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춘일단상.

푸른비3 2008. 4. 7. 19:44

내 어린 날 봄이면,

어미닭이 막 알에서 깨어난 병아리를 데리고

남새밭을 헤치며 먹이를 찾아주는 소리와

삐약 거리는 병아리 소리로 봄을 맞이하였던 것 같다.

 

그때는 집 주변이 모두 자연속이었으므로

그냥 봄이 오는가 보다....

하고 봄을 맞이하였고

봄비가 내리면 밖에 나가 놀 수 없는 게 서운했을뿐,

언제 봄이 오는가? 하고 기다리지도 않았던 것 같다.

 

그렇게 무덤덤하게 받아들였던 봄이

결혼 후 이제 살림에도 어느 정도

이력이 붙은 어느 봄햇살이 좋은 날,

빨래를 널다가 건너편 옥상에

죽은듯이 보이는 나무에 새싹이 움트는 것이

그렇게 반갑고 대견하게 느껴지는 거였다.

 

어쩜....참 대견하구나.

앞으로 너가 이렇게 새순을 틔우는 것을

내가 몇번이나 더 볼 수 있을꼬?

그때부터 마당에서 솟아오르는

풀꽃에게 마음이 가기 시작했다.

 

그전에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꽃만

꽃인 줄 알았지

들판에 저절로 피고 지는 꽃에게는

관심도 두지 않았었는데....

 

무릎을 꿇고 그 조그만 꽃송이를

들여다 보았더니

그 자잘한 꽃 한송이 한송이도

모두 갖출것 다 갖추고 있다는 걸 알았다.

 

연하디 연한 꽃잎의 색상도

안쪽에서부터 가장자리로 변하는 것도

참 조화롭고 신비스럽고

암술과 수술,꽃받침까지 어느 것 하나

허술한게 없는 완백한 아름다움이었다.

 

고 앙징스러운 것이

내가 눈맞춤하자

살그머니 몸짓까지 하는것 같았다.

 

그 이후 해마다 봄이되면

어느새 새 순과 꽃을 기다리는 마음이 간절하다.

 

한번 간 청춘은 다시 돌아오지 않듯이

지금  내앞에 다가 온 이봄도

다시는 오지 않겠지?

하는 마음에서

다가온 올해의 봄도

정말 소중하고 아쉬운 마음으로

하루 하루를 깊이 느끼면서 살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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