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5월의 보령 여행

푸른비3 2023. 5. 27. 11:57

2023. 5. 26. 금. 맑음.

 

아름다운 것은 늘 빨리 사라져서 아쉽다.

어쩌면 그 아쉬움이 아름다움이 아닐까?

 

계절의 여왕인 5월을

그윽한 장미의 향기 속에서 맞이하는가 하였는데

붉은 꽃잎의 떨어짐과 함께 멀어져 가는게 아쉽다.

 

 

그 아쉬움을 달래려

여행사의 패키지 상품으로 충남 보령을 다녀왔다.

서울에서 비교적 가까운 위치에 있는 보령이지만,

개인적으로 갈 기회가 없었다.

 

이번 보령의 여행 상품은

피톤치드의 바다, 성주산 자연휴양림.

신비의 바닷길. 무창포해변. 조선시대의 성 충청 수영성.

황금빛깔 보릿밭 사잇길 걷기로 꾸며져 있었다.

 

비예보가 있어서 우비도 챙겨 갔는데

의외로 너무나  맑은 5월의 하늘아래

편백숲. 모래밭. 보리밭길을 천천히 걸었다.

아침 일찍 서둘려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친구들과 함께 빛나는 5월을 즐긴 하루였다.

 

모내기를 위해 그득 물을 담은 논들이 내 마음까지 그득하게 채워 주었다.

 

휴양림 올라가는 길은 초록빛 향연이었다.

 

나무 나이로 보이는 폭포가 마음의 먼지를 씻어내는 듯.

 

길가에 세워진 이해인 시 산처럼 바다처럼.

 

휴양림 숙소동 안내판.

 

편백나무 향기를 맡으며 걷는 명상의 길.

 

얕은 개울을 건너서.

 

개울위로 나무 다리.

 

편백나무 숲속에서 간식을 나누고.

 

천천히 걸어 내려왔다.

 

무창포 해변.

해변에서 바라보이는 섬까지 일년에 딱 한번

모세의 기적의 신비를 체험할 수 있는 바닷길이라고 하였다.

우리는 멀리 달아난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해변의 식당에서

해물탕으로 잠심을 먹고 모래밭길을 조금 걸었다.

 

근처에 서해바다를 조망하는 무창포타워가 있다고 하였으나

버스로 이동할 시간이 임박하여 갯마을 식당가를 걸어 나오니

 

분홍색 달맞이꽃이 연연하게 피어 있었다.

 

그 다음은 사적 제 501호 충청 수영성으로 향하였다.

충청 수영성은 

충청도 수군절도사영이 있던 수영(水營)의 성으로

1510년(중종 5)에 축조하였는데,

구릉의 정상을 중심으로 주변에 성을 쌓아

성 안에서 성 밖을 관망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성 안에는 영보정(永保亭)·관덕정(觀德亭)·대변루(待變樓)·

능허각(凌虛閣)· 고소대(姑蘇臺)와

옹성(甕城: 성문의 앞을 가리어 적으로부터 방어하는 작은 성) 5개,

문 4개, 연못 1개가 있었다고 한다......(펀 글)

 

현재는 돌로 쌓은 윗부분이 무지개 모양의 서문과

조선시대 유명 시인 묵객들이 방문하여 시문을 남긴

천하 명승으로 알려진 영보정.

흉년에 관내  진휼청이 남아 있었다.

 

버스에서 내려 비탈길을 오르니 

아치형의 돌문이 나타났는데

동그란 작은 무지개 돌문의 아름다움에

모두 그곳에서 화보를 찍기 바빴다.

 

돌문 안으로 보이는 조그만 교회의 주황빛 첨탑을 넣어

몇 컷이나 사진을 찍고 들어서니

코끝으로 스며드는 싱그러운 풀냄새.

먼저 도착한 사람들은 우거진 느티나무 아래에 걸터 앉아

성 아래의 바닷바람에 일어설 줄 모르고 있었다.

 

진휼청 앞 우묵히 자란 풀밭에서는

민들레. 쑥을 뜯는 살림꾼 여인들.

