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남미 43일 배낭 여행-31. 쿠스코를 떠나면서

푸른비3 2024. 4. 16. 08:47

2015.10.17..

지난밤, 방 안의 전기난로가 작동되지 않아 몹시 추웠다. 높은 지역에서는 머리를 씻지 마라고 하여 간단히 씻고 자리에 누웠는데, 내 룸메이트는 어느새 깊은 잠이 들었는지 숨소리 쌔근쌔근하였다. 이런저런 생각에 뒤척이다 잠이 들었는데 잠을 깨니 아직 새벽 3. 잠을 깨니 더욱 추워 오리털 잠바를 꺼내 입고 자리에 누웠다. 얼기설기 나무판자를 덧댄 문틈으로 싸늘한 기운이 들어왔다. 더 이상 잠을 오지 않고 머리가 아파 일어나 앉아 있었는데, 새벽은 왜 그리 더디게 오는지.... 집 떠나면 고생이라더니, 고산증까지 겹치니 더욱 힘들었다. 보일러를 틀면 금방 후끈후끈해지는 내 집이 그리웠다. 아라의 체온을 느끼며 달콤한 잠에 빠질 수 있었던 날들이 그리웠다. 이게 바로 돈 주고 고생을 한다는 여행이구나....

아침 6시 반, 코카 잎 차와 빵으로 된 간단한 식사를 끝내고 8시 승합차로 다음 행선지로 출발하였다. 광장을 벗어난 차는 곧 산동네를 힘겹게 올랐는데, 어제 숙소의 창으로 저 산동네는 어떤 동네일까?...궁금하였던 그곳을 넘어갔다. 산동네에는 허름한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었는데 이곳이 바로 원주민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동네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 시장이 열리는 그곳에는 커다란 등짐을 진 아낙과 남정네들이 큰소리로 물건을 팔고 사는 모습이 보였는데 그곳에 차를 세우고 싶었다.

산동네를 지나니 안데스의 산자락에 포근히 안긴 들판이 나타났다. 겨울에서 봄으로 가는 길목의 그 들판의 색상이 그렇게 아름다울 줄이야. 며칠 전 보았던 황량한 사막과는 너무나 다른 풍광이었다. 누런 기운이 담긴 연둣빛 산자락을 그림으로 그려보고 싶었다.

 

쿠스코 교외의 산동네

 

쿠스코의 교외 시장

 

차창으로 바라본 안데스 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