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방

노부부의 크리스마스 콘서트

푸른비3 2024. 12. 22. 16:16

2024. 12. 21. 토.
크리스마스를 앞 둔 토요일.

지인의 아드님 결혼식에 참석차 집을 나섰다.

새벽에 눈이 내린 탓에 얼굴을 스치는 바람이 몹시 차가웠다.

 

딩동. 

비전제작소 대표인 이유경소장님의

노부부의 크리스마스 콘서트 음악극 초청 카톡.

오후에 별다른 약속도 없어 곧장 수락하는 카톡을 보냈다.

 

당일 초청이니 같이 갈 동행인을 구하였으나

모두 선약이 있었다.

나만 년말인데도 약속이 없나?

 

결혼식이 끝나고 시간의 여유가 있어 인사동으로 나갔다.

오가는 시간을 제하고 나니 겨우 1시간의 여유.

짧으나 내가 좋아하는 그림을 구경할 수 있으니....

 

1시간은 쏜살같이 흘러 아쉬운 마음으로 안국역으로....

전철 안은 토요일 오후라 발 디딜 틈도 없었다.

환승하는 시간이 많이 소요되어 지각할 것 같았다.

 

초청해준 대표님에게 지각할 것 같다는 카톡을 보내니

다행히 10분 늦게 시작한단다.

공연장소인 SAC 아트홀은 초행길이라 허둥대며 도착하니

친절한 안내인들의 안내를 해주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지정된 좌석에 앉으니 곧 막이 오르고

뒤쪽으로부터 응애 응애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더니

아기를 품에 안은 여인이 무대에 등장하였다.

 

인간에게는 모성의 본능이 있으니

자신의 아기를 보호하여 잘 성장시키고 싶은 것은 

누구나의 마음이고 바램일 것이다.

피치못할 사연으로 아기를 베이비박스에 넣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기는 그 마음은 오죽할까?

 

뒤늦게 검색을 해보았더니,

베이비박스는 2024년 11월까지 생명의 위기에 놓인 2170명의

버려진 아기를 베이비박스를 통해 안전하게 보호한 

산동네 은발의 이중락 목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음악극이었다.

 

아기를 키울 수 없는 엄마를 위로하고 그 아기를 지키기 위한

산 동네 목사의 인간적이고 신앙인으로서 고뇌하는 모습을

클래식 음악과 연기로 담은 예술공연이라고 하였다.

 

프로그램은 1부와 2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다가치앙상블의 연주가 잔잔히 흐르고

배우 권다솜. 김다정의 연기와 함께

테너 천티엔. 바순 손아론의 독주도 들을 수 있었다.

 

다가치앙상블의 연주는 '많은 가치가 있다'는 뜻으로

클라리넷 김선영. 피아노 박경배. 비올라 김지성. 첼로 임유정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연주를 통해 세상의 작고 낮은 자들을 위로하고,

찬양과 음악을 통하여 마음에 빛을 비추는 연주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하였다.

 

이중락 목사 부부에게는 친아들이 장애인이었는데 자신의 아들뿐만 아니라

부모가 병원에 버린 장애아를 진자녀처럼 키운다는 소문으로

장애로 태어난 아기를 목사님의 집근처에 두고 가는 일이 생겨

처음 이일을 시작하였고 한국 최초로 베이비박스를 설치하였다고 하였다.

 

공연이 끝나고 출연자들이 모두 무대에 등장하여 인사를 하였다.

마지막으로 은발의 이중락 목사와 부인도 무대에 올라 인사하였다.

청중들은 모두 환호하며 열렬한 손뼉을 보냈다.

 

베이비박스는 여러 후원자들의 사랑과 헌신으로 운영된다고 하였다.

이번 연주회에 참석한 대부분의 방청객들이 후원자인 모양이었다.

나는 후원자도 아니면서 이런 공연에 초청받은 것이 부끄러웠다.

어둠이 내려온 밖으로 나오니 찬바람이 불었지만, 마음은 훈훈하였다.

 

 

 

 

포스터와 프로그램.

곧 조명이 꺼지고 내 등 뒤로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출연자들의 인사.

 

다가치앙상블.

 

가운데 은발의 이성락목사와 사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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