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글)
* * * *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박혜란 지음
나무를 심는 사람들 출판사
(2014.8.9~13)
마을 도서관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는 내가 다시 아이를 키울 기회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그냥 지나치려다가 이런 책을 쓴 사람이라면 분명
자식농사를 잘 지었으리라는 생각이 들어 기회는 없겠지만 호기심이 생겼다.
그 만큼 나는 자식교육에서 내세울 게 없다는 자격지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누구나 다 자신에게 주어진 자식들을 최선을 다하여 양육시키고 싶어한다.
나름대로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교육을 하였지만 나중에 결과는 만족하지 못한다.
나 역시 나의 자식들을 하느님 선물이자 나의 분신이라 생각하였다.
그런 생각이 오히려 자식교육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신혼시절 시름시름 아파, 병원에 가서 감기치료약 처방을 받고
그 약을 아무런 의심도 없이 복용하고 나중에야 임신이라는 걸 알았다.
독한 약물을 그렇게 며칠이나 복용을 하였으니 당연히 태아에게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생각에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고민속에 빠졌다.
병원에 찾아가 의사와 의논을 하였더니,
약물이 태아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확률은 낮다고 하였다.
그렇지만 출산일이 가까워지자 걱정은 더 커져만 갔다.
혹시나 그 흔하지 않는 확률이 나에게 오지 마라는 법이 없으니까....
불안과 초조속에서 나는 하느님께 매달리기로 하였다.
하느님이 제게 주시는 아이라면 설령 그 아이가 기형으로 태어나더라도
나에게 맡겨주신 하느님의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다 받아들이겠다는
기도를 하자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렇게 태어난 첫째 아들은 다행히 건강한 아이로 태어났고,
나는 "착하고 건강하고 슬기로운 아이"가 되기를 기도하였다.
누구나 처음 자식을 키울때면 자신의 아이가 영재라고 생각하듯이,
나 역시 블록놀이에 열중하는 아이를 바라보며 천재가 아닐까?....생각했었다.
그 당시 경제적인 이유로 부업을 시작하여 아이를 이웃 오락실에 자주 보냈다.
그 오락실 출입이 나중에 입시를 앞둔 고3까지 연장되어 속을 태우더니
성인이 된 후 직장에 다니면서도 아들은 밤늦도록 오락게임을 즐기곤 하였다.
(결혼하여 가정을 이룬 지금도 아직 오락을 즐기는지 물어보지 못하였다.)
순발력이 있고 기억력이 좋고 창의적인 성격이라 공부에 조금만
집중하면 금방 성적이 눈에 뜨게 오르는데도 아들은 내게
"이 세상에 하고 싶은 일, 즐거운 일이 얼마나 많은데 따분하게 앉아서
공부를 하느냐?"고 하면서 내 속을 뒤집여 놓은 적도 많았다.
10년 터울로 늦게 임신한 딸은 또 심한 입덧으로 나를 괴롭혔다.
벽지 아래에서 시멘트 냄새가 났고, 아스팔트길에서 코올타르냄새가 났다.
거의 밤도 먹지 못하고 내 침이 역겨워 삼키지 못하고 뱉아내야만 하였고,
밤늦도록 잠이 오지 않아 많은 책들을 읽었다.
딸은 기저귀를 떼지도 않은 상태에서 바이얼린을 잡으려고 하였고,
그림책속의 그림을 보고 혼자서 한글을 터득하였고,
오빠의 등너머로 알파벳까지 읽을줄 알게 되어
정말 이 아이는 영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입학후에는 내 손을 거치지 않고 모든 준비물도 스스로 챙겨가는 아이여서
이웃이 부러워하면, "늦게 임신하였더니 뱃속에서 철이 들어 나왔나 봅니다" 하였다.
그런 딸 아이도 자라면서 그 영리함이 사라지고 평범한 아이로 성장하였으니
어쩌면 두 아이다 내가 양육을 잘 못한게 아닌가 하는 자괴감이 든다.
나는 아이들에게 인내심과 강한 의지를 길려주지 못하였던 것 같다.
나와 남편의 유전자를 이어 받았으니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 모르겠다.
