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신경숙의 <깊은 슬픔> 상, 하

푸른비3 2014. 8. 17. 23:16

깊은 슬픔 상, 하

신경숙 지음

문학동네

(2014.7.25~8.3)

         *         *         *       *

신경숙의 30년 전의 장편소설이다.

너무나 널리 알려진 소설이고 발행된지가 퍽 오래된 책이어서

작가 신경숙을 좋아하는 독자였으므로 그 내용이 또렷이 떠 오르지는 않아도

당연히 이 책을 읽었으리라 생각하였기에 그냥 지나치기만 하였던 책이다.

 

이번에 작은 도서관의 대출 봉사를 하면서 우연히 이 책을 다시 펼쳐 보았는데

전에 읽었던 소설은 앞부분 몇 쪽을 읽으면 그 다음의 내용이

전개가 되어감에 따라 잊었던 기억이 되살아 나는데

이 책은 처음 읽어보는 내용이어서 기쁜 마음으로 대출을 했다.

 

30년전 그녀의 데뷰 초창기에 쓴 소설인데 그녀의 문체가 고스란히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듯 지금과 별 차이를 느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내가 그 광경속에 들어가 있는 듯  손에 잡힐 듯이 잘 묘사되어 있었고

등장인물을 들여다 보는 듯 세밀하게 잘 묘사하는 것이 그녀의 특징이다.

 

다만 너무 섬세하게 표현되다 보니 전체적인 흐름의 연결이

잘 안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았고 너무 디테일에 치중한 듯 한 느낌이 들었다.

주인공 오은서의 감정에 따라가다 보면 나 자신도 그녀의 감정에 함입되는 듯,

그곳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는 것 같아 당황되기도 하였다.

 

지금보다는 많이 미숙하다는 느낌이 드는 묘사가 많았고

눈이 많이 내리는 고장 이슬어지 라는 한 마을에서 자란 세 친구가

성인이 되어 서울이라는 넓은 공간으로 이동하였으나 그 한계를 넘지 못하고

세 친구가 서로 연인관계이자 삼각관계를 이루는 것이 조금 거슬렸다.

 

엄마의 잦은 가출로 어린시절부터 상처를 받은 오 은서는

사랑에 대한 신뢰를 갖지 못하고 사랑이 떠나고 나서야 그 소중함을 깨닫는다.

언제나 자신의 곁에서 묵묵히 지키보는 친구 세에게는 정을 주지 못하고

항상저만치 거리를 두고 떠도는 완에게 자신의 모든 마음을 다 빼앗겨 버린다.

 

사랑의 감정이란 본래 다가서면 멀리 달아나려는 습성이 있는가?

은서는 닿지 못하는 완에게 닿으려고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지만

완은 언제나 그녀에게서 한 발짝 비켜나 있다가 나중에는 다른 여자와 결혼하였고,

은서가 세와 결혼하였다는 것을 알고 늦게야 다시 은서에게 다가서려고 한다.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 중, 생존의 욕구, 위험에서 벗어나려는 욕구가 채워지면

사랑이란  욕구를 충족하고 싶어하는게 인간의 본능이라고 하였는데

이 소설에서는 은서의 삼각형으로 이어 달리기식의 영원히 손에 닿지 않는

밀고 당기는 사랑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세지가 무엇인지 아리송하였다.

 

아래는, 그녀의 아름답고 섬세하고 서정적인 문체를 몇 줄 베껴 보았다.

 

*은서는 꽃잎에 얹힌 가는 빗방울들이 공기 속으로 사르륵, 스며 들고 있는 광장의

목련나무를 물끄러미 내려다 보았다.   희어서 저절로 눈이 감겼다.

봄꽃들은 참 열정적이다. 잎도 돋기전에 저렇게 힘껏 꽃을 먼저 내놓고는

사람의 눈길을 발길을 몪어 놓는다.  그 생기 , 그 어여쁨.

 

*이밤. 너는 무얼 할까?  잠들었을가.  배꽃에 가는 비 묻는 이 밤,

처마밑 새끼 제비들 빗소리에 뒤척이는 밤,  무엇을 보든 너와 함께 봤으면.

나, 그뿐이야.

 

*은서는 눈물이 그렁해졌다.  그냥 다 무서워. 오래된 것들이, 네게 빠져 있는 내 마음이,

저 별이, 기억해야 하는 어린 시절이, 함께 있어도 이렇게 외로운 마음이,

네가 세상에 혼자인 듯이 그러고 앉아 있으면 나는 발이고 더듬이고 다 잘린것 같아.

무서워.

 

*구름이 사라지는 곳에서 그녀는 시선을 거둬 완을 봤다.  저 남자가 바라다보는 곳은 어디일까.

어디인지 그녀로서는 알 수가 없다.  곁에 자신을 두고도 혼자 앉아 있는 듯이 보이는

완의 모습을 볼 때면 그녀는 세상의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할 것만 같다.

 

*바보가 되어간다는 얘기지.  너에게 가까이 가고 싶은 마음.

그 외에는 모두 공허하니가, 네가 전화를 걸어주거나 네가 나에게 와 주거나

그것밖에는 중요한 일이 없으니까.

 

*감정이란 무서운거야, 너무나 고통스러워.  은서는 손깍지를 깊게 꼈다.

때때로 그녀는 자신이 그런 고통스런 단계를 즐기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때도 있었다.

 

*기다림이 끊어지니까 마치 나 혼자서만 외떨어진 장소에 있는 것 같았어요.

그렇게 아무런 기다림이 없어지기는 처음이었어요.  가능한 일이든 불가능한 일이든

마음속에 기다림이 있으면 그전에 마음을 붙여 하루를 보낼수가 있지 않아요?

 

*어머니는 아직 눈이 쌓인 산의 사방에 바가지에 있는 것을 나눠 뿌렸다.

멀리, 될 수 있으면 멀리까지 퍼지라고 어머니는 팔에 힘을 주었다.

눈밭에 고구마 떨어지는 소리, 쌀이 흩뿌려지는 소리, 그 소리의 어느 틈,

차가운 새벽빛속에서 어머니가 은서를 돌아다봤다.

"목숨은 자기것이 아니다.  스스로 끊을 수 있는 건 더더구나 아니여."

 

   *       *      *      *


깊은 슬픔(상)

저자
신경숙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1994-03-0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1994년 발행본으로 표지, 본문 깨끗합니다.*책소개 신경숙 첫...
가격비교

 


깊은 슬픔(하)

저자
신경숙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1994-03-0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B-5958 반양장본 | 280쪽 | 210*148mm (A5)...
가격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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