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결혼 기념일

푸른비3 2006. 5. 9. 15:30

어제 5월 8일은 어버이날이자 우리 부부 결혼 기념일이었다.

독신생활을 주장하던 내가 어떤 인연으로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겨우 사귄지 4개월만에 결혼을 하였으니....

 

난 어머니가 항상 일속에 파뭍혀 자신의 생활이란걸 하지 못하는 걸

보면서 살아왔으므로, 난 자유롭게 독신생활을 선망하였었다.

나와 같은 생각을 지닌 3총사 중의 한명이 나보다  먼저 결혼식을 하고

나도 덩달아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다.

아직 결혼할 결심을 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떠밀린 듯 해버린 결혼식이었다.

 

결혼전 공무원을 하였으므로, 결혼후에도 계속 근무할 것을

권하였지만, 난 슈퍼 우먼이 아니었기에 직장을 그만 사직하였다.

결혼하지 않았다면 아마 여지껏 놓지 않고 있었을 것이다.

가장 안정되고 신분이 보장되는 직장이었으니까.

때로는 아직 근무하였더라면? 이런 가정을 해 보기도 하지만

이미 떠내려간 오리알.

 

전생의 인연이 있었기에

결혼을 기피하였던 내가 남자의 가정형편, 조건등등.

아무것도 계산하지 않고, 그냥 편한 남자.

기대고 싶은 남자. 이런 이유로 결혼해 버렸으니.

참 인연이란 따로 있는 모양이다.

내밑에 줄줄히 애인이 있는 여동생이 둘이나 기다리고 있어

그 부담감으로 해버린 결혼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29살까지 독신으로 살겠다고 큰소리치던 내가

그만 결혼하겠다고 하였으니 엄마와 두 여동생은 얼마나 좋았을까?

어머니께 큰 기쁨을 주는 날이니 그냥 어머니날로 정해버린 것일까?

 

다른 사람들은 결혼 기념일을 그냥 무덤덤 넘어가는 사람도 있겠지만

난 해마다 이벤트를 만들어서 스스로 축하하였었다.

그러나, 올해는 군대간 아들이 아파서 국군병원에 있고

그저께 검사한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 내놓고 기념이벤트를 할 수 없었다.

내년이 은혼식이니 올해는 그냥 조용히 보내야지....

하면서도 웬지 서운하였다.

 

아침에 일어난 딸아이도

미처 선물을 준비하지 못하였다고 미안해 하고,

남편도 출근하면서 자기의 카드를 주면서

백화점가서 내가 사고 싶은 것, 마음에 드는 것 하나 사라고 하였다.

 

아침먹고 아들의 전화기다리다가 내가 먼저 전화했다.

아들아 오늘 무슨날?

어버이날 축하한다는 인사를 듣고

또 하나 더 있는데....하자

ㅋㅋ결혼기념일 축하해요~한다.

고마워. 내 아들아.

어서 나아라. 그게 제일 큰 선물이야~!.하고는

백화점 개점시간에 들어갔더니

어머니를 모시고 선물을 사러온 딸과 며느리의 모습이  많이 보였다.

 

매장을 둘려보니

어머니께 선물하시게요? 하고 점원이 따라 붙는다.

아니, 난 내 선물 사려 왔는데....얼버무린다.

먼저, 남성복 매장에 가서

남편의 물빛 반팔 셔츠와

요즘 유행하는 연두빛 줄무늬 넥타이를 샀다.(물론 남편 카드결재.)

그래도 그렇게 하고나서

내 물건을 사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았기에.

 

마음에 드는 옷은

내가 입어 어울리지도 않을 것 같고,

너무 비싼 금액이라

특별 행사장으로 가서

하늘하늘한 연두빛 쉬폰천으로 만든

투피스를 샀다.

언제 나는 정상 매장에서

목에 힘주고, 폼나게 물건 살 수 있을까?

에고....

 

나중에 남편에게 얘기하였더니

(속으로는 좋아라 하면서)

모처럼 기분내어 사는데

비싼것 마음에 드는 것 한벌 사지 그랬어? 한다.

 

비록 정상 매장에서 사지 못하였지만

거울 앞에서 그 옷을 입어보고 행복해 하였다.

언제 이옷입고 어디로 나들이 갈까?

 

학교에서 돌아온 딸아이는 편지와 카네이션을 주면서

엄마, 또 할머니처럼 꽃무늬 옷 샀어? 한다.

그래 난 꽃무늬가 제일 좋아.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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