우리 부부 모두 의지도 약하고 인내심이 부족하여 어떤 난관에 부딪히며
그걸 극복하지 못하고 좌절하고 타협해 버리는 성격이었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 평범하게 살고 있는 아들과
피아노를 전공하는 대학생인 딸을 바라보며,
앞으로 불확실한 미래에 어떤 상황에 처하게 될지 모르지만,
지금처럼 건강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도와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이 책에서
엄마는 자식의 몸믕 낳아 주었을 뿐이지 자식의 뜻까지 낳아중 건 아니다고 하였다.
자식의 뜻을 존중하고 키워주라고 하였는데 그걸 못 하였던 것 같다.
아들이 노래를 하고 싶다고 하였을 때 그걸로 밥벌이하기 어렵다고
아들이 가고 싶은 길을 가지 못하게 막은 것이 미안스럽다.
지은이는 자식을 키우는 방법중에서 거리두기를 해라고 하였다.
거리를 두기 위해서는 아이를 내게 맡겨진 손님으로 대하라고 하였는데,
내 성격상으로는 그건 아무래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사랑스러운 자녀들을 어떻게 손님대하듯이 할 수 있을까?
돌이켜 생각하니 나는 육아하는 동안 참 행복하였던 기억만 남아있다.
육아책에 적힌대로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분량의 수유를 하였고,
밤 10시경에 잠이 들었고 새벽에 나보다 먼저 일어나 옹아리를 하여
나를 깨웠으며, 하루의 피로도 아이의 모습을 보면 다 날아가 버렸다.
저자는 이 책의 끝부분에 공동육아에 대한 글을 적어 놓았다.
육아와 교육은 국가의 백년지대계이니 개인에게만 맡기지 말고
국가에서 운영하는 공동 육아시설을 이용하는게 앞으로
맞벌이를 해야 하는 우리들의 공동과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속에 남기고 싶은 지은이 박혜란님의 글이다.
*내 아이 키울 때는 부모는 아직 젊어 자신의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는데다
아이들의 미래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기 때문일게다.
어떻게 하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 걱정과 욕심이 앞섰으니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즐길 여유가 있으리 없었다,.
*아이를 서울에 있는 대학에 입학시키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조건은
할아버지의 경제력과 아빠의 무관심, 엄마의 정보력,
그 중에서도 핵심은 엄마의 정보력
*엄마는 자식의 몸을 낳아 주었을 뿐이지 자식의 뜻까지 낳아준 건 아니다.
자식은 자기만의 뜻을 가진 존재다. 자식의 듯을 헤아리지 않고 무조건 엄마의
뜻대로 키우려는 건 자식을 독립된 인격체가 아니라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데서 오는 발상이다.
*아이들에게 꼭 화려한 장미를 보여줄 필요는 없다. 강둑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달맞이곷이라도 자주 보여 주었다면, 그리고 이름모를 풀벌레들을 함께 잡았다면
얼마나 재미있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아이는 부모의 분신이 아니다. 부모의 몸을 빌려 태어나긴 했지만,
부모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존재다. 부모의 얼굴이나 체형은 닮앗을지 모르지만,
부모의 꿈가지 복제해서 태어나진 않는다. 그러므로 부모가 할 일은, 내가 못 이룬 꿈을
아이가 대신 이루어주길 바라는게 아니라 아이가 독립적으로 품은 꿈을
아이 스스로 키워 나가도록 돕는 것뿐이다.
*거리 두기의 가장 성공적인 방법은 가슴이 좀 아프겟지만 아이를 네게 온 손님으로
생각학 대하라는 것이다. 아이를 손님으로 생각하는 데 성공한다면 이제까지
아이때문에 불안하고 속상했던 일들이 일시에 사라지면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상태를
맛 볼 거라고 단언할 수 있다.
*공동육아가 지향하는 목표는 '더불어 사는 세상, 함께 크는 아이들'이란 슬로건으로 요약된다.
경쟁적인 육아방식을 지양하고 공동체적인 삶의 방식을 익히게 하는 것이다.
아이들의 자발성과 창의성을 키워 주는데 주력하며 늘 자연과 함께 사는 법을 가르치는 동시에
부모들도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새로운 삶의 방식과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음으로써 공동체를 되살려 나가고자 하는 일종의 사회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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