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동유럽5국(8-타트라산에서)

푸른비3 2005. 8. 10. 06:07

떠나기 전 미리 지도도 펼쳐서 공부도 좀 하고 왔어야 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가 검색도 하지 못하고 이곳으로 오게 되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였는데 이번에는 그냥 머리로가 아닌

그냥 몸으로 느껴보는 여행이 되고 말았다.

 

타트라 산맥이 어디에서 어디까지 연결되어 있는지도 모르고 그냥

소금광산을 지나 왔으니 대충 폴랜드와 슬로바키아 국경이겠지?

하는 생각만으로 버스에 몸을 맡기고, 창밖을 내다 보았다.

항상 넓은 벌판과 낮은 언덕만 보아왔던 나의 눈에 카드에서  보았던

바로 그 크리스마스 트리나무가 팔을 펼친 모습이 들어왔다.

저 나무에 흰눈이 소복히 쌓인다면 바로 카드속의 장면이 될것 같았다.

 

산속으로 깊이 들어갈 수록 안개가 짙어져 앞을 볼 수 없을 지경이었다.

신비로운 무릉도원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어쩌면 동화속의 얼음왕자가 나타나니 않을까?

어린시절 읽었던 '눈의 여왕'(? 제목도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속의 '카이'을 찾아나선 소녀같은 마음이 들었다.

어제 폴랜드에서 가이드가 탄트라산에 산불이 났다고 설명해 주었는데

아직 산불이 완전히 꺼지지 않았는지 흰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모습도 보였다.

 

가는 길목에 아주 많은 나무들이 부러져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곳은 토지가 비옥하여 나무들이 뿌리를 그렇게 깊이 박지 않는다고 하였다.

뿌리는 짧고 위로만 한없이 넓게 펼쳐지니,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밑둥치까지 뽑혀 쓰러진다고 하였다.

모든게 그런 이치가 적용하는 모양이다.

사람도 시련을 많이 겪은 사람일수록 더 성숙한 인간이 되는 것 아닐까?

 

이맑은 공기를 차에서 내려 들이마시고 갔으면.... 하였는데

이번의 우리 숙소는 바로 이 산속의'파노라마'호텔이었다.

위치를 잘 몰라 몇번이나 차를 멈추고 물어본 운전 기사님은

예정시간보다 일찍 우리를 이 호텔앞에 데려다 주었다.

우리가 버스에서 내린 시각에도 여전히 안개가 짙어

산아래 마을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맑은 날이면 눈에 덮힌 산꼭데기를 볼 수 있다고 하였는데....

 

룸메이트 미스김은 피곤하다며 저녁을 먹기 바쁘게 이불속으로 들어갔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그냥 잠만 자기에 너무 아쉬워

아래로 내려 갔으나 아무도 보이지 않아 도로 방으로 들어왔다.

우리방은 제일 꼭데기10층이었다.

베란다문을 열고 발코니에 나와 서 보았으나 역시 짙은 안개뿐....

내일도 이 안개속에 같혀 지내야 하나?

 

밤중에 눈을 뜨고 발코니로 나섰더니

눈앞에 펼쳐진 별의 잔치!

아~! 나도 모르게 성호를 그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을 우리에게 주신 하느님! 찬미받으소서.!

바로 손을 뻗으면 닿일것 같은 거리에 숱한 별들이 메달려 있었다.

멀리 산 아래 동네의 불빛도 아스라히 아름다웠다.

'바람이 서늘도 하니 뜰 앞에 나와서서..."

이수인의 '별'을 부르고 '등대지기'도 부르고....

누가 나처럼 잠 못 이루고 이렇게 발코니에 나와 서 있는 사람은 없을까?

 

백야현상으로 5시가 되지 않아도 벌써 사방은 환하였다.

사진기를 챙겨서 아침 산책을 나섰다.

어제는 안개때문에 보이지 않았는데 우리가 묶었던 파노라마 호텔은

아주 특이하게 지은 건물이었다.

정면에서 보면 갈수록 위가 넓어지는 역 피라미드형이고

측면에서 바라보면 피라밋형이었다.

누가 설계를 이렇게 아름답게 하였을까?

밤사이에 비가 내린듯 축축하게 젖어 잇었다.

 

조그만 빨간 기차가 다니는 선로를 건너

연못으로 향하였다.

어머니와 가족을 모두 모시고 온 선한 인상의 남자를 만나

함께 산책을 하였는데, 같은 카톨릭 신자였기에 더욱 반가웠다.

연못으로 흘러들어가는 개울가에는

모싯대와 분홍빛의 이름을 알 수없는 많은 꽃들이 피어 있었다.

개울에 손을 담그니 그야말로 뼛속까지 시린 물이었다.

 

다음에 꼭 가족들과 함께 오고싶다는 생각이 들어

라운지에 있는 전화를 하였더니,

남편은 아이를 데리고 강원도에 와 있다고 하였다.

"여보, 정말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 혼자와서 아쉬워.

다음에 꼭 같이 올 수 있었으면.... 그리고 고마워, 사랑해"

남편은 내 사랑의 고백이 듣기 싫지 않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