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황금 들녁 물결치는 안동 병산 서원. 하회 마을

푸른비3 2019. 10. 13. 09:21

2019.10.12. 토.


점심식사후 안동 병산서원으로 향하였다.

병산 서원은 아이들 어릴 적에 몇 번 찾아갔던 곳이었으며

이번 트레킹 공지가 올랐을 때 내가 참석한다는 꼬리를 달게 한 곳이다.

사실 공지가 오르면 가고 싶은 마음은 가득 하지만,

아침 일찍 집을 나서야 하는 번거로움이 귀찮아 마음으로만 대신하였다.


아이들이 여름방학을 하면 성수기의 혼잡을 피하여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을 찾아 휴가를 떠났다.

지인의 추천으로 처음 병산서원을 찾았을 때는 막 장마가 끝난 뒤로

도로는 움퍽움퍽 패인 곳이 많아 덜컹거리는 차안에서

우리는 비명을 지르며 즐거워 하였고 남편은 차 다 망친다고 투덜거렸다.


겨우 도착한 병산서원 앞의 낙동강물은 붉은 토사물이 넘칠듯 흘렀다.

서원의 앞 넓은 정원에는 붉은 백일홍이 화르르 피어 천상의 세계인 것 같았다.

만세루에 앉아 나는 그때 막 배우기 시작한 피리를 불었고

남편과 아이들은 남들이 들을까....창피하다고 야단이었다.


몇 해 뒤 다시 병산 서원을 찾았을 때는 지금처럼 초가을날이었던가?

강물은 눈에 보이게 줄어들고 맑고 깊었다.

강가에는 아들을 데리고 낚시를 나온 젊은 아버지가 강물에

낚싯대를 멀리 던지는 모습이 한 폭의 그림같아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시들어가는 누런 수풀사이로 어느덧 땅거미는 내리고

우리는 어둑어둑해지는 강길을 따라 걸었던 기억이 어슴푸레 떠 올랐다.


그 후 서울로 이사한 후 먼거리여서

차가 없는 나는 항상 마음으로만 그리워하였던 곳이다.

주차장에 내린 후 서원까지 걸어오는 길에 옛추억들이 되살아 났다.

강가의 저 큰 포플라 나무는 조금 더 키가 커진 것 같고

붉은 흙탕물이 넘칠듯 흐르던 강폭도 더 좁아진 듯 하였다.


병산 서원 만대루는 더 이상 오를 수 없게 막아 놓아 그곳에 앉아

단소를 불기는 커녕 서원앞을 흐르는 강물을 바라 볼 수 없어 아쉬웠다.

서원 넓은 대청 마루끝에 앉아 앞의 산을 바라보니 정말 병풍을 두른듯 하였다.

뒤로는 제향공간이 잘 구분되어 엄숙하면서도 고요하였다.

유네스코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으니 앞으로 잘 보전되리라 믿었다.


병산서원에서 하회마을까지는 십리 길로 그 당시 학문을 하는 선비들도

이 길을 걸어 다녔으리라 생각하며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맡기며

쉬엄쉬엄 걸으니 어느새 억새꽃이 하얗게 피어난 황금들판이 나타났다.

조금 전 콩밭. 조밭. 생강밭도 지났는데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라는 게 실감되었다.


하회마을은 너무 익숙한 곳이고 상업화된 곳이라 들어가고 싶지 않았는데

일행과 함께 보조를 맞추다 보니 그냥 마을 안으로 깊숙히 들어와 버렸다.

지난 초 겨울 고향의 친지분들과 이곳을 찾았을 때는 수확을 하고 남은

목화꽃이 피어 옛정취를 느끼게 하였는데 그 목화밭은 강가의 길을 가야 했던가?


골목길을 따라 걸으니 담장너머로 붉게 익어가는 감들이 탐스러웠다.

담벽에 붙은 맨드라미. 백일홍들도 어린시절의 우리집 담을 연상케 하였다.

어머니는 국화를 좋아하여 흙담 아래 다양한 종류의 국화를 심었는데

나는 특히 늦가을 서리맞은 하얀 국화가 담벽에 기대어 시드는 모습이 좋았다.

