에서 일요일까지 비가 내린다고 하여

내심 걱정하였는데 이렇게 날씨가 좋다니...

추울꺼라고 하였던 거와는 달리 오히려 더워

민소매차림이 어룰릴 것 같았다.

섬으로 둘려 쌓인 바다는 어느새 잿빛으로 변하였고

하늘은 구름이 낮게 내려덮혀 별들을 볼 수 없어 아쉬었다.

대구, 광주, 부산 서울....팀들이 속속 도착하여

그 넓은 테이블을 다 메꾸었다.

식사가 끝나고 노래와 춤이 펼쳐졌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라 그끼는 어디가지 않고

광란의 밤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뜨거웠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한덩이가 되어 캠프파이어 주변을

덩실덩실 어깨동무하고 돌았다.

11시무렵 행사가 끝났지만, 아쉬운 사람들은 밤늦도록

술을 마시는지 노래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다음날, 부산팀은 우리 창원팀과 한잔 더

나누고 싶었는데, 기숙사 사감이라도 있었느냐고 물었다.ㅎㅎ

창원팀은 다른곳에 비하여 연령도 젊은 편이고

에쁘장한 여회원이 많아 항상 인가가 많았다.ㅋㅋ

 

다음날 아침식사를 7시에 시작하고 곧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어제밤 늦도록 술마시고 노래하여 기운을 다 빠트렸을텐데

모두 다 자기가 원하는 장소에 자리잡고 그림을 시작하는

모습을 보며, 대단한 끼를 가진 사람들이다는 생각을 하였다.

 

어제밤 같은 요와 이불을 덮고 잔 영희씨와 나는 바다가

휜히 내다 보이는 집안으로 들어갔다.

아침 식사 준비하는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부엌창밑에서 이집 마당을 좀 빌려도 되겠느냐고 양해를

구하고 현관앞에 앉았더니 다른 사람들도 계속 들어와

나그네들이 집을 다 점령해 버린 셈이 되었다.

나중에 보았더니 우리 자리가 가장 시원한 장소인것 같았다.

어떤이는 그 뙤약볕속에서 이젤을 펼쳐놓고 그리고 있었다.

종일 뜨거운 밭에서 그림을 그렸던 우리 여회원 한사람이

시어머니가 이런 곳에서 밭일하라고 하였으면

 벌써 도망쳤을꺼라고 하면서 웃었다.

정말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라면 하지 않을 것을

자기 좋아하는 일이니 즐거운 마음으로 하는 것이다.

 

그림 그리는 동안은 잡념없이 오로지 화면에만

정신을 쏟아부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어떤이는 점심도 그른체 그림만 그렸다.

나는 준비가 간단한 수채화를 준비하여 왔는데

하늘 밑의 먼산의 색상이 좀 짙게 들어갔다.

물로써 밑칠을 해야 하는 것을 깜빡 잊어버렸다.

그러면서도 바다와 빨간 지붕과 숲에 정신을 팔아

나중에야 산이 너무 짙다는 것을 느꼈다.

해면으로 딲아 내어 보았으나 그 효과가 나지 않았다.

옆의 광주에서 오신 할아버지가 새로 그리라고 하였지만

그냥 그대로 두고 싶었다.

내 애정이 들어간 그림이고, 한나절 자연과 더불어

시간을 같이하였으니 그것으로 족하지 않은가?

 

일찍 그림을 끝내고 다른이들의 그림을 구경다녔다.

언제 그 짧은 시간에 20호의 화면을 다 메꾸었을까?

참 대단한 실력들이었다.

이렇게 야외스케치 나와보면 다시 한번 다른이들의

그림을 통하여 배우는 게 많아서 좋다.

이왕 하는 그림 좀 더 열정을 쏟아부어 다음에는

좀 더 잘 그려야지...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마음에 흡족한 그림은 아니지만

하루를 온통 바칠수 있었던 가을스케치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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