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23. 토.
지난주에 이어 이번에도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상영하는
2019 유니크영화제- 변화의 바람-을 관람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지난주 차량 정체로 상영시간이 조금 지난 후 입장하여 아쉬웠기에
이번에는 여유를 가지고 일찌감치 집을 나섰더니 의외로 빨리 도착하였다.
내가 을지로4가역에서 5호선으로 환승하니 태극기를 든 사람이 많았다.
여자들은 나이가 들면 친화력이 있어서 전철안에서
잠깐 만나는 사람과도 쉽게 말문을 튼다.
나에게 태극기 모임에 나왔느냐고 물어 고개를 흔들었다.
광화문역에 도착하니 커다란 확성기 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광화문대로에는 태극기를 든 많은 집회 군중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세종대왕, 이순신장군은 지금의 우리를 보고 뭐라고 말하고 싶을까?
교보문고 벽면에 걸린 나뭇잎의 미덕을 배우라고 하시지 않을까?
"나뭇잎이 벌레 먹어서 예쁘다.
남을 먹여가며 살았다는 흔적은 별처럼 예쁘다"
나 스스로에게도 물어본다.
나는 내 혈육이 아닌 누군가를 위해 나자신을 먹여준 일이 있는가?
유니크영화제는 점점 시민들의 반응이 좋아져 일찍 도착하였는데도
벌써 많은 관중들이 착석하여 상영을 기다리고 있었다.
시중에서는 잘 볼 수 없는 제 3세계의 우수한 영화를 선정하여
그것도 무료로 상영하니 얼마나 우리나라 좋은 나라인가?
이번에 상영한 영화는 헝가리의 영화 <매혹의 스캔들>(원제:킨쳄)
상영전 헝가리대사인 초머모세님이 나와서 유창한 한국어로 설명을 했다.
한국과 헝가리는 같은 우랄계 민족이며 기마민족이라고 하였다.
유럽의 방법과 달리 한국처럼 성을 먼저 쓰고 이름을 뒤에 쓴다고 하였다.
헝가리의 국토는 한반도의 반 정도의 크기이며 헝가리어를 사용한다.
한반도처럼 주변에 강대국들로 쌓여 항상 외세의 침략이 많았다고 하였다.
1919년 한국의 31운동과 1848년 헝가리의 혁명의 차이점은
우리는 일본에서의 독립이었고 헝가리는 합스부르크제국을 추구하였다.
영화는 바로 그 1848년 헝가리혁명과 독립투쟁을 시대적 배경으로 하였으며,
권력다툼에서 밀려난 주인공 에노의 아버지 블라스코비치백작은 반역죄로 체포되고,
옛친구였던 오스트리아 장교 오토 폰 오팅겐에게 살해된다.
어린 에노는 문틈사이로 그 장면을 생생하게 보았고 아버지의 복수를 맹세한다.
그 후 25년이 흐른 후 두 가문의 남녀는 운명적으로 다시 만나는데
그 사랑의 결실이 엎치락 뒤치락하며 영화의 긴장미를 느끼게 하였다.
영화속의 명마 킨챔은 실제로 54번의 경마에 참석하여 모두 우승을 한 명마로
영화속의 에노가 야생마를 길들여 명마로 탄생하였는데 스토리가 치열하였다.
영화를 보는동안 헝가리의 시대적 배경과 유럽귀족들의 화려한 생활을
살짝 엿볼수 있었고 두 집안의 갈등과 에노와 클라라, 에노의 친구이자
클라라의 약혼자 게를로치의 삼각관계가 마음을 졸이게 하였다.
영상미도 좋았지만 무엇보다도 구성력이 탄탄하여 2시간이 금방 지나가 버렸다.
영화속의 아름다운 장면들과 영화속의 두 남녀 주인공의 해피엔딩속에
달달한 마음으로 물든 가로수길을 나와 인사동 방향으로 걸었는데
시위는 수위가 더 고조되었고 도로는 정체되어 클랙슨 소리 높았다.
왜 우리는 이렇게 서로 타협을 하지 못하는가....마음이 우울해졌다.
광화문 역 근처는 토요일마다 집회로 혼잡하다.
교보문고에 걸린 이달의 아름다운 문장.
우리도 나뭇잎의 미덕을 가졌으면 좋겠다.
지난 주 토요일은 상영시간이 급박하여 그냥 지나쳤던 이 다리도 경희궁의 일부인 금천교 다리였다.
아름다운 홍예교.
박물관 마당에 떨어진 낙엽과 석물.
석물에 대한 설명판.
묘소의 수호신 역할을 하였던 석물.
곱게 물든 단풍.
유니크 영화제 베너.
오늘 상영할 헝가리 영화 <매혹의 스캔들>
강연을 맡은 주한 헝가리대사. 초머 모세.
상영전 이 영화의 배경에 대한 설명 화면.
우리 한민족과 헝가리의 마자르족은 활과 말을 잘 다루는 기마민족이었다.
한국과 헝가리의 유사점. 강대국 사이에 끼인 작은 나라.
헝가리 혁명과 한국듸 독립운동의 차이점.
한국에 최초로 헝가리의 정치가와 시인을 소개한 사람은 월북 시인 임화였다.
헝가리를 흉아리 라고 표기한 것이 재미있다. 갈소사는 코수트 라요시를 표기한 듯.
북한이 남한보다 헝가리와 먼저 수교를 하여 북한 여학생들이 50년대 이곳을 찾아 헌화하였다는 사실이 흥이로웠다.
이번 여름 오래동안 어부의 요새에서 바라보았던 세체니 다리가 화면에 나오니 무척 반가웠다.
한국어 포스터.
원 영화의 포스터는 킨쳄.
영화속의 인물들의 관계망.
감독이며 제작자. 가보르 헤렌디.
방탕한 생활을 하며 마음 둘 곳 없는 에노가 기댈 곳은 술집의 마담.
헝가리 서민들의 선술집.
오팅겐의 저택에 초대하지 않은 에노가 나타나자 집사를 불러 퇴장시키려고 하자 딸 클라라가 자신이 초대한 사람이라고 나선다.
경마경기에서 자존심이 무너지고 딸과 함께 떠나는 오팅겐을 뒤쫓아 오는 에노.
연주회장에서 에노를 훔쳐보는 클라라.
눈썰매장에서의 두 연인의 즐거운 모습.
야생마 킨쳄을 명마로 길들인 에노.
클라라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분풀이로 에노는 사랑하는 킨쳉에게 처음으로 회초리를 때렸다.
마음 아파하며 용서를 비는 에노를 영리한 킨쳉은 외면하였다.
자존심도 명예도 잃은 오팅겐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였다.
영화의 달달한 여운을 안고 밖으로 나오니 거리는 황금빛 단풍으로 아름다운데
집회의 수위는 더 높아진듯 소음과 혼동으로 갑자기 우울한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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