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신화 거꾸로 읽기

푸른비3 2020. 12. 24. 15:15

이윤기 신화 거꾸로 읽기

이윤기

작가정신 (2018년 개정판)

(2020. 12.20~24)

 

 

작가 이윤기(1947~2010)는 내가 좋아하는 소설가이자 번역가, 신화학자이다.

2000년에 출판된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는 한국에

그리스 로마신화 열풍을 불어 일으킨 작가로 서구 문명의 토대인

그리스 신화를 우리 정서와 현대 감각에 맞추어 소개한 책으로,

나도 그 책을 샀으며 아직도 책장에 간직하고 있다.

 

그의 글은 완전히 그가 이끄는 세계로 몰입하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막힘없는 유려한 문장, 예리하고 정확한 표현.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다양한 내용,

다방면에 박식하여 절로 감탄을 하게 하는 타고난 이야기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 왕성하게 활동한 나이에 갑자기 심장마비로 타계하여 아쉬움을 남겨준 작가다.

 

이번에 내가 읽은 <신화 거꾸로 읽기>는 2002년에 초판을 인쇄하였던 것을

2018년에 개정한 책으로, 그가 유럽에서 직접 찍은 2만장이 넘는 사진들과

각 박물관의 자료를 이용하여 책속에 234장의 선명한그림이 수록되어 있었고,

사진마다 자세한 설명이 곁들여 그 사진만 들여다 보아도 즐거운 시간이었다.

 

나는 이번 겨울 코로나 3차 유행이 자양 한강도서관 문을 닫게 하기 전

여러권의 책을 빌려서 밖에 나가지 않는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지낼 수 있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 <인문학으로 읽는 그리스 신화>(수록된 그림들이 상태가

흐릿하고 오타가 많았으며 문맥의 흐름이 매끄럽지 않아 조금 실망)

를 먼저 읽었는데(그림이 많고 글자의 크기가 커서 읽기가 수월하리라는 생각에서)

이 책의 내용과 중복되는 것이 많았지만, 요즘 들어 부쩍 기억력이 흐릿해진

나에게는 오히러 반복하여 머리속에 인지하게 해 주어서 좋았다.

 

책의 구성은 프롤로그부터 시작하여 Chapter 1~12, 에필로그로 구성 되어 있었다.

프롤로그에서 파리의 센강 한가운데 떠 있는 시테섬 화강암 구조물에서 시작되었다.

그의 여행은 나처럼 그냥 눈으로 보이는 대로 생각없이 하는 여행이 아니고

건축물이나 그림이나 조각상 하나하나 모두 그리스 신화와 연결하여 생각하고

의문을 가지며 근원을 찾는 여행이었으며 그것이 책 속에 재미있게 녹아 있었다.

 

나는 학창 시절  특별활동 동아리로 고전읽기 반에 들어가서 처음으로

숙제를 하는 기분으로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었다.

흐름이 이야기속으로 흐르는 듯 흥미진진하였으나 많은 의문점이 들었다.

바람을 피우고 질투하고 복수를 하는 신들의 모습이 우리 인간들과 별로 다르지 않구나.

그러면서도 사건의 전개와 진행이 말도 되지 않는 부분이 많아서 혼란스러웠다.

 

성경의 창세기에 해당하는 제우스의 탄생 부분부터 내 정서에 맞지 않았다.

어떻게 아버지가 갓 태어난 자신의 아기들을 삼켜 버릴수가 있다 말인가?

아들이 아버지의 성기를 커다란 낫으로 잘라버리는 행동.

아내가 남편을 속이는 행동. 남편이 있는 아내를 데려가 가두는 모습.

신과 인간이 한데 어울려 싸우고 복수하는 모습등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 많은 신들의 계보를 외우기도 힘들었고 신들의 이름도 외우기 힘들었다.

제우스. 헤라. 아폴론, 포세이돈 등 익숙한 이름은 귀에 속속 들어왔지만

아킬레우스, 아우구스투스, 아이네이아스. 오디세우스, 일리아스 등 이름이

비슷하여 자꾸 헷갈렸고, 미의 여신이 아프로디테인가? 아르테미스인가?

전쟁의 신 아테나가 아폴로와 쌍동이였던가? 헤르메스였던가? 혼동되었고

어떤 신의 이름은 신인가? 인간인가?.... 구분이 안되는 이름도 많았다.

