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진우도에서

푸른비3 2005. 9. 26. 07:10

일요일 아침 '걷는 사람들'이란 모임에서

매월 3째주 일요일 걷기 모임이 있다.

이번은 추석이 끼인 관계로 한 주 연기하여 어제 갔다.

이 모임은 가까운 주변을 산책하는 정도의 한가로운 속도로

걷는 모임이므로 3살짜리 꼬마도 참석할 수 있고

칠순의 할바버지도 참석할 수 있는 모임이다.

따로 회비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날 도시락만 지참하면 되니

참 편안한 모임이다.

 

어제는 신항만 건설중인 진해 용원에서 모터 보트를 타고

무인도-진우도에 갔다.

무인도라는 말보다 삼각주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그냥 강에서 떠 내려온 모래가 퇴적하여 만든 모래언덕같았다.

땅은 기름지고 22만평이라는 넓은 땅이라 경작도 가능하고

사람들도 이주하여 살 수 있는 섬이지만

지면이 바다와 거의 같아, 해일이 밀쳐오면 온 섬을 다 덮어

버린다고 하니 사람이 살기에는 부 적당한 섬이다.

 

우리가 모터 보트를 타고 내리니 그 섬을 지키는 커다란 누렁이가

두마리가 모래밭에서 우리를 반겨 주었다.

가족 단위로 낚시를 온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는 그냥 삼삼 오오 짝지어 해변을 걸었다.

발밑의 모래는 오래 세월 퇴적하여 진흙처럼 단단하였다.

수면의 경사가 완만하여 어린이들이 수영하기 너무 좋을 것 같았다.

벌써 가을이라 기온이 찬데도 몇몇 아이들은 참지 못하여

물속으로 들어가 파도타기를 즐기고 있었다.

일행 중 한분 '영원한 리베로'라고 내가 불려준 남자분도 윗옷을 벗어두고

바지를 입은 채로 물속에 들어가 수영을 즐겼다.

보는 건 좋아하지만 찐득한 느낌이 싫어 난 신발을 신은채로

바닷물에 발도 담그지 않고 온게 후회가 된다.

자연을 깊게 즐기지 못한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다.

 

산속의 금광이 떠 내려 왔는지 바다가 온통 금가루로 햇볕에

반짝거렸다.

다른 곳보다 더 금을 많이 모을 수 있을 것 같다.ㅎㅎ

모래가 너무 따뜻하여 모래위에 벌렁 드러 누워 하늘을 바라보니

어쩜 하늘에 구름이 그토록 아름다운지...

오른쪽은 가덕도가 보이고 한 가운데는 수평선이 열려있고

왼편은 부산의 높은 아파트가 눈에 들어오는 곳.

그곳에 누워 모래찜질하듯이 뒹굴었다.

 

해변을 따라 섬을 힌바퀴 돌려고 하였으나

뒷편은 낙동강에서 내려오는 물때문에 해변이 아니고

갈대밭으로 변하고 발밑이 질척하여 계속 돌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섬 가운데로 가로 질려 갈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갈대밭에는 게들이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어떤이는 게를 잡았는데 그 강한 집게발을 보니 무서웠다.

아침에 썬크림을 바를 생각을 하였는데 깜빡잊고 그냥 왔더니

목이 햇살을 받아 뻘겋게 탓다.

화장을 하지 않는 편이라 모자를 썼지만 콧등도 빨갛게 되어

집에 왔더니 딸아이가 "술먹은 사람같아" 하기에 거울을 보았더니

아뿔사!~ 이런 얼굴로 어떻게 나갈까?걱정될 정도로 붉게 변하였다.

나이들수록 자외선 노출을 피하라고 하였는데 어쩌지?

몸은 망가졌지만 마음은 풍성하게 채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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