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봄날 고향 나들이-5. 고향의 정을 안고....

푸른비3 2022. 4. 4. 19:24

2022. 4. 3. 일. 맑음.

 

지난 밤에는 아들과 딸 셋이 나란히 누워서 옛 추억을 이야기 하였다.

초저녁 잠이 많은 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느새 잠 속으로 빠졌다.

일어나니 창밖은 여명으로 희뿌염하였고 멀리 산들의 윤곽이 그려졌다.

아이들은 장성하였고 그만큼 나는 늙어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에서는 아라와 함께 일요일 새벽 6시 미사를 참례하였는데,

이곳 양덕성당에서는 8시 30분 미사에 참례하였다.

서울로 이사간지 어느새 10년이 넘어 내가 아는 신자는 없었는데

바로 내 뒷줄에 낯익은 주환이 어머니가 있어 참으로 반가웠다.

 

점심 후 가족이 함께 남편의 추모공원으로 참배하려 가기로 하였다.

얼마전 아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다녀왔다고 말하여 고마웠다.

추모원은 15년 단위로 갱신해야 하는데, 아들은 기간이 만료되기 전 

수목장을 하고 싶다고 하여 고모들과 의논하여 결정하라고 하였다.

 

추모원으로 가는 도로에는 하얀 조팝나무가 줄지어 손을 흔드는 듯

하였고, 금빛 모래밭을 적시며 낙동강물은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마을 어귀로 들어가는 신작로마다 활짝 핀  벚꽃이 흔들리고 있었다.

봄햇살이 포근히 내리는 밭 둔덕을 물들인 푸릇푸릇한 것은 보리일까? 

 

추모원에는 코로나로 촛불을 켜고 술을 따루고 절을 올리게 하였던

공간은 사라져 우리는 그냥 둘러서서 기도만 하고 돌아서야 하였다.

남편의 유골이 간직된 작은 공간의 문에는 우리 가족의 사진과

딸이 아빠에게 썼던 편지가 그대로 있어 새삼 마음이 아렸다.

 

돌이켜보면 참 아프고 외롭고 긴 시간이 지나간 것 같았다.

회사의 직원과 집안 사람들의 도움으로 치룬 일이지만 

갑자기 닥친 남편으 죽음 앞에 내가 어떻게 장례를 치루고

집을 정리하여 서울로 이사를 하였는지 아득하기만 하였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논가운데 있는 맛집으로 찾아가 점심을 먹고

아이들은 애써 잡아 곤충상자에 넣었던 벌레롤 그곳에 놓아 주었다.

시간은 금방 지나가고 짐을 챙기고 아이들과 작별을 하려니 아쉬웠다.

곧 다시 만나자는 인사를 하고 고향의 정을 듬뿍 안고 버스에 올랐다. 

 

 

 

 

양덕 성당으로 가는 길.

 

마산 주교좌 성당인 양덕성당.

 

성전으로 들어가는 입구.

 

성전의 내부.

 

양덕성당은 1978년 건축가 김수근의 작품으로

그해 한국건축가협회 수상을 한 작품이다.

 

집으로 가는 길에 잠시 들렸던 옛추억이 서린 학교운동장은 코로나로 개방이 되지 않았다.

 

아들집 손자의 책장.

 

남편이 잠든 추모원 참배하고.

 

아이들은 벌써 곤충채를 들고 벌레를 찾고 있다.

 

푸릇푸릇 자란 보리밭.

 

논가운데 있는 맛집의 뒷뜰에서 애써 잡은 벌레를 다시 놓아주는 아이들.

 

나즈막한 산등성이 마을로 들어가는 신작로의 벚나무.

고향의 푸근한 정을 안고 서울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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