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1918년 제 1차 세계 대전 말 뉴올리언즈. 그 해 여름, 80세의 외모를 가진 아기가 태어난다. 그 이름 벤자민 버튼(브래드 피트). 그러나 사랑하는 아내가 벤자민을 낳다 세상을 떠난 것에 대한 분노와 아이의 너무나 평범하지 않은 외모에 경악한 벤자민의 아버지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그를 ‘놀란 하우스’ 양로원 현관 앞에 버린다.
“넌 다른 게 아냐, 특별할 뿐이야”
놀란 하우스에서 일하는 퀴니에게 발견된 벤자민. 퀴니를 엄마로, 그곳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친구로 살아가는 벤자민은 해가 갈수록 젊어지는 자신을 발견한다. 이제 12살이 되어 60대 외형을 가지게 된 벤자민은 어느 날, 할머니를 찾아온 6살 나이 그대로의 어린 데이지를 만난다. 그리고 데이지의 푸른 눈동자를 영원히 잊을 수 없게 된다.
“시간이 흐를수록 나만 점점 젊어진다면?”
이제 제법 중년의 모습이 된 벤자민은 바다를 항해 하며 세상을 알아가고 데이지는 뉴욕 무용단에 합류해 인생의 절정을 보내며 열정을 폭발시킨다. 그리고 끝없이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 끝에 벤자민과 데이지는 마침내 서로 함께하는 ‘스윗 스팟(Sweet Spot)’의 시기를 맞는다. 서로의 나이가 엇비슷해진 짧은 그 순간을 놓칠 수 없었던 벤자민과 데이지는 불 같은 사랑을 나눈다.
그러나 그는 날마다 젊어지고 그녀는 점점 늙어가는데…
줄거리
반세기를 돌아 마침내 스크린으로의 탄생
같은 설정, 다른 이야기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F. 스콧 피츠제럴드가 1920년대에 쓴 단편소설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마크 트웨인의 명언 “인간이 80세로 태어나 18세를 향해 늙어간다면 인생은 무한히 행복하리라”에서 피츠제럴드가 작가적 영감에 의해 충동적으로 쓴 이야기를 스크린으로 옮기는 작업은 근 60년의 세월이 걸렸다. 처음 제작화가 추진된 것은 1950년 대. 하지만 40여 년의 세월을 떠돈 끝에 지금의 제작자를 만나게 되었고 10년에 가까운 각본 작업 후, 또 다시 10여 년이 지나서야 마침내 온전한 모습의 영화로 탄생했다.
한 남자의 평생을 표현하는 것은 기술적으로도 굉장한 도전이었지만 어찌 보면 현실성이 떨어지는 판타지적인 이야기를 지극히 현실적인 드라마로 만들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 낸다는 것 역시 새로운 도전이었다. ‘삶의 경험을 간결하면서도 섬세하게 그려내고, 단 한 편의 영화 안에 무덤에서 요람까지 인생의 굴곡을 묘사하여, 매 순간이 보는 이에게 감정의 동요를 일으키는’ 이야기를 만들기 위한 방법으로 영화에 참여한 수 많은 사람들의 인생 경험을 투사했다. 사랑한 이들을 잃었거나 사랑을 얻지 못한 이야기, 떠났거나 혹은 떠나버린 경험들을 녹여냈고 영화는 원작소설과는 또 다른 매력의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1992년 초고 대본을 받은 핀처 감독은 수년 간 아이디어를 키워오다 2003년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개인적인 사건을 계기로 본격적인 영화화에 착수하게 된다. 핀처 감독에게 있어 특별한 대상이었던 아버지와의 이별은 그 어떤 때보다 이번 영화를 ‘이성’보다 ‘감성’으로 접근하게 만드는 심오한 경험이 되었다. 그리고 사회의 흐름을 지켜보는 논평자로서 편견 없이 있는 그대로 사람들을 바라보며 인정하는 본인 아버지의 모습을 벤자민이 사람과 상황에 대처하고 반응하는 모습 속에 녹여 넣었다.
비범한 상황 속 보편적 공감
<포레스트 검프> 작가가 만든 또 하나의 특별한 ‘보통 사람’ 이야기
전작 <포레스트 검프>에서 세계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인간 군상을 탁월하게 그려낸 에릭 로스가 각본 작업에 참여해 크고 작은 사건들, 수많은 만남과 이별을 통해 완성되어가는 인간의 일생이라는 거대한 풍경을 그려냈다.