네잎 클로버 꿈을 찾는 사람들의 모습도 한가롭게 보였다.

 

충청도 해안을 방어하기 위한 수영성은

1510년 수사 이장생이 돌로 쌓은 성이라고 하였는데,

바다를 바라보며 걷는 돌담길이 참 정갈하였다.

 

수영성으로 향하는 길목의 두 그루의 소나무는

연인처럼 다정해 보였고 그 위의 푸른 하늘에는

마치 엷은 하얀 비단 너울을 펼쳐 놓은 듯 하였다.

 

영보정에 오르니 바로 눈 앞에 서해 바다가 펼쳐져 있었고

대청 마루로 불어 오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방문객들이 누워 있었고

나도 같이 넓은 마루바닥에 등을 대고 누우니 너무 편안하였다.

이대로 이곳에서 한 숨 자고 일어나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는데

다음 일정을 위해 다시 몸을 일으켜야만 하였다.

 

버스로 이동하여 도착한 수영성 앞의 포구.

 

수영성 안내도.

 

설명판.

 

수영정 서문.

윗부분이 무지개 모양이라 모두 이 문앞에서 기념 촬영.

 

돌로 쌓은 정갈한 석성.

 

진휼청.

흉년에 수영 관내의 빈민 구제를 하던 곳.

정면 5칸 측면 2칸의 팔작 지붕.

대청. 온돌방. 툇마루. 부엌 등이 있다.

 

 

나물을 채취하는 탐방객들.

 

석성위를 걸으며서

올려다 본 하늘에는 하얀 비단 너울이 살짝 하늘을 가리고 있었다.

 

영보정 가는 길의 두 그루의 소나무 위의 하늘도 멋진 그림이었다.

 

해유시화첩.

 

영보정 설명판.

 

 

영보정.

 

멀리 보이는 교회의 주홍빛 첨탑.

 

연인처럼 다정해 보이는 두 그루 소나무.

 

석문으로 바라보는 언덕.

 

너무나 이쁜 석문을 아쉬운 마음으로 내려와서

다음 행선지인 청보리밭으로 향하였다.

 

청보리밭하면 고창의 너른 청보리밭은 먼저 연상한다.

나도 여러 차례 고창 청보리밭은 다녀왔었다.

이번에 우리가 찾아간 청보리밭은 개인 소유의 보리밭으로

이제 곧 수확을 앞둔 황금빛 보리밭으로 변해 있었다;

 

언덕을 올라 보리밭을 바라본 순간,

앗~! 고흐의 밀밭이다~! 외쳤다.

몇 년 전 고흐의 발자취를 따라 간 프랑스 여행지에서

고흐의 그림 속 <까마귀가 나르는 밀밭>의 배경지를

찾아갔던 기억이 떠 올랐다.

 

우리는 누렇게 익어가는 보리밭 사이를 걸으면서

기념 사진도 찍고 <보리밭> 콧노래도 흥얼거렸다.

보리 농사를 위해 지었던 창고를 멋진 카페로 개조한

카페에서 향기 좋은 커피를 사서 밖으로 나와

보리 익어가는 냄새를 맡으며

바람에 일렁이는 황금 물결을 바라보며 행복하였다.

 

서울로 돌아갈 시간이 되어 보리밭 사잇길로 내려오니

붉은 양귀비가 듬성등섬 피어 있어 또 발길을 멈추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서울로 돌아오는 버스속에서

꾸벅꾸벅 졸면서 바라본 너른 들판을 가로 흐르는 물길이

어찌나 풍요로운지 바라보는내 마음까지 부자가 된 듯 풍요로웠다.

 

짧은 하루의 일정이었지만

정다운 친구들과 함께 한 아름다운 여행이었다.

 

황금빛 보리밭.

 

창고를 개조하여 만든 카페 靑寶利

카페 청보리 외관.

 

함께 한 친구들.

 

돌아오는 버스 안에는 내다 본 풍요로운 들판을 흐르는 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