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코앞이다.
不知不識間에 立秋가 지나고 處暑가 지나더니
어느새 목덜미가 선뜩해지고 자다가 이불을 당겨 덮게 되었다.
올해는 여름을 지겨워할 틈도 없이 떠나보내는 것 같아
'언제 가을의 서늘함을 느낄수 있을까....'하던 예년과는 달리
오히려 여름의 열기와 더위에 일말의 아쉬움이 남는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점점 더 더우리라는 예측이 있었기에
잔뜩 긴장을 하였는데 올 여름은 몇 번의 熱帶夜가 있었지만,
지난 해 여름처럼 밖으로 나서면 얼굴에 숯불을 끼얹는 것 같은
피부가 따끈거릴 정도의 더위는 느끼지 못하였던 것 같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면역력이 약하여 더위도 추위도 견디기 힘들다.
젊은 시절에는 에어컨이나 선풍기 바람이 싫어
웬만한 더위에는 그저 부채로만 더위를 식혔는데
요즘 더위에는 냉방 시설없이는 살기 어렵다.
더위를 피하여 7월에 동유럽 여행을 갔더니 그곳에서는
밤에는 문을 닫아야 할 정도로 서늘하였고
낮에도 거의 긴소매 차림으로 다녀야 할 정도였다.
8월에도 에어컨을 몇 번 켤 기회도 없이 여름을 보내어
에어컨 청소한 게 아까워 아직 코드를 뽑지 않고 두고 있다.
객지에서 딸과 단 둘이 사는 2인 가족인 우리 집에
이번 추석은 찾아오는 사람없어 더욱 외로운 명절이 될 것 같다.
명절이면 아들 내외가 손자를 데리고 일찍 찾아와 집안이 부산스러웠는데
올해는 며느리가 한 달 전 둘째 손자를 순산하여 올 수 없다고 하였다.
아들이 지난 설 명절 차례를 올리면서
이번 추석부터 자기 집으로 제사를 모셔가겠다고 하였으나,
내가 아직 건강하고 당분간 내가 더 모시고 싶으니,
너희들은 형편이 안되면 오지 않아도 좋다고 하였다.
고향 마산에 살고 있는 아들 내외는 명절 며칠 前 우리 집으로 와
서울 근교의 명소를 여행하기도 하고 맛집을 찾아 다니기도 하였다.
어린 손자가 태어난 이후에는 안방을 내주고 내가 거실에서 잤는데,
나도 불편하였지만 편안한 제 집을 두고
좁고 마음 편치 않은 시갓집에서 지내는 며느리가 안스럽고도 고마웠다.
며느리는 내게 특별히 살갑게 굴지는 않지만 속이 깊은 아이이다.
결혼 후 여지껏 통장으로 매달 용돈을 내게 보내고
나의 생일과 시누이 아라의 생일과 기념일들을 잘 챙겨준다.
다른 집 며느리처럼 애교를 부리며 자주 전화를 하지 않는다.
나 역시 직장다니는 며느리가 불편해 할 것 같아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전화를 하지 않는다.
반면, 아들은 거의 빠지지 않고 매일 퇴근하면서 전화를 한다.
내게만 전화를 하는 게 아니고 10살 어린 제 동생 아라와
하루에도 여러번 전화를 하여 서로 농담도 하고 의논을 한다.
어느 정도 世代差를 느끼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나보다는 잘 통할 것이다.
어제는 아라와 같이 식탁에서 저녁밥을 먹다가 아들의 전화를 받았는데
지난 일요일 조상님들 산소에 가서 벌초를 한 후 풀독이 올라
팔 다리가 가려워 어제부터 피부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하였다.
전화를 끊은 후 곁에서 아라가 "엄마. 오빠도 참 외로울거야....." 하였다.
내가 "아니, 옆에 사랑하는 마누라와 토끼같은 두 아들이 있는데,
외롭기는 왜 외로워?" 하고 놀란 눈으로 물으니,
"나는 엄마가 곁에 있으면서 언제나 나를 보살펴 주고 위로해 주지만,
오빠는 스스로 오빠들 가족을 부양하고 책임져야 할 입장이니,
가끔은 오빠가 외로울거라는 생각을 하게 돼....."하였다.
밥을 먹으면서 곰곰히 생각해 보니 '정말 그럴수도 있겠구나....
아내와 아이들뿐만 아니라 점점 노약해가는 어머니와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동생이 있으니 어깨가 무겁겠구나."생각되었다.
아라와 아들 태성이는 10살의 나이 차이가 있지만
나는 알지 못하는 유행가와 연애인의 이야기를 함께 즐기고
컴퓨터 원격 시스템으로 오락게임을 즐긴다.
서로 챙겨주고 위하는 모습은 어느 오누이 못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아들은 임용고시 공부를 하는 동생에게 많은 충고나 조언을 해준다.
동생이 거실에서 데스크탑 컴퓨트로 동영상 강의를 듣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전화로 "노트북을 사줄까?....." 제의하였으나,
오빠의 경제적 사정을 아는 아라가 거절하는 것을 듣고
내가 몰래 아들에게 문자를 보내어
아라의 대학원 卒業膳物로 사 주라고 하여 얼마전 도착하였다.
기대하지 않았던 노트북 선물을 받고 눈물까지 글썽이면서
"어서 돈을 벌어 엄마와 오빠에게 받은 신세 빨리 갚아야지...." 하였다.
아라는 오빠가 보내 준 노트북을 소중히 여기며 지금 잘 사용하고 있다.
責任과 義務가 많던 젊은 시절에는 명절이 번거롭다는 생각을 하였지만,
나이가 들수록 명절이 있어서 각기 흩어졌던 家族이 모일 수 있고,
반복되는 일상을 매듭을 지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소중하게 여겨진다.
이번 秋夕은 다른 해 보다 조용하고 조금은 쓸쓸한 명절이 되겠지만,
모처럼 호젓하게 古宮과 미술관을 산책하며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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