1918년에 시작하여 21세기를 관통하는 벤자민 버튼의 인생 여정은 그가 만난 사람들과 장소, 찾고 또 잃었던 사랑, 생의 기쁨과 죽음의 슬픔, 시간을 초월하여 영속하는 가치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는 비록 평범하지 않은 인물을 통해 삶의 기쁨과 사랑, 그리고 상실의 슬픔, 시간과 세월을 초월하여 존재하는 보편적인 인간의 인생을 탐구하는 것이다.
나이를 거꾸로 먹으며 사는 인생은 표면적으로 대단히 이상적이지만 사실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이를 먹어 늙어갈 때 본인은 다른 시간을 살아야 한다는 슬픔을 감내해야 한다. 또한 역순의 인생을 사는 주인공에게도 첫키스도, 첫사랑도 모두 의미심장한 사건이며 죽음 역시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찾아온다는 심오한 현실을 보여준다. 이것은 곧 인간이 인생을 순리대로 살든, 거꾸로 살든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은 차이가 없다는 진리를 말하는 것으로 이는 모든 이의 공감을 끌어내는 요소가 된다.
일생에 걸친 벤자민의 여행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느끼고 또 느껴야 하는 수많은 감정과 삶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때문에 관객들은 본인의 인생에 대해 생각하는 동시에, 중장년 관객들은 그들대로 향수를 느낄 것이고 젊은 관객들은 그들대로 흥미로운 경험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한 영화가 이토록 넓은 세대에 걸쳐 이토록 다양한 시각을 끌어내는 것도 좀처럼 드문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벤자민 버튼으로 다시 태어난 브래드 피트
여신 포스 발산하는 케이트 블란쳇
브래드 피트는 벤자민 버튼이라는 역할을 맡아 모든 연령대에 걸친 특별한 연기를 선보인다. 벤자민 버튼은 브래드 피트가 지금까지 연기한 인물들과는 확연히 다른 인물로 지금껏 연기한 캐릭터 중 가장 방대하고 심오한 역할로 인생에서 사람들과 마주치면서 내적으로 성장해가는 모습을 관객들에게 보여 준다.
보통 사람들과 다른 종류의 삶을 산다는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한 브래드 피트는 ‘벤자민’의 비범한 매력을 ‘보통 사람’의 모습으로 묘사해 관객들이 주인공에게 점점 동화되어 가는 특별함을 선사한다. 데이빗 핀처 감독은 브래드 피트의 연기에 대해 “자기 캐릭터가 ‘하는’ 일에 관심을 갖는 일반적인 연기론이 아닌 많은 것을 ‘하는’ 대신 그저 엄청난 사건들을 ‘거치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했다”고 평했다.
핀처 감독은 <엘리자베스>에서 연기를 보고 줄곧 마음에 담아 두었던 케이트 블란쳇을 피트의 상대역으로 캐스팅했다. 데이지는 자신은 점차 늙어가는 반면, 사랑하는 남자는 시간이 갈수록 거꾸로 젊어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면서 충동적이고 열정적인 댄서에서 강인한 여성으로 변모하는 인물. 블란쳇은 마치 여신 같은 모습으로 역할을 연기해냈다. 특히 어린 시절 잠시 발레를 배워 본 것이 전부였지만 프로 발레리나와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 전체를 이끌어가는 벤자민과 데이지의 관계의 핵심은 그들의 다른 삶이 조우하고 헤어지는 과정이다. 둘의 다른 성장 속에서 새롭게 발견하고 또 잃어 버린 기회를 통해 삶의 무엇도 영원히 쥐고 있을 수 없으며 결코 영원히 ‘내 것’이 될 수 없음을 깨닫게 되고 이는 관객들에게도 또 하나의 진리로 다가갈 것이다.
만나고 헤어지고, 벤자민의 일생을 완성한 사람들
브래드 피트의 딸 샤일로와 다코타 패닝의 동생 엘르 패닝 출연
선택에 의해서든, 죽음에 의해서든 사람들은 누군가를 떠나 보내고 떠나는 것처럼 벤자민을 거쳐간 많은 이들이 그에게 흔적을 남기고 그 흔적은 그의 인생으로 기억되게 된다.