 

생활속에 파묻혀 그동안 잊고 살았던 그리스로마 신화를 아이들이 자라면서

만화로 출판된 <그리스 로마 신화>를 함께 읽으면서 신들의 이름을 퀴즈로

물으면서 즐거워 하는 아이들은 매달 출판이 되기를 기다려 서점에서 책을 사왔다.

나는 기억력이 없어 다 잊어버린 신들의 이름을 유년기에 만화로 읽은 딸은

그 내용을 잘 기억하고 있어서 외국 미술관 탐방을 할 때 내가 물어 보곤 하였다.

유럽의 문화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모르면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실감하였다.

 

로마의 바티칸 박물관에 세워진 <라오코온>의 조각상의 커다란 뱀이  두 아들과

라오콘을 칭칭 감은 모습이 인상적이었지만 그 내용을 알 수 없었는데,

트로이아의 전쟁 때 꾀돌아 장군 오디세우가가 만든 거대한 '트로이아의 목마'를

성에 들여 놓으면 안된다고 성직자 라오콘이 주장하다가 아폴론이 보낸 뱀에게

두 아들과 함께 거대한 뱀에게 물려 죽임을 당했다는 것을 이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헛된 수고를 하는 것을 '시시포스의 바위',  '오크누스의 새끼줄' 등으로 비유하였는데

시시포스는 바람의 신 아이올로스의 아들로 신들의 일을 고자질하여 신들의

노여움을 받아 죽은 후 하데스가 그에게 큰 바위를 밀어 올려 꼭대기에 올려 놓으면

다시 기슭으로 밀어버려 수고를 계속해야 하는 형벌을 끝없이 반복해야만 하였다.

 

로댕의 조각 <다나오스의 딸>의 밑빠진 독에 물을 채우는 형벌을 받은 다나우스의 딸들.

제우스와 플루토 사이에 태어난 탄탈로스가 저승에서 허기와 갈증으로 고통받는 형벌.

제우스의 아내 헤라를 탐내다가 불바퀴에 매달려 영원히 바퀴를 돌려야 하는 이크시온 등

영원한 형벌을 받고 있는 신들의 모습은 우리에게 악행을 하지 말 것을 의미하였다.

 

이오니아해는 이오가 미쳐 날뛰면서 건넜다는 이오의 바다를 의미하며,

터키의 보스포루스해는 이오가 뛰어서 건넌 이오가 변신한 암소의 나루를 뜻하며

Europe이라는 지명은 황소한 변신한 제우스의 등을 타고 다닌 '에우로페'에서 유래하였으며,

무사이가 사는 집 무세이온은 박물관 미술관을 뜻하는 '뮤지엄'의 어원이 되었으며

간다라 미술. 헬레니즘 문화 비잔틴 문화에 기원과 원자력 발전소의 '플루토늄'의 어원.

아테나 아크로폴리스의 파르테논 신전은 처녀신 아테나의 신전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다음에 내가 그리스로 여행을 간다면 한층 이해의 폭이 넓어질 것이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류는 히포크라테스에서 비롯된 기술로서의 의술만으로 살 수 없는 모양입니다.

히포크라테스의 주술과 기술사이에 의신 아스클레피오스와, 신들보다는 과학의 힘에

더 큰 믿음을 기울이는 오늘날의 의사들 사이에 하나의 접속사처럼 존재하는 성인 같지 않습니까?

종교는 기술 너머 존재하는 초월성, 영원성에 대한 목마름에서 비롯됩니다.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와, 오늘날에 더 살아있는 것으로 믿어지는 성처녀 마리아

사이에는 히기에이야가 존재합니다.( P178~179) 

이 문장은 요즘 코로나 팬데믹으로 고통받는 우리에게 전하는 메세지 같았다.

 

신화란 강이름, 산이름, 특정한 지역 이름 등의 유래를 설명하기 위해 사람들이

그럴듯하게 지어낸 거짓말이다. ( p 363)

어린이는 뜻을 모르고고 낱말을 잘 외우고 사진을 찍듯이 기억에다 이름을 찍는데

어른은 따지는 것을 배우면서, 기억에다 이름을 찍는 능력을 잃어버렸다.

신화는 어른이 되면서 잃어버린 인류의 어린시절 이야기 같은 걸이라는게

나의 생각입니다.(p397) 끝맺음은 이윤기의 신화에 대한 생각을 잘 표현하였다.

 

 

앞 날개에 수록된 이윤기 프로필.

 

 

 

차례

 

 

 

인문학으로 읽는 그리스 신화 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