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물이 없는 오여사

푸른비3 2005. 6. 27. 06:02

지난 토요일 오어사를 찾아갓다.

지난 가을 물속에 잠긴 나무와 원효암으로 오르는 물위의 다리가

기억속에 남아있었던 그 오어사는, 긴 가뭄으로 흙먼지 풀풀 날리는

헐벚은 모습으로 눈앞에 서있엇다.

그렇게 깨끗하던 단풍의 기억이 너무 강열하였던 탓일까?

그날따라 그곳의 기온이 체온보다 높은 37.7이었으니 벌써 몸이 지친 탓일까?

절을 보듬듯이 감싸고 있었던 오어지는 물이 바짝 말라 밑바닥을 드러내 놓고 있었고,

이제 곧 장마가 오면 물로 잠길 그곳에 무성하게 풀들이 돋아나 있었다.

가뭄이 이렇게 까지 극심하였던가?

그것도 모르고 덥다고 하루에도 두번씩이나 샤워를 하고 물을 낭비하여

죄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농촌에서 농사를 짓고 살아야만 더욱 자연과 교감할 수 있을것이다.

농사를 짓는 일이란 생명을 살리는 거룩한 일인데 그 농부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느끼지도 못하고 살고 있는 자신이 부끄러웠다.

풀풀 흙먼지를 날리는 오어사 앞에는 귀한 보리수 나무가 서 있었다.

잎은 넙적하고 두터웠고 열매같은 것을 달고 있었다.

이 보리수 나무 아래서 부처님이 득도하였다 하였던가?

보리수 나무 잎사귀 하나를 꺾어서 잎맥을 들여다 보며,

가뭄이 어서 끝나기를 빌면서 산길을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