벤자민 버튼의 엄마가 되기로 선택한 ‘퀴니’ 역은 <허슬 앤 플로우>에서 생생한 모성애 연기를 보여준 타라지 P. 헨슨이 맡아 인종차별이 만연한 시대에 자신이 낳지도 않았으며 백인이면서 또 기이한 모습을 한 아이를 조건 없이 받아들이는 사랑을 보여준다.
마헬샬하쉬바즈 알리가 연기한 ‘티지’는 ‘퀴니’의 남편이자 벤자민에게 아버지 역할을 하며 남성의 표준이자 등대와도 같은 존재이다. 벤자민에게 읽는 법과 쓰는 법을 가르치고 셰익스피어를 소개하며 벤자민 인생에서 남성상을 구축할 토대를 마련한다.
벤자민을 모험의 세계로 인도한 인물은 마이크 선장과 다양한 인간 군상을 대변하는 선원들이다. 자레드 해리스가 온몸이 지도로 뒤덮인 ‘인생의 장벽과 굴곡, 패배에 지치고 분노에 찬 주정뱅이 예술가’인 마이크 선장으로 분했다. 벤자민을 인생의 기쁨과 고통으로 이끌며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세상을 보도록 만든 마이크 선장은 벤자민에게 또 다른 의미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다.
벤자민의 ‘진짜’ 아버지 ‘토마스 버튼’은 브래드 피트와 데이빗 핀처 감독의 절친한 친구인 제이슨 플레밍이 맡았다. 어린 아들에게서 벗어남으로써 아내를 잃은 슬픔을 극복하고자 했지만 아들을 버렸다는 자책과 후회가 그의 일생을 따라간다.
벤자민이 러시아에서 만난 ‘엘리자베스 애봇’은 틸다 스윈튼이 연기한다. 엘리자베스 애봇은 외교관의 아내로서 영국 해협을 헤엄쳐 건너는 모험을 꿈꾸는 여인이자 벤자민의 첫 키스 상대이다. 둘은 서로에게 많은 것을 가르치고 엘리자베스가 인생의 마지막으로 꿈꾼 모험은 벤자민에게 인생을 열어주는 계기가 된다.
특히 영화 속에는 브래드 피트의 딸 샤일로가 아빠와 함께 출연한다. 원래 출연을 약속한 아기가 울음을 멈추지 않아 마침 촬영장에 있던 샤일로가 대타로 출연하게 된 것. 샤일로는 영화 속에서 아빠 브래드 피트가 분한 벤자민 버튼의 딸로 등장한다. 또한 케이트 블란쳇의 어린 시절로 등장하는 아역 배우는 연기천재 다코타 패닝의 친 동생 엘르 패닝이다.
[ ABOUT THE PRODUCTION ]
실제 현실을 반영한 뉴올리언즈 로케이션
시대의 특징과 시간의 흐름 나타낸 사실적인 세트
영화는 몬트리올, 카리브 해, 뉴올리언즈 등 다양한 장소에서 촬영됐다.
특히 영화 속 벤자민의 고향인 뉴올리언즈에서의 촬영은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휩쓴 직후 진행되었다. 엄청난 재해로 촬영지를 변경하려 했지만 오히려 촬영계획을 속개해달라는 시 당국의 연락을 받았다. 제작진은 뉴올리언즈의 현실을 영화 속에 고스란히 담았고 태풍이 몰아치는 가운데 진행되는 전개는 특별한 감동과 의미를 가져다 주게 되었다.
많은 장소 중에서도 시간을 잊은 듯 평온함을 선사하는 뉴올리언즈 거리의 모습이나 놀란 하우스와 러시아 무르만스크의 ‘겨울 궁전 호텔’은 벤자민의 인생에서 중요한 사건이 일어나고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차지하는 장소이기 때문에 특히 많은 신경을 기울였다.
