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은 참 별난 날을 다 기념하며
선물을 주고 받는다.
우리 어린 시절에는 명절과 생일, 크리스마스일에나
선물을 기다렸는데, 참 많은 변화다.
이제 발렌타이데이,화이트데이정도는
나이든 나까지 일상생활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빼빼로 데이는 초등학생들의 선물주고 받는 날 정도만
알고 있을뿐 50을 넘긴 내남편이
그걸 기억하고 선물을 사 올줄이야....
며칠전부터 5학년인 아라는 행복한 고민을 하였다.
같은반 친구들, 청소년 교향악단 언니들에게 줄
빼빼로를 얼마만큼 구해야할까?하는 고민.
거의 용돈을 쓰지 않는 아이이지만
선물사는데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 기분파 내딸.
째째한 제 엄마보다 한결 통이크다.
가끔 엄마 돈없으면 제돈 모두 써라고 지갑째 내 놓는다.
그런데 딸아이의 담임은 정말 내가 바라던 선생님이셨다.
아이들에게 필요없는 낭비를 하지말것.
교실에 단 한통도 빼빼로를 가져오지 말것을
일주일전부터 강력하게 주장하시어
아이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나는 내심 얼마나 반가웠는지....
그래 너희 선생님의 말씀이 정말 옳아.
쓸데없는 낭비하고 교실만 어지럽히고
분위기 붕~띄워 공부도 안되는 그런 날 챙기지 마라.
나도 거들었더니 딸 아라는 걱정스러운 얼굴이었다.
담임 선생님 말이 나온김에 선생님 칭찬도 하고 싶다.
선생님이 학기초에 전화가 와서
반대표 어머니를 맡아달라고 하셨다.
나서는 걸 두려워 하므로 사양하엿더니
명단만 올리게 해 달라고 하여 승락하였다.
봄소풍, 운동회, 가을 소풍 있어도
한번도 얼굴 내밀지 않아
선생님이 서운해 하지 않을까?
하고 전화를 넣었더니
선생님은 오히려 그게 자기를 도와주는 것이라고 하셨다.
결국 빼빼로날 아침 딸아이는 빈손으로 등교하였다.
그런데 하교길에 딸아이는 커다란 종이가방에
빼빼로 가득 담아서 돌아오는 게 아닌가?
어머나~!
선생님이 그렇게 막았는데도 아이들이 이렇게 챙기는구나.
아라손에 한개의 과자도 들려 보내지 않은 내가
잘못된 엄마인가?
술자리모임이 있으면 항상 일찍 일어설 줄 모르는 남편이
자정이 넘어 돌아왔는데
손에 투명한 셀루판지에 싼 무엇을 들고 있었다.
늦게 돌아와서는 항상 아이스크림이나 빵을 사들고 와
성의를 생각하여 한입먹으라고 하는 바람에
이렇게 살이 쪘다고 투정을 하였는데
또 무엇 들고 왔을까?
난 항상 현금이 제일 좋은데....
눈길도 주지 않고 침대밑에 던져 두었다.
아침에 일어나 어제밤 가져온게
무얼까? 하고 비닐을 들여다 보았더니
세상에~! 빨간 장미꽃이 보이는 게 아닌가?
어머나 미안해 장미야...
하고 장미를 끄냈더니
다행히 생화가 아니고 조화였다.
요즘 상술이 얼마나 발전하였는지
장미를 곁들인 빼빼로봉지였다.
아직 잠든 남편곁으로 다가가
"여보 고마워~!"
출처 : 마불16
글쓴이 : 푸른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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