가을이면 항상 그리운 풍경이 바로 그 서리맞아 시든 담벽의 국화꽃이었다.


어디선가 확성기 소리가 들려 가 보았더니 전통한복을 입은

신랑 신부가 전통 혼례식을 올리고 있었는데 회혼식인지 은발이었다.

약속된 시간이 많지 않아 다른곳으로 이동하여 기와집안을 기웃거리고

유성룡집으로 들어가 보았더니 제일 넓고 정원수 손질이 잘 되어 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양반들, 기득권자는 호화롭게 살았구나 생각하였다.


낙동강이 마을을 한바퀴 휘감아 돌아간다고 하여 하회마을이라고 하였으며,

마을은 강위의 배와 같다는 생각으로 우물을 뚫으면 물이 새는 형상이라

마을안에는 우물을 뚫지 않고 마을앞 강물을 길어서 사용하였다고 하였다. 

방풍림을 잘 조성되어 모래와 바람을 막을 수 있게 한 조상의 지혜를 생각하며

우리는 소나무 숲의 벤치에 앉아 부용대를 바라보고 서울로 향하였다.


오늘 해박한 해설을 곁들여 우리를 리딩을 하신 라이파이님.

총무를 맡으신 걷는 풀님. 사진을 담당하신 사진작가님.

앞서거니 뒤서거니 함께 길을 걸었던 모든 유유님들.

모두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버스에서 내려 병산서원으로 가는 길옆의 낙동강.


어느 민박집 앞의 화단.


병산서원의 모습.


입구의 양옆에는 붉은 백일홍 곷이 가득하였던 기억이 난다.


만대루.


만대루 설명판.


서원안의 작은 연못. 광영지.


광영지 설명판.


만대루 아래에서 바라본 병산서원.


만대루 마루에 앉아 낙동강을 내려다 보는 유유님들.


200명을 수용하는 공간 만대루.


저 위에서 낙동강을 바라보며 가곡을 한 곡 불렀으면....


병산서원 정면.


서원의 앞 부분은 강학 영역.


뒷편은 제향 영역.


제단 입구의 배롱나무. (수령 400년)



고요한 제향 영역.





자연의 모양을 따라 계단식 담장.


강학 영역.


강학 영역의 큰 마당.


서원안의 현판들.


공부가 저절로 될 듯한 병산서원을 뒤로 하고.


하회마을로 가는 길.


여물어 가는 조밭.


언덕을 올라가는 유유님들.


길위에서 잠깐 걸음 멈추고 바라본 낙동강.


병산서원에서 하회마을까지 4킬로를 걸어서 .


낙동강의 습지.


뒤로 병풍처럼 둘러 싼 산등성이도 참 편안하다.


이번 태풍으로 쓰러진 벼를 보니 마음 한 구석이 짠하다.


하회마을 근처의 황금들녁.


논둑위의 억새.


황금들판을 보니 내 마음도 풍요로워졌다.


황금들판을 건너가는 유유님들.


가을 햇살아래 하얗게 부서지는 억새들의 노래 들으며.


들 가운데 길 끝의 이상한 형태의 탑은 교회?


낮은 담장너머로 보이는 감나무.


마당넓은 집.


선비차림의 할아버지.


우리 유유님을 위해 포즈를 취해주시는 할아버지.


볼이 발갛게 익어가는 감.


마을 안쪽에서 전통 혼례식이 벌어지고 있었다.


회혼례인지 신랑 신부가 모두 은발이었다.


담장에 기대어 핀 백일홍.


마을안의 기와집.


충효당 비.


대청마루안쪽의 멋진 현판.


유성룡 집.


유성룡 집 안뜰.


잘 가꾸어진 정원수.


안 쪽의 기와집은.


유성룡의 유품이 정리된 영모각.


영모각 앞의 만지송(가지가 만 개가 된다는 소나무)


마을 안의 정겨운 칠봉이네 카페.


골목길.


다정하게 손잡고 다니는 커플들.


맨드라미 담장.


멀리 연보라 꽃들이 눈길을 글어 가 보았더니....


마을 앞 소나무 너머의 부용대.


부용대 아래의 강바닥.


소나무 방풍림을 지나 버스 정류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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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토님이 찍은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