영화는 모든 면에 있어서 ‘리얼리티’를 기반에 두었다. 영화가 우화적인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한편으로 현실적인 사실감으로 우화적 성격에 반(反)하고자 했던 것. 영화가 ‘옛날 옛적에’ 식으로 보여지는 것이 아닌 모든 것이 각 시대를 정확히 반영했고, 시대에 맞는 장소, 의상, 소품 등을 등장시켰다. 그리고 각 시대의 특징을 분명하게 보여주면서 자연스럽게 시간의 흐름을 묘사해 과도하게 시간의 흐름을 부각하지 않으면서도 마치 오랜 사진앨범을 들추는 것처럼 당시 평범한 삶을 살았던 평범한 이들의 모습으로 화면을 채웠다.
시대별 아이콘을 재현시킨 의상
영화 속 의상 역시 모든 요소와 부합하여 자연스러움을 추구했지만 동시에 창조적인 작업으로 완성됐다. 구스타브 카유보트의 그림을 연상시키는 기찻길 세트에서 영감을 받아 카유보트를 비롯한 에두아르 마네, 툴루스 로트렉, 쿠르베 등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 이미지를 활용하거나 대공황 시대의 미 농업 안정국, 공공 사업 촉진국 기록 사진을 참조하여 의상을 제작했다.
벤자민의 의상은 20세기를 풍미한 아이콘들의 스타일을 참고해 제작되었다. 1940년대는 게리 구퍼, 1950년대 말론 브란도, 1960년대 스티브 맥퀸, 1970년대 제임스 스튜어트의 이미지를 참고해서 제작했다. 브래드 피트 역시 시대적 아이콘이자 카리스마를 갖춘 배우이기에 위화감 없이 완벽하게 어울렸다.
무용수답게 늘 유행의 최신을 달리는 데이지의 의상은 20세기 초 혁신적인 안무가였던 조지 발란신과 그의 연인이자 댄서였던 타나킬 르클레르를 모델로 삼았다. 블란쳇 역시 데이지를 연기하기 위해 이 두 커플의 자료를 참고했다고. 르클레르는 1940년대와 50년대 톱 디자이너이자 미국 프레타 포르테의 창시자이며 ‘아메리칸 룩’을 완성한 클레어 맥카델의 의상을 즐겨 입었다. 벤자민과 데이트하기 위해 데이지가 입었던 타는 듯한 붉은 빛 드레스가 맥카델의 드레스이다.
역노화 현상 완벽하게 보여준 CG와 특수분장
노인부터 청년까지 변모해가는 벤자민의 외모는 디지털 기술의 놀라운 발전을 확인할 수 있다. 영화 전반에 걸쳐 점점 젊어지는 ‘역노화’라는 전대미문의 현상에 맞게 얼굴을 분장한 브래드 피트가 연기를 한 후 그 나이 대에 맞춰 연기한 대역배우의 몸을 합성해 완성한 것이다.
짙은 주름이 가득해 영화 내내 놀라움을 선사하는 브래드 피트의 특수분장은 약 1밀리미터 두께의 티슈 페이퍼를 이용해 나이대별로 다른 주름이 새겨진 분장을 만들어 놓고 배우의 얼굴에 붙이는 방식의 굉장히 세밀한 작업으로 이루어졌다. 나이마다 달라지는 주름은 은근한 변화를 주지만 영상을 통해서는 확연한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촬영장에 놀러 온 브래드 피트의 아버지가 아들의 모습을 보고는 “나도 저 정도로 늙진 않았는데”라며 놀라움과 즐거움을 감추지 못했다는 후문.
사색적인 카메라와 자연광 이용한 조명
촬영 역시 자연스럽고 섬세한 화면 구성을 위해 디지털 촬영기법이 응용되었다. 빠른 화면전환이나 긴박한 핸드 헬드가 아닌 관찰자의 입장에서 지켜보는 사색적이고 침착한 카메라
영화
- 감독
- 데이비드 핀처
- 요약정보
- 미국 | 로맨스/멜로, 판타지 | 2009.02.12 | 12세이상관람가 | 166분
- 줄거리
- “나는 기이한 모습으로 태어났다” 1918년 제 1차 세계 대전 말 뉴올리언즈. 그 해 여름, 80세의 외모를 가진 아기가 태어난..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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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샘추위가 찾아온 3월의 첫주 금요일 아침
한국 영화의 새로운 장르를 열었다고 칭찬을 받은
<위낭소리> 상영 시간 검색을 부탁하였더니
딸 아라는 <벤자민의....>강추한다고 하였다.
거꾸로 시간이 간다면?
누구나 한번쯤은 상상을 해 보았을 것이다.
내가 다시 청춘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면?
다시 학창 시절로 되돌아 간다면?
프루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의
내가 가보지 못한 길을 가 볼 수 있을텐데....
이제는 기억속의 흐릿한 시간을 찾아 떠나는 여행.
복사꽃이 환한 골목에서의 고무줄 놀이,
봄햇살이 가득한 담장 아래서 사금파리 모아 하였던 소꼽장난,
마당에서 갓깨어난 병아리들이 삐약거리며 날개짓하던 모습.
끝없이 펼쳐지는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영화가 상영되기를 기다렸다.
수많은 단추가 모래 시계의 모래알처럼 떨어지는 첫 장면은
주인공 벤자민 버튼의 아버지가 경영하는
단추공장을 연상시키기도 하였고
숱한 인생 행로속의 슬픔과 이별, 분노, 사랑, 행복을
나타내기도 한다는 생각을 하게 하였다.
영화속의 데이지는 딸이 지켜보는 가운데
죽음을 기다리면서 지나간 인생의 여정을 되돌아 보고 있었다.
하얀 브라인드가 내려진 창밖으로는 허리케인<카트리나>의 영향으로
끊임없이 빗방울이 창을 타고 내리는 모습이 설정되어
더욱 차분하면서도 명상적인 분위기로 나를 이끌어 가는듯 하였다.
갓 태어난 아기의 주름 투성이의 얼굴은 나를 경악하게 하였다.
세상에....왜 나는 주름을 두려워 하는가?
내가 점점 저 모습으로 향하고 있는데....
듬성 듬성 빠진 머리칼, 누렇게 변한 이, 흐릿해진 눈동자....
이 모든 노쇠 현상이 앞으로 내가 걸어가야 할 길 아닌가?
왜 나는 이렇게 늙음을 두려워 하는가?
영화속의 벤자민은 평범한 인간과는 달리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젊음으로 향하고 있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바로 저 영원한 젊음인가?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이 어디 있겠는가?
성경에서는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은
하느님의 말씀이라고 하였는데.....
영화속에서는
"데이지, 굿나잇~!,"
"벤자민, 굿나잇~!"
각자의 다른 환경에서의 침대에서 잠들면서도
서로를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있었다.
자신은 늙지 않고 주변의 사람들만 점점 늙어가는 모습.
나중에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까지 바라보아야 하는 것은
축복이 아니고 바로 큰 형벌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의 흐름에 맡겨 자연스럽게 늙어가고
결국은 죽음으로 나 자신이 없어지는 것은
하느님의 섭리이며 축복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였다.
이 영화는 조금 어려워,
내가 이해하지 못한 부분도 많았지만
나에게 다시 한번 물흐르듯이,
구름처럼 바람처럼
이 세상을 살다 가라고 가르치는 것 같았다.
데이지의 푸른 눈동자,
발레니나의 아름다운 육체의 선,
피아노의 반주에 맞추어 춤추는 어린 소녀들.
러시아의 무르만스크 <겨울궁전 호텔>
(그 골목의 눈쌓인 풍경은
고흐의 그림<테라스가 있는 풍경>을 연상하게 하였다 )
거친 파도속에 흔들리던 예인선.
선장의 꿈은 예술가였는데 자신의 몸에 새긴 문신.
놀란 양로원의 함께 늙어가는 노인들의 일상.
친자식처럼 벤자민을 사랑으로 키우던 퀴니.
벤자민에게 부성을 가르치던 티지.
증기 기관차가 다니던 무렵의 기차역에 달린 거꾸로 가는 시계....
등등 오래동안 내 기억속에 남을 아름다운 장면이 많은
나도 누구에겐가 추천하고 싶은 영화였다.
영화 프스터
놀란 하우스에서 아기를 발견하고 기뻐하는 퀴지.
영원히 잊을 수 없는 6살난 데이지의 모습.
대사관 부인과의 밤마다의 밀회를 나눈 러시아의 <겨울궁전>호텔,
예인선.
발레니나로 성장한 데이지.
딸 캐롤라인의 간호속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데이지.
예인선의 선장.
무르만스크 <겨울궁전호텔>
다시 찾아온 벤자민을 부둥켜안고 눈물흘리는 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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