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남미 43일 배낭여행-30. 쿠스코의 사람들

푸른비3 2024. 3. 9. 14:54

늦은 점심 식사 후 광장 주위의 토산품과 수공예품을 파는 가게를 둘러 보았는데, 잉카의 냄새가 풀풀 나는 원색의 상품들이라 관심있게 보았다. 아까 가면서 눈여겨보았던 베틀을 짜고 있는 원주민에게 다가갔다. 내가 관심을 보이자 하던 일을 멈추고 이것저것을 열심히 펼쳐 보였다. 이곳 사람들은 대단히 높은 색채감각을 갖고 있는 듯하였다. 그들이 만든 모든 것의 색상이 내 눈에는 아름답고 조화롭게만 보였다. 낙타 문양이 들어간 올이 굶은 러그가 마음에 들었다. 가판대에 진열된 그 색상 배합이 아름다운 러그를 가르키며, 이곳에 오기 전 열심히 공부한 스페인어로 "콴또 꾸에스타?" 물었더니, "씽 꾸엔따$"(50$) 손가락을 다섯 개 펴 보였다.( 6만 원 정도) 깎아 달라고 했더니, 자신의 갈라진 손끝을 보이면서 힘들게 짰다고 하여. 조금 비싼 느낌이 들었지만, 큰맘 먹고 50유로를 주고 러그를 샀다.

 

광장 주변에는 기념품 가게들이 즐비하였는데 가게 안에 들어가니, 어두컴컴할뿐더러 같은 상품이라도 노점상보다 가격이 훨씬 높았다. 광장에는 머플러와 모자 등 물건을 들고 다니면서 호객을 하는 행상도 많았는데 모두 색상이 화려하였다. 가방이 작고 아직 남은 일정이 길어 기념품을 사지 않으려고 하였으나, 이곳이 가장 기념품 가격이 저렴하다고 하여 나도 몇 개 샀다. 곳곳에 노점을 단속하는 경찰이 있어 경찰의 눈을 피하여, 우리는 행상인의 보따리를 들고 골목 안으로 따라 들어가서 알파카로 짠 머플러를 샀다. 골목 안에는 집시들의 모여 사는 마당 넓은 가옥이 있었다. 오후 햇살이 포근히 내리는 그곳에서 알파카, 라마 등이 풀을 뜯고, 콧물이 찔질 나오는 어린이들이 천진하게 놀고, 아기를 업은 아낙이 이웃 사람들과 정담을 나누며 뜨개질을 하고 있었다.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한식을 파는 식당이 있다고 하여 찾았더니, 가는 날이 장날이라 하필 그날 쉬는 날이라고 하여 발길을 돌려야 하였다. 모처럼 된장국과 김치찌개로 헛헛한 배를 채우려고 하였는데 아쉬웠다. 집에서 먹던 김이 모락모락 나는 쌀밥과 김치가 이렇게 그리울 줄이야.

 

어둠이 밀려드는 광장에서 요란한 음악이 울려 나왔다. 축제가 많이 열리는 남미라고 하더니 무슨 축제가 열리는 모양이었다. 각기 요란한 의상에 가면을 쓴 사람들이 악기를 연주하면서 거리 행진을 하였는데, 인근 지역의 대학생 축제라고 하였다. 우리 일행들도 그 무리 속에 들어가 함께 춤을 추며 축제의 분위기를 즐겼는데 나는 발목이 아파서 구경만 하였다. 내 구닥다리 사진기는 플래시가 작동하지 않아 그 흥겨운 장면을 남기지 못하여 아쉬웠다

 

 

길에서 점심을 먹는 현지인.

 

내가 산 러그.

 

골목